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폭위 외부위원 3분의 1 이상으로 늘리자는데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8.04.16 09:42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 이미지
학교폭력이 갈수록 빈번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사안 처리를 담당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전문위원 구성원을 늘려 심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DB

# 이미영(가명ㆍ42)씨의 초등 2학년생 아들은 2014년 10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의 아들은 그해 3월 초부터 시작된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여름방학쯤 아이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이상증상을 보였다. 이후 사태를 파악한 이씨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지능검사결과, 문자자료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대다수가 학부모였던 위원회에서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동영상을 가져오라는 요구에 분통이 터졌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대한 구성과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대두하고 있다. 학폭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학부모위원 대신 전문성이 있는 외부위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전국 초중고에 외부전문가를 확대 배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학폭위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에 따라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과반수를 학부모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최근 6년간 학교폭력 관련 진정사건을 통계 낸 자료에서 학폭위 위원구성 등 운영상의 하자가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재까지 제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총 22건의 '학교폭력예방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에 설치된 학폭위에 전문가 위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률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 “외부위원 늘려 신뢰도 높여야”, “학부모 위원도 심리적 부담감 느껴”

이달 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치위원회에서 위촉하는 전문가 위원을 늘리고 학교폭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외부전문가위원의 비율을 높여 학교폭력 사안 심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외부위원을 전체위원의 과반수로 구성하기보다는 자치위원회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법 내 학부모 위원의 과반수 위촉 조항을 삭제할 경우 교원의 참여까지 고려한 비율이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자치위원회 구성은 교원대표 27.5%, 학부모 대표 57%, 외부전문가 15.5%로 구성돼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학부모 김영민씨는 "학폭위 내 학부모위원은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감투 중 하나로 여겨지면서 수단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며 "학부모위원과의 친분 등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과시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처벌과 징계의 객관성에 치명적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학폭위의 학부모 위원들 역시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기 위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심리적인 부담감을 토로한다"며 "학부모 위원이 가해 학생의 징계와 처벌에 대한 확신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전문가 위원 확대는 타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학교폭력예방 관련정책의 효과성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중학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는 학폭위 심의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사례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학폭위 위원 대다수가 학교 구성원으로 꾸려지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폭위에서 교원,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 발생 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어렵고, 이해관계에 따라 중립적이지 않은 의견을 펼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이들이 법적으로 판단할 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국 초중고에 외부위원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반면 지난 4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찬일 성보고 교사는 학폭위 내 외부전문가위원의 비율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사는 "학교전담경찰관,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의 비율이 낮아 지식, 경험 등이 부족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철저하게 학교폭력을 일반폭력과 동일시할 때 나타나는 판단"이라며 "학교폭력과 일반폭력의 법리적 동일성, 차이 등을 설명해주는 일반폭력에 관한 외부전문가는 1~2명 정도 참여하는 현재의 수준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사는 "외부전문가 3분의 1이상을 위촉해야 한다는 제안은 학교 현장에서의 절차적 곤란함과 더불어 교사에게 학교폭력전문가로서의 자괴감을 동시에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학폭위 내 1~2명에 불과한 외부위원조차 참석률이 낮은 점 등 한계점이 뚜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인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다양한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면 자치위원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는 있으나, 외부위원을 과반수로 할 경우 일부 소도시나 읍면지역 학교 등에서는 외부위원을 위촉하기 어려워 자치위원회 구성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며 "현재에도 학교전담경찰관이나 변호사 등 외부위원의 참석률이 높지 않아 자치위원회 개최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1만 1500개교가 있으며,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자치위원회에 더 많은 외부위원을 임명하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최희영 푸른나무 청소년폭력예방재단 SOS지원센터장은 "소도시 학교 등에서는 현실적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역 내 활성화되고 있는 청소년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청소년전문가와 교육전문가, 학교폭력 전문가 등을 외부전문가로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한국학교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에서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부위원 확보를 위해 교육전문가로서 퇴직교원이나 대학교원, 지역사회 관련 공무원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며 "회의를 할 때마다 위원을 지명해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거나 교육청이 제공한 전문가 인력풀을 활용해 학교에서 자치위원으로 위촉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제안했다.

더욱이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청소년 비행 대응 과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여한 박종철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부대표는 “학폭위는 교육지원청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학부모위원에게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교육지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결정에 권위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교에 설치된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률안은 제20대 국회에서 총 2건이 계류 상태다.


기사 이미지
/ 조선일보 DB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