영어, 아이가 즐기면서 배워야 진짜 실력 된다
김원재 리틀팍스어학원 대표
기사입력 2018.04.16 18:27
  • 영어라고 하면 힘들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부모세대는 정말 영어를 힘들게 배웠다. 알파벳을 외우며 따라 쓰는 것을 시작으로 to 부정사 등 문법 용어를 끝없이 반복 학습했다. 하지만 막상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다 보니 ‘영어는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들은 본인의 한을 떠올리며, ‘내 아이만큼은 영어를 잘하도록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초등 저학년 심지어는 유치원 시절부터 아이에게 많은 영어공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문자 학습으로 영어를 시작하여 많은 숙제로 학습량을 늘리는 것은 아이들이 영어를 힘든 것으로 생각하게 하며, 더 나아가 영어를 포함한 학습 자체에 의욕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공부를 포기하기 시작하는 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면, 이제는 초등 3학년으로 내려온 것 같다.

    사실 영어는 어려운 시험과목이 아닌 언어이다. 그러니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는 모국어 습득방식을 떠올리면 쉽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모국어를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엄마”부터 말하기 시작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익히고, 혼자서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표현력을 풍부하게 키울 수 있는 고급 어휘 학습과 문법은 읽기와 쓰기가 갖추어진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영어도 이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편안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충분히 보고 들으며 input을 쌓고, 귀가 트이면 간단한 문장을 따라 말하며, 파닉스, 읽기, 쓰기, 단어, 문법 등의 순서로 발달에 맞는 학습을 하면 된다.

    이러한 교육법에 확신하는 이유는, 두 아이를 키우며 얻은 깨달음 덕분이다. 1996년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이던 두 아이도 함께했다.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떠났지만, 도서관에서 영어동화책을 많이 빌려와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영어를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영어에 친숙해졌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들리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년 반의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 주변에서 ‘그냥 두면 아이들은 영어를 곧 잊어버린다’는 우려와 함께 영어학원에 보내라는 권유가 지배적이었지만, 아이의 자기주도학습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보내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두 아이는 민족사관고등학교 진학을 시작으로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에서 원어민과 다름 없이 생활하며 각각 투자 금융회사와 IT 벤처 사업을 하며 세계를 배경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두 아이가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영어가 능숙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동화책 속의 살아있는 영어 문장들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배우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영어에 거부감이 없었기에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며 영어실력을 갖추어 갔다. 또 하나는 암기식 학습, 과도한 학습량을 강요하는 사교육 대신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칭찬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대부분의 영어교육은 당장의 시험 점수 향상을 위해 아이를 다그치거나, 단기간에 영어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과도한 양의 학습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고 힘들다. 어렵고 힘들다 보니 영어를 싫어하게 된다. 영어를 싫어하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학습 의욕을 잃게 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영어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 세 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첫째, 아이가 진정 재미를 느낄 것인가? 즉, 아이가 포기하게 하지는 않는가? 둘째, 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에 맞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있는가? 혹시 시작부터 너무 어렵거나, 갑자기 단계가 올라가지는 않는가? 셋째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는가? 이다.

    글쓴이는 두 아이를 키운 부모이자, 대치동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다양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직접 만난 원장이기도 하며, 애니메이션 영어동화를 통한 영어 학습법을 18년간 추구해 온 영어교육회사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과 결과에 비추어 많은 학부모님께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즐기면서 배우는 영어가 진짜 실력이 된다. 그러니 부모님의 조급함을 조금만 내려놓고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을 생각하여, 영어로 인해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