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중 3 대입서 수시 없어진다는데… 입시전문가 “섣부른 판단은 독”
손현경·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4.12 14:23

- 전문가들 정시·수시 통합에 무게 두면서도 “8월 최종 결정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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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교육부가 어제(11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시안을 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 선발기준을 적정화하겠다는 ‘공정성’에 방점을 뒀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많게는 백여가지에 이르는 입시안들이 공통분모 없이 상충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입시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5가지 시안 중 ‘수시·정시 통합’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만 교육부 발표시안을 토대로 섣부르게 입시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조언했다. 사실상 교육부가 내놓은 5가지 개편 예시모형 가운데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시안에 따르면, 새로 제시한 입시 모형은 크게 5가지다. 수시·정시통합 여부를 중심으로 ▲전과목 절대평가 ▲상대평가 과목유지 ▲원점수제의 3가지 수능 평가방법과 접목해 만들었다.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안과 상대평가 과목유지안 등 2개 모형만 제시했던 지난해보다는 늘었다.

    1~3번 모형은 수시·정시전형 통합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수시·정시전형을 통합해 대입전형의 단순화를 추구한다는 게 골자다. 4~5번 모형은 수시·정시전형 분리를 기준으로 나눴다. 5번 모형은 현행체제인 ‘수시·정시분리+수능 상대평가 과목 유지’다. 이번 시안이 개편에 방점을 찍은 만큼 5번 모형이 확정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가장 적다.

    ◇ 전문가 “‘수시·정시통합’ 유력”… “전형 기회 축소, 대입 선택권 제약” 우려

    입시전문가들은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통합’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하고 정시와 수시를 통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능 개편 방향이 ‘단순과 공정’임을 상기해볼 때 수시와 정시 통합 모형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역시 “(수시와 정시 통합은) 모든 대입전형을 수능이 끝나고 시작하게 됨에 따라, 학사일정의 파행적 운영 문제가 완화되고, 정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9월 수시 지원을 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정시 통합의 경우 3학년 2학기 수업 변화뿐 아니라 대학입시제도에서 큰 변화를 예상했다. 이 소장은 “기존 수시전형에 수능 점수까지 보완될 경우, 변별력 및 공정성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수시에 보험성 지원으로 경쟁률만 상승하는 문제의 해결도 가능하다”며 “또 수시 합격 시 정시 지원이 불가한 이른바 ‘수시 납치’ 현상도 막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형 기회가 축소되고 대학별고사 일정이 중복될 확률이 높아 수험생들의 대입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준비와 더불어 대학별고사 등의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 “원점수제, 도입 땐 서열화 비난 따를 것” 상대평가와 다를 바 없어

    수능 평가방법 중 원점수제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원점수는 문항에 부여된 배점을 단순 합산한 점수다. 현행 상대평가 유지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 여러 형태의 점수체제를 활용한다. 시험 난이도와 학생 수준을 감안해 수험생 성적분포를 고르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입시혼란을 줄이고 변별력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임 대표는 “원점수를 제공하는 방안이 제일 ‘단순’하지만 비판여론이 많아 도입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원점수제는 원점수순으로 대학·학과별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 성적 줄세우기에 따른 점수경쟁 문제는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원점수와 표준점수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한 문제라도 더 맞은 학생이 1점이라도 더 받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지금도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로 유·불리가 있다”면서 “원점수를 반영할 때 난이도에 따른 선택과목 간 점수 차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 역시 “전 과목 절대평가 시 원점수를 활용해 동점자를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원점수가 매우 중요해진다”면서 “차라리 상대평가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인 분석과 별개로 입시전문가들은 “섣불리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오는 8월 최종확정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입제도와 관련한 쟁점들을 나열한 수준의 시안이어서 이를 이송받은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요한 건 지금 어떤 선택과 전략도 향후 대입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아직 세부적인 전형 계획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입시 유·불리를 따져가며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해야 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도 “이번 시안을 이송받은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보고 대응전략과 고입 진학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다”며 “특히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과학고·영재학교의 경우 이번 시안 결과에 따라 입시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소신껏 지원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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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