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아이가 걱정이라면…“아이 바꾸려 말고 참고 기다려주세요”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3.20 16:04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이 말하는 내향적 아이 코칭법

  •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은 “내향형 아이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마라”며 “내향형 아이만의 표현이나 행동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강점을 키울 수 있게 도와라”고 조언했다. / 양수열 기자
    ▲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은 “내향형 아이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마라”며 “내향형 아이만의 표현이나 행동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강점을 키울 수 있게 도와라”고 조언했다. / 양수열 기자

    “부모가 인정과 기다림을 통해 내향적인 아이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16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상담실에서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은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외향적인 이 소장에게는 내향형 딸이 있다. 아이 성향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와 틀어질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잘못한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 내뱉지 않았다.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지, 단순히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이 소장은 내향형인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이의 기질을 존중해 잠재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무엇보다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누구든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기질이 있어요. 주변 환경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기질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영유아기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때 타고난 기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은 아이는 그 기질적 성향의 강점을 발휘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반대로 어릴 적 타고난 기질을 왜곡 당한 아이는 세상의 방식에 자신을 맞추려고 끊임없이 애를 씁니다.”

    ◇자기 내면 탐색에 집중하는 ‘내향형’ 아이

    심리학자 융(Jung)에 의하면 외향성과 내향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내면에서 그 힘을 찾는다면 ‘내향형’, 외부에서 찾는다면 ‘외향형’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외향적인 아이들은 외부 자극에 굉장히 민감할 뿐 아니라 호기심이 많아서 이를 활용해 에너지를 얻는다”며 “반면 내향적 아이들은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내면에서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더 집중적으로 탐색한다”고 설명했다. “외향형 아이들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말도 빨라지고 더 많은 표현을 사용해요. 이와 달리 내향형 아이들은 낯선 질문을 받았을 때 자기 내면을 탐색하느라 느리게 대답하는 경향이 있죠. 정확한 표현을 쓰는 걸 좋아해 상대적으로 표현의 가짓수도 적은 편입니다.”

    이 소장은 내향적 아이를 여러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자기몰두형 아이’ ▲친구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외톨이형 아이’ ▲대답하지 않는 ‘무심형 아이’ ▲갑자기 화를 내는 ‘감정폭발형 아이’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불안형 아이’ ▲행동이 굼뜬 ‘느림보형 아이’ 등이다. 그 중 ‘느림보형’은 모든 일상에서 말과 행동이 느린 아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느림보형’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 소장의 딸은 ‘느림보형’에 속했다. “딸이 중학교 3학년일 때였어요.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자기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학교에 못 가겠다고 얘기하더군요. 대신 마음 정리가 끝나면 학교에 가겠다고 제게 약속했죠. 보통 등교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지만, 그날은 딸이 정오쯤 학교에 갔습니다. 딸아이에게는 현실적 타임보다 심리적 타임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 소장은 특히 성격이 급한 부모가 내향형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소장은 “내향형 아이의 입장에서 성미 급한 부모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이는 부모 말을 억지로라도 따를 수밖에 없고, 그러다 결국 자신의 시간을 고려해주지 않는 부모를 견디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성격 급한 부모와 내향적인 아이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고 가정해 볼게요. 민트와 바닐라 맛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내향적 아이는 ‘민트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면 우리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까’ 등 자신의 선택과 관련해 여러 생각을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런데 부모는 아이에게 빨리 고르라고 재촉하곤 하죠. 이러한 부모의 다그침에 아이는 답답함과 무기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내향형 아이들에게 새 학기는 항상 어렵다. 특히 내향형 가운데 ‘불안형’ 아이들은 더 큰 심리적 불안을 겪기 쉽다. 부모는 아이의 성격을 감안,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이 소장은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적응하기도 버거운데, 새 학기라고 이 학원, 저 학원을 새로 등록한다면 내향형 아이들은 ‘번 아웃(Burnout)’을 겪을 것”이라며 “아이가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좋아하는 놀이나 활동을 부모가 함께해 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 양수열 기자
    ▲ / 양수열 기자

    ◇섬세하고 정서 지능 높은 내향형 아이…강점 살릴 수 있게 도와야

    일반적으로 내향형 아이들은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체로 섬세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정직하다는 강점을 가진다. 규칙을 잘 지키고 예의 바르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경향도 보인다. 이 소장은 “내향형 아이들은 친구를 사귈 때에도 깊은 관계를 좋아하고 공감과 배려가 깔린 소통을 하고 싶어 한다”며 “부모가 이런 점을 잘 발견해서 칭찬하고 인정해 주면 정서 지능 발달에 더욱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향형 아이는 또 보편적인 방식보다 창의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깊게 고민한 끝에 근거 있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 중에 예술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소장은 “내향형 아이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만족감 높이기 3단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승리한 기억’을 하나씩 모아두고, 그 기억을 다른 영역으로 연계해 자신만의 목표를 만드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학습 면에서 내향형 아이는 단순 암기보다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 소장은 “내향형 아이는 영어단어 50개를 외우는 것보다 전체 맥락에서 해당 단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부터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 내용의 의미와 타당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적절한 학습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아이가 학습에 몰두하게 하려면 호기심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특정 주제에 집중하게 하는 ‘강력한 질문’이 효과적이다. 이는 아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호기심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어떤 분야든 아이가 본질을 파고든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를 보면서 ‘이 차는 사이드미러가 없어요. 다른 차하고 그게 다른 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치죠. 그러면 부모는 ‘차에 사이드미러가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등 연이은 질문으로 아이가 의문을 품도록 이끄는 거죠.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내향형 자녀를 둔 부모는 대부분 아이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싶어한다. 학교생활이나 입시 준비에서 외향적인 아이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외향형, 내향형이라는 기질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이 소장은 “내향적이던 사람이 자라면서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느끼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아이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 성향을 걱정하기보다는 내향형 아이의 강점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여주세요. 그러면 성격이 내향적이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자리에서 자기 나름의 소신과 타당성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