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IT 산업의 새로운 중심, 뉴욕 실리콘앨리(Silicon Alley)를 주목하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4.04 09:48
  • 필자는 얼마전 뉴욕을 다녀왔다. Akohub라는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회사와 함께 진행중이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일정이 맞아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 위치한 있는 동사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의 작업 공간은 흥미로웠다. 마치 낡은 공장을 세련되게 개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천장이 높아 탁 트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에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들은 이 공간을 통해 상호협력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논의하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한다. 운이 좋으면 종종 보석 같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도 한다.

    미국 동부의 실리콘앨리(Silicon Alley)의 이야기다. 보통 IT 창업의 중심지라고 하면 대부분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생각한다. 이런 실리콘밸리의 아성에 도전하는 곳이 바로 실리콘앨리다. 앨리(Alley)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실리콘앨리는 뉴욕 맨해튼 남쪽과 서쪽 구역 일대에 스타트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위치기반 SNS 포스퀘어(Foursquare)와 블로그 서비스 텀블러(Tumblr)등이 있다.

    실리콘앨리의 강세는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에 위치한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받은 펀딩 금액은 2017년 2분기에만 28억 달러를 기록하며 실리콘밸리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페이스북, IBM과 같은 IT 공룡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뉴욕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10%가 실리콘앨리에 위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포스퀘어와 텀블러 외에도, 위워크∙몽고DB∙스포티파이 등과 같은 성공한 스타트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도 실리콘밸리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이 이처럼 IT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뉴욕은 패션∙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군이 발전한 대도시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고, B2C 기업이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매우 적합한 시장이다. 뉴욕은 다인종,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그렇기에 중국∙인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업자들이 뉴욕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월가를 중심으로 세계의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투자 자본을 확보하는 것도 수월하다.

    둘째, 뉴욕 지방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前 뉴욕시장은 “뉴욕을 다시 미국, 그리고 전 세계의 기술 수도로 부활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現 시장인 빌 더블라지오 역시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스타트업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경제개발국을 통해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5곳을 지원한 바 있고,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에 대한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 및 행사를 호스트하고 있다.

    마지막은, 바로 교육이다. IT 인력 수급을 위해 코넬대학교(Cornell)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뉴욕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에는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뉴욕대학교(NYU)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들은 창업(Entrepreneurship) 프로그램 및 교과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뉴욕대학교의 Leslie eLab과 컬럼비아대학교의 Columbia Startup Lab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 근방에 위치한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와 렌셀러공과대학교(Rensselaer) 역시 훌륭한 인력 공급처이다. 최근 들어서는 실리콘앨리에 하버드∙MIT 출신 창업자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보스턴 지역의 명문대 졸업생들이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것이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IT 서비스 산업이 발전한 뉴욕에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라브 소렌슨 예일대 경영대학원 (Yale School of Management) 교수는 혁신적인 클러스터를 만드는 건 인재∙자본∙제도∙대학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새로운 IT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뉴욕의 실리콘앨리 역시 이 같은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인재들이 모여 있고, 최고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대학들이 있으며, 가장 많은 벤처캐피털 자본이 몰리는 곳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해, 실리콘앨리의 기업가들은 본인들의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IT 산업의 본질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벤처 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기술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이다.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환경에서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분명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소비자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한 예다.

    이런 때야말로 뉴욕의 실리콘앨리가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버금 가는 IT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대한 시장과 세계적인 문화, 패션, 금융 산업 등이 결합되어 ‘서비스’ 기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실리콘밸리도 다를 바 없다. IT 산업의 새로운 중심, 뉴욕 실리콘앨리를 주목하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