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격변의 입시’, 입시의 최전선에서 “학종을 말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4.16 09:48
  • 이른 바 ‘격변의 입시’라 할 만 하다. 3년 예고제라는 말은 이미 퇴색될 정도로, 고2의 대입은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었고, 수개월 후 결정될 중3의 2022학년도 대입은 목소리 큰 일방에 의해 좌우될 수도, 아니면 어정쩡한 봉합형 입시 정책으로 결말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중3과 고2, 두 아이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요즘 ‘교육이란 도가니 속에서 한국의 정치. 경제가 소용돌이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입시논쟁을 한 마디로 줄인다면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냐, 정시(수능중심전형)냐.”의 힘겨루기다. 양대 격론의 중심축은 ‘공정성’이라는 화두인데, 관점에 따라 결론이 달리 나온다. “사교육비를 쏟아 붓기로는 학종보다 수능이 더하다. 학종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는 근거가 불명확하다. 학종전형 확대가 지역고교와 일반고를 더 살린다는 통계가 명확히 있다.”는 학종 지지파의 주장과, “학종전형의 선발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고 이해할 수 없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황당한 입시가 어디 있느냐.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점수 올려서 대학가는 게 정의롭다.”는 정시 지지파의 주장은 각자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학종과 정시의 줄다리기, 양보 없는 팽팽함의 결말은?

     이번 호에는 논란의 중심이 되어있는 ‘학생부종합전형과 최근 입시’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나눈 입시 대담을 정리했다. 대담자는 성기용 소장(사진 우측, 前 S대 입학사정관, EBS 입시평가위원)으로, 그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두루 경험했다. [대담자 명은 이종환(이), 성기용(성)으로 표기]

  • ▲ 이: 수험생과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합격하는 걸 보면 학교생활 우수자가 대체로 선발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치 않은 합불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정성적 판단은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그렇게 힘든 걸까요?

    ▲ 성: 과거 세대(저나 부모님 세대)의 ‘경험의 오류’ 같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중심 평가의 경우에는 오로지 정량적 기준으로만 합불이 결정되고, 그것에 익숙한 과거 세대는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의 과정중심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경험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죠.
     100점이 불합격하고 91점이 합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전년도에 지원하고 1단계 합격한 대학에 재수를 하면서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자소서도 똑같이 제출한 경우에도 1단계 불합격하기도 합니다. 해당년도에 경쟁하는 학생들이 어떤 집단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이러한 경우를 과거 경험칙의 잣대를 가진 입장에서, 그 전형 과정과 평가방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을 좀 바꿔서 100점이 아니라 91점을 받은 경우지만 그 시험 이후에 학생 스스로가 추가적으로 탐구와 노력을 충분히 기울인 경우라면 100점짜리 점수를 받은 학생만이 아니라 91점을 받은 학생도 모두 합격할 수 있는 것이고, 대학 입장에서 본다면 자만하고 노력하지 않는 100점보다는, 91점이지만 인성과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91점을 받은 학생만 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런 부분을 우리 사회가, 기성세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종 전형, 교과 성적과 비교과스토리의 상관관계 높아
                    ‘학종, 수능, 논술’ 등 균형 잡힌 입시 비율이 바람직


    ▲이: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 학생부종합전형은 거의 2등급(상위 11%)내외의 학생들이 독식하는 무대로, 다른 성적대의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결국 몰아주기 식 학생부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교육부도 인지하고, 학생부 기재항목을 단순화시키고 모든 학생들에게 세부능력 특기사항(성취기준 및 능력평가)을 기록하게 권고하는 등 최근 개선책 마련에 고심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성: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편법과 더불어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개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대학의 주요 전형 입시결과를 보면 2등급 대가 평균적이긴 합니다만, 학종의 경우에는 4등급권 학생들도 합격 사례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교과 성적과 비교과 스토리가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교과성적 우수자가 학종에서 합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인 셈이지요.

    ▲이: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전형도 포괄해서 말한다면?

    ▲성: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생부교과20%, 학생부종합20%, 논술20%, 특기자10%, 정시30%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논술은 시험이면서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 부분이 많다고 보기 때문에 폐지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IB도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시험을 논술형으로 치르는 것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논술 전형이 유지되면 학생부가 안 좋은 경우에도 논술과 수능(정시)을 합하면 50%가 되기 때문에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2015개정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향후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성: 2015 개정교육과정이 문이과의 벽을 허물고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보강한 것이므로 우선 내신 성적의 성취평가제가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제가 언급한 것처럼 다른 전형간의 비율이 자리 잡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교육개혁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인식 개선 등 점진적인 사회개혁도 같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이: 이른 바 격변의 입시입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수험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성: 2015 개정교육과정이 개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마치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개정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재상을 비교해보면 창의형인재에서 창의융합형인재로 바뀐 정도입니다. 나라별로 교육 입시 제도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은 사회화 과정입니다. 고교 교육은 성인이 되기 전 즉, 대학 혹은 직장이라는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과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공부가 ‘대입만을 위한 짐’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고교생의 과목선택권을 강화한 이유는 그렇게 스스로가 궁금한 것을 선택해서 배워야만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학입시 유불리에 집착하기보다 우선 나를 둘러 싼 자연과 사회에 관심과 호기심을 키우시길 당부 드립니다. 

     대담이 끝나고도 필자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과 생각의 편린들은 남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문에 완성이 없는 것처럼 교육에도 완성된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만큼은 더 또렷해졌다. 고3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우리 아이들의 삶이, 대학 1학년의 행복한 3월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 졸업 후에도 행복한 봄날들로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교육자도 학부모다. 같은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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