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에도 깜깜했던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체크리스트’ 공동 적용키로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10:40

- 서울 주요 6개 대학 ‘대입 전형 표준화 방안 연구 결과’ 발표
- 15개 학종 세부 평가항목 ‘체크리스트’ 학생·학부모에 공개
- 現 고3 치르는 2019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내달, 건국대서 설명회

  • 서울 주요 6개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세부 평가요소를 표준화하는 데 이어 평가요소 내 평가항목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공유한다. 이전에는 대학마다 제각각이었던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공동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경희대·서울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 등 6개 대학 입학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대입 전형 표준화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는 현재 고3이 치르는 2019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 서울 6개 대학이 15개 학종 세부 평가항목 ‘체크리스트’ 학생·학부모에 공개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DB
    ▲ 서울 6개 대학이 15개 학종 세부 평가항목 ‘체크리스트’ 학생·학부모에 공개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DB
    앞서 2016년 이들 6개 대학은 대입 준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학종 평가요소를 4개로 표준화한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평가요소 내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구체적 평가기준과 내용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었다. 때문에 학종 선발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6개 대학은 또 한 번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종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평가요소 내 평가항목별 세부 내용에 대한 ‘체크리스트’ 형태로 만들어 교사뿐 아니라 학생·학부모들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며 “이전에는 구별하기 어려웠던 세부 평가항목 등의 평가기준을 마련한 것이 지난 연구에서 나아간 점”이라고 강조했다.

    ◇헛갈리고 유사한 평가항목, ‘체크리스트’에서 명확하게 분별

    유사한 내용의 세부 평가항목이라도 체크리스트를 통해 좀더 분별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인성 내에 ‘협업능력’, ‘나눔과 배려’와 발전가능성 내의 ‘리더십’ 등 기존에 유사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협업능력은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공동의 과제를 완성한 경험이 자주 나타나는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바뀐다. 나눔과 배려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한 구체적 경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와 비교해 리더십은 ‘학생회, 동아리 등 학생 주도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가’ 등을 표기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예로, 학업역량 내 ‘탐구활동’ 과 발전가능성 내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이 기존에는 헷갈릴 수 있었다”며 “체크리스트 평가기준에서는 ‘탐구활동’은 ‘성공적인 학업 생활을 위해 적극적인 탐구 의지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미묘한 차이지만 ‘창의적 문제해결력’에서는 ‘교내 활동 과정에서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일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가’ 등을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의미의 세부 평가항목이더라도 체크리스트 평가기준에서 구별·분리해 평가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 평가요소 중 '발전가능성'의 세부 평가항목 별 체크리스트 내용 일부.
    ▲ 평가요소 중 '발전가능성'의 세부 평가항목 별 체크리스트 내용 일부.
    평가요소들은 지난 연구와 동일하다.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이다. 연구진은 “어느 한 요소를 콕 짚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정량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각각 25%의 비율로 나눠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평가요소 내 세부 평가항목은 15개로 나뉜다. ‘학업역량’에 대한 세부 평가항목은 ▲학업성취도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활동이다. ▲전공관련 교과목 이수 및 성취도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 ▲전공 관련 활동과 경험은 ‘전공적합성’, ▲협업능력 ▲나눔과 배려 ▲소통능력 ▲도덕성 ▲ 성실성은 ‘인성’에 포함된다. ‘발전가능성’에는 ▲자기주도성 ▲경험의 다양성 ▲리더십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한다.

    세부 평가항목끼리는 중복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예를 들어,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수험생이 과학 시간에 발효 음식에 대해 발표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학생은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 ▲전공관련 활동과 경험 ▲자기주도성 등 여러 분야의 세부 평가항목에 걸쳐 평가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 평가요소와 세부 평가항목 표준안
    ▲ 평가요소와 세부 평가항목 표준안

    연구진은 “이번 학종 평가요소 내 항목별 세분화는 해당 전형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학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내용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안내”라며 “학종 평가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4년제 대학 63곳이 학종 서류평가에서 평가요소로 가장 많이 제시한 단어가 ‘인성’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핵심 평가요소로는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학업역량 등이 있다. 이들 대학 학종 서류평가에서 확인된 평가요소 키워드는 총 228개다. 이 가운데 '인성'과 관련된 평가요소가 전체의 29.8%(68개)를 차지했다. 이어 발전가능성(26.8%, 61개), 전공적합성(19.7%, 45개), 학업역량(15.8%, 36개) 순이었다. 이들 대학은 내달 4일 건국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알리기 위해 고교 진로진학 담당교사와 대학 입학처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