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미투'에 교수들 직접 나섰다… 여교수 중심 '미투 선언' 확산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18 15:20

- 교수단체 단독 ‘미투’ 선언…전국 44개 大 여교수協 ‘첫발’
- 전국교수 단체 ‘민교협’도 여성단체와 ‘미투’ 선언
- “여성교수뿐만 아니라 전체 교수 나서야 할 것”

  • 대학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도 나섰다. 전국 1000여명의 여교수들이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최근 일부 교수단체는 여성단체들과 ‘미투 운동’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수면 아래 있던 교수들의 성추행 혐의가 “나도 당했다”며 속속들이 드러나는 가운데 여교수들을 중심으로 ‘미투 운동’ 지지 선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미투 운동’이 몰아치면서 제기됐던 교수·강사 등 성추행 혐의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는 가운데 교수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전국 44개 대학 교수회 소속 1000여명의 교수가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일부 교수단체들이 여성단체들에 섞여 목소리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순수 교수들의 목소리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내‘미투, 위드유’ 집회 참여자들 모습. /조선일보 DB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내‘미투, 위드유’ 집회 참여자들 모습. /조선일보 DB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는 공동 선언문을 통해 “미투 운동이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한국 사회에 묻혀 있었던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의 문제가 미투 운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게 자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함에도 성폭력·성희롱·성차별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이번 운동이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부터 더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화숙 서울대 여교수회장은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 본질적인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문화 개선을 위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하며 특히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5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여성단체들과 함께 ‘미투 운동’ 지지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미투 운동’을 개인의 고발에서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이끌기 위한 연대 조직으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란 이름으로 15일 출범했다. 민교협 대표로 출범식에 참여했던 김귀옥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미투 운동이 일어날 소지를 만들고, 또한 현재 열심히 일어난 곳이 대학임에도 교수들이 무엇을 했는지 반성과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수단체들의 미투 운동 선언에 대해 조승래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물론 여교수들의 ‘미투 운동’ 지지 선언이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대학 내에서의 잘못된 관행들도 척결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운동에 여교수뿐만이 아닌 전체 교수들이 나서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