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민의 PERFECT ESSAY] 단어 선택의 엄격한 논리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4.13 10:22
  • 다음은 SAT 라이팅 섹션에 출제됐던 문제인데, 어떤 문장이 바람직할까?

    1) His insistence was not only determined but also obstinate.
    2) His insistence resulted not only from his determination but also from his obstinacy.  

    언뜻 보면 1번이 더 좋아 보인다. 두 문장 모두 “not only A but also B”라는 병렬 구조(parallelism)을 취하고 있는데, 2번은 “determination”과 “obstinacy”라는 명사를 사용하다보니 전치사 “from”이 필요해 문장이 복잡해졌다. 명사화가 간결함을 망치는 주요인이라는 점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반면 1번 문장은 형용사 “determined”와 “obstinate”를 사용해 문장이 간결하고 산뜻하다. “짧은 것이 답이다 (short is answer)!”라는 속설에 따라 학생들이 별 의심없이 고르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답은 2번이다. 간결하냐 안하냐는 문체의 문제다. 문체는 옳은 문장 가운데 더 좋은 것을 찾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 옳고 틀림을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1번 문장은 비논리적인 표현(illogical expression)이다. “determined(단단히 결심한)”과 “obstinate(고집 센)”은 사람 성격을 묘사하는 형용사. 따라서 “insistence(주장)”을 주어로 둘 수 없다. 굳이 두 형용사를 쓰고 싶었다면 다음과 같이 주어를 “he”로 해야 한다.

    He was not only determined but also obstinate.

    논리적 사고는 글쓰기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하다. 그 중 어휘 선택에서의 논리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한국 학생들이 많이 취약한 부분이다. 엄격한 논리의 잣대를 들이대서 혹시 댐에 개미 구멍이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비논리적인 표현은 대부분 추상 명사(abstract noun)을 사용할 때 생긴다는 것. 따라서 추상 명사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하자.

    다음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실전 사례를 보자.

    <Level 2>
    (교정 전) Life is a myriad of choices.
    (교정 후) Life has a myriad of choices.

    “Life(인생)”에는 수많은 선택(“a myriad of choices”)의 순간이 있다. 그렇다고 인생 자체가 선택은 아니다. 수많은 선택을 “has(갖고 있다)”고 해야 논리적이다.

    <Level 2>
    (교정 전) The greatest happiness for the greatest number of people, utilitarianism has been frequently used as the basis of important decision making.
    (교정 후) In pursuit of the greatest happiness for the greatest number of people, utilitarianism has been frequently used as the basis of important decision making.

    “최대 다수를 위한 최대 행복”은 “utilitarianism(공리주의)”의 핵심 철학이지, 공리주의 그 자체가 아니다. 첫째 문장처럼 동격(apposition)으로 쓰면 둘이 같다는 것으로 오류.
    따라서 “in pursuit of(~을 추구하는)”이란 추상명사를 포함한 관용구가 필요하다.

    <Level 3>
    (교정 전) People became uncomfortable by the president staying in the room. 
    (교정 후) People became uncomfortable by the presence of the president in the room.

    사람들이 무엇에 불편해 하는가? 첫째 문장에서 전치사 “by”의 목적어는 “the president”다. 둘째 문장에서 “by”의 목적어는 “the presence”다. 즉, 첫째 문장은 대통령이라는 인간 자체가 불편함의 원인이고, 둘째 문장에선 대통령 사람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그가 지금 이 방에 있다는 존재감이 불편함의 원인이다.

    이처럼 첫번째 문장같이 쓰면 대통령에 대한 인신 공격(personal attack)이 될 우려가 있다. 사람들이 대통령 자체를 싫어한다는 의미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추상 명사인 “presence”를 넣어야 합리적.

    <Level 3>
    (교정 전) The development of biotechnology industry has helped millions of suffering African people assuage their pain from starvation.
    (교정 후) The development of biotechnology has helped millions of suffering African people assuage their pain from starvation.
    (교정 후) The growth of biotechnology industry has helped millions of suffering African people assuage their pain from starvation.

    “기술의 발달”과 “기술 산업의 발달”은 다른 얘기다. 산업이 발달한다면 생산이 늘고, 그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이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를 주로 의미한다. 반면 질병이나 기아에서 해방되는 것은 기술의 발달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따라서 “the development of biotechnology”라고 해야 합리적.

    더 나아가 technology(기술)은 “development(발전)”하고, industry(산업)은 “growth(성장)”한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Level 3>
    (교정 전) African-American painter Jean Michel Basquiat painted the shade of minority’s anxiety and suffering.
    (교정 후) African-American painter Jean Michel Basquiat painted the anxiety and suffering of his people— the shade of the minority.

    소수자의 “anxiety(불안)”과 “suffering(고통)”은 그 자체로 삶의 어두운 단면이다. 따라서 첫째 문장은 “불안과 고통이라는 어두운 단면의 그늘”이라고 해 불필요하게 중복됐다.
    둘째 문장처럼 “anxiety and suffering”과 “shade”를 동등한 동격(appositive)으로 써주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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