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폭력 막으려면…“인권센터ㆍ징계위원회에 학생 참여시켜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4.11 18:08

- 성폭력 확인된 교수 징계 세분화 필요성도 제기

  • 11일 오후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 이우창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정책위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현미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정한경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 박성호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혜선 고려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생(왼쪽부터) 등이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11일 오후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 이우창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정책위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현미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정한경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 박성호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혜선 고려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생(왼쪽부터) 등이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인권센터’가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권센터 내 학생 참여 비율을 보장하는 등 교내 구성원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기구로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학내 징계위원회에서도 학생위원이 1인 이상 위촉되는 등 교수의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오늘(11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서 이 같은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간담회는 교육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 12명,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 “인권센터에 학생 참여는 물론 독립성도 보장해야”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 연구팀이 한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 19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 및 성폭력 실태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나서 대학 내 프로그램이나 기관,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92%가 ‘없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10명 중 1명을 제외한 대학 내 성폭력 피해사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수치심이 들어서’ ‘비밀 보장이 염려되기 때문에’ 등이 꼽혔다. 이는 학내 인권센터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2부 발제자로 나선 박성호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인권침해 및 학교 당국의 미진한 징계와 관련해 인권센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도 “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제도가 얼마나 인권센터의 독립성을 뒷받침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학교의 인권센터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박 부총학생회장은 “현재 인권센터 심의위원회에서 학생의 참여가 배제된 것은 물론 상담소장이 심의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에 명시돼 있는데, 이때 교수 집단으로부터 압력을 받기가 쉽다”며 “교수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이 인권센터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관한 규정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우창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정책위원은 인권센터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 정책위원은 “인권센터 운영진에 학생 참여비율을 보장하고 사건 조사 혹은 심의에서 피해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생 측의 시야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원이 포함돼야 한다”며 “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외부 전문가도 적절하게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정직 3개월과 파면ㆍ해임 사이 추가 징계 마련돼야”

    이날 간담회에서 성폭력 가해 사실이 확인된 교수의 징계 수위도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 부총학생회장은 “성폭력 의혹 교수의 행동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학계 내의 적절한 징계 또한 뒤따르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가 파면이나 해임 외에 바로 정직 3개월로 가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 보다 실효성 있는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징계 수위를 더욱 세분화해 대학 내 대다수 인권침해 사례에서 학내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만 내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현미씨 역시 “성희롱ㆍ성추행 등에서 권력관계가 개입한 경우 이에 상응하는 징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가해 교수에게 직접적인 징계 조치를 내리는 학내 징계위원회에 학생위원이 위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다른 발제자인 김정한경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이화여대의 경우 학내 교수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에서 거치는 성희롱심의위원회에는 학부 학생위원 1인이 위촉된 반면, 실질적인 교수 징계가 가능한 교원징계위원회에는 학생위원이 위촉될 여지가 없다”며 “이번 학생총회에서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위원 1인 이상 위촉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대학본부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인권 의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변곡점이 되도록 피해자 보호와 권력형 폭력 근절 대책 등 모든 정책적 노력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건의된 법적제도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