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THE 인터뷰] '국악계 아이돌' 소리꾼 김준수

오누리 기자

2018.04.11 15:33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판소리도 K팝처럼 멋지고 재밌다는 거 보여드릴게요"

소리꾼 김준수(27·국립창극단)는 '국악계 아이돌'로 불린다. 작은 얼굴과 쭉 뻗은 팔다리, 여기에 뛰어난 판소리 실력까지 더해져 공연마다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닌다. 지난달 24일에는 국립극장에서 '수궁가'로 첫 완창(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 공연을 가졌다. 공연장에 마련된 400개의 객석이 꽉 차고도 모자라 간이 의자를 들여야 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기사 이미지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가 공연 때 사용하는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며 “한번 들어보면 판소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연 기자
◇"완창 한 달 전부터는 삼시 세끼 고기만 먹었어요"

"제 소리를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엔 무척 떨었는데 중간 중간 관객분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점점 긴장이 풀렸어요. '이제 좀 제대로 놀아볼까' 할 때 공연이 끝나서 좀 아쉬웠습니다(웃음)."

지난 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김준수를 만났다. 완창이라는 어려운 산을 넘은 뒤라서인지 편안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그가 이번에 공연한 수궁가는 가사만 A4 용지 40쪽에 달한다. 완창에 걸리는 시간은 총 3시간.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외워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긴 시간 온 힘을 다해 노래하면서 연기까지 곁들여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이 요구된다.

"공연을 앞두고 한 달 동안은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었어요. 소, 돼지, 오리 등 온갖 고기를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었죠. 고기를 먹은 날과 안 먹은 날 소리 할 때 나오는 힘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근데 당분간은 고기 냄새도 맡기 싫네요(웃음)."

김준수는 이번 완창을 위해 6개월간 소리 공부에 매진했다. 작년 여름에는 휴가 기간 산에 들어가 '산 공부'를 했다.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계곡에 앉아 수궁가를 부르며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완창은 소리꾼의 숙명이에요. 다섯 바탕 중 한 바탕 끝냈으니 이제 시작이죠. 마흔 살이 되기 전 다섯 바탕 완창을 모두 들려 드리고 싶어요."

기사 이미지
수궁가를 완창하는 김준수./국립창극단 제공
◇"판소리 흥부가, 방탄소년단 노래만큼 재밌어요"

김준수가 '소리의 맛'에 빠져든 건 전남 강진 작천초등학교 4학년 때다. 우연히 참가한 국악동요대회에서 6학년 누나가 부르는 판소리를 듣고 마음을 뺏겼다.

"춘향가의 '갈까부다'란 대목이었어요. 그렇게 애절하고도 가슴을 파고드는 음악은 처음 들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멋진 음악이 있는데 10년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들었다니까요(웃음). 대회장을 나오면서 나는 앞으로 저 누나 같은 소리꾼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준수의 부모님은 판소리를 하겠다는 아들을 말리며 "공부를 하거나 다른 재능을 찾아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곧바로 지역의 유명한 소리꾼을 찾아 정식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연습이 없는 날에는 매일 집 앞 월출산에 올라 밤새도록 소리를 지르고 들어왔다. 전남예고를 거쳐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만 23세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기사 이미지
젊은 소리꾼 김준수의 목표는 확실했다. 젊은 세대에게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20~30대가 그의 주요 팬층이지만, 10대 청소년에게도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흥부가에 '박 타는 대목'이 있어요. '시르르르르르르 시르렁 시르렁 실근 시르렁 실근 당겨주소 톱질이야~' 빠른 휘모리장단으로 비슷한 단어가 반복돼 무척 재밌죠. 흥부가의 화초장 대목도 요즘 유행하는 방탄소년단 노래만큼 흥겨워요. 제게 '국악계의 아이돌'이란 별명을 달아주신 건 이렇게 재밌고 흥겨운 우리 소리를 대중에게 더 널리 알리라는 뜻인 것 같아요. 판소리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더욱 열심히 소리를 하고 싶어요."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