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민의 PERFECT ESSAY] 강한 것은 부러진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3.30 09:52
  • 간혹 영어와 한국어 속담이 흡사해 놀라는데, 그 중 하나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와 “Empty vessels make most noise”다.

    자기 말에 확신이 없으면 일단 우격다짐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은 함부로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 말에 반하는 예외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원한 것은 없고, 알면 알수록 알수없는 게 세상만사다.

    “Thou shalt not kill.”

    고어로 쓰인 이 십계명 문장을 현대 영어로 번역하면 “You should not kill others.”가 된다. 칠판에 쓰고 학생들에게 동의하는 지 물어보면 처음엔 전부 손을 든다.

    살인은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니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 문장은 종교적으론 의미가 있을 지 몰라도 현실 세계에선 합리적이지 않다. 가령 누군가가 자기를 죽이려고 칼을 쥔 채 다가온다면 이를 막기 위해 그 자를 먼저 찔러도 정당 방위(self-defense)로 풀려난다. 또한 전쟁(war)에선 적군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된다.

    이같은 설명을 해 주고 다시 윗 문장이 타당한지 물어보면 더 이상 자신있게 손을 들 수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이 문장을 순화하면 마음편히 동의할 수 있다.

    “Our reason tells us murder is an unforgivable crime.”

    극단적 표현은 합리적으로 추론할 만한 모든 가능성을 살피지 못한 채 판단을 내릴 때 생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예외가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생들 글엔 극단적 표현이 너무 잦다. 아직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강하게 써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머뭇거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함부로 단정짓는 것은 더더욱 피해야 한다.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강한 것은 부러지기 마련이다.

    다음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실전 사례를 보자.

    <Level 1>

    (교정 전) It is of paramount importance in our society to create an environment that fosters individual creativity.
    (교정 후) It is significant in our society to create an environment that fosters individual creativity.

    개인의 창의성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책무이긴 하지만 “paramount (다른 무엇보다 앞선 최고의)” 문제라고 하긴 과장됐다. 가령 민주 사회의 기본 질서의 자유와 평등에 앞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Level 2>

    (교정 전) When Gregor Samsa in Metamorphosis turns into an insect, the family imprisons him into his room, providing basic needs for life.
    (교정 후) When Gregor Samsa in Metamorphosis turns into an insect, the family confines him into his room, providing basic needs for life.

    카프카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 삼사가 곤충으로 변하자 가족들이 방에서 못 나오도록 한 것은 맞지만 이를 “imprison(투옥하다)”라고 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Level 2>

    (교정 전) Today people treat nature like garbage.
    (교정 후) Today people treat nature like disposable goods.

    현대 문명이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맞지만 “garbage(쓰레기)”로 취급하진 않는다. 무절제한 비판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 번 쓰고 버리는 “disposable goods(일회용품)”으로 대한다고 하면 합리적.

    <Level 3>

    (교정 전) Humans are blinded by emotion and thus prone to make biased judgment.
    (교정 후) Humans are vulnerable to emotion and thus prone to make biased judgment.

    인간의 모든 행위가 맹목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vulnerable to(~에 취약한)” 등 조건부를 나타내는 표현을 쓰면 설득력이 세진다.

    <Level 3>

    (교정 전) Nothing changes. We are just part of the tedious cycle that can’t even make a tiny bit of change. No one cares whether we bloomed or not, for all of us share the same end— death.
    (교정 후) Often we feel nothing changes, trapped in the tedious cycle that can’t even make a tiny bit of move. No one seems to care whether we bloomed or not, for all of us share the same destiny of death.

    너무 극단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단정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함부로 단정내리니 거북하다. 여기에 “Often(자주)”, “seem(~해 보인다)”, “feel(~이라고 느낀다)” 과 같은 단어를 넣어 합리적인 선으로 순화시켜야 한다.

    <Level 2>

    (교정 전) The Modern Times, a movie by a famous comedian actor Charlie Chaplin, accuses the modern civilization’s dreadful outcome.
    (교정 후) The Modern Times, a movie by the legendary comedian actor Charlie Chaplin, accuses the modern civilization’s dreadful outcome.

    이 경우는 반대로 표현이 모자랄 때 생기는 반감 효과를 보여준다.

    “a famous comedian actor(어느 유명한 코미디언 배우)”이라고 묘사하기에 찰리 채플린은 너무 위대하다. “legendary(전설적인)”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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