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취업·여가까지 ‘화면’으로…Z세대 일상 파고든 ‘동영상 콘텐츠’
최서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16 11:09

-필요한 정보, 글보다 ‘동영상’ 검색
-정보 큐레이션 시대… 콘텐츠 감시·비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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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선일보 DB

    #올해 대학 졸업반인 최영우(가명·26)씨는 취업 준비에 유튜브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토익·한국사능력검정시험·한자능력검정시험 등 각종 ‘스펙 쌓기용’ 시험부터 기업 분석, 면접 노하우 등 입사 전략까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공부한다. 최씨는 “유튜브에 ‘토익’이라고 검색하면 ‘토익 문법 총정리’, ‘적중 특강’ 등 자료가 가득 나온다”며 “굳이 학원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동영상으로 공부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Z세대’로 불리는 대학생의 일상에 동영상 콘텐츠가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세대로, 인터넷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성향을 보인다. 라디오·TV·책보다 인터넷을 애용하며, 인터넷 중에서도 글이 아닌 ‘동영상’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실제로 청년 구직자 2명 중 1명은 뉴스를 직접 읽지 않고 유튜브의 뉴스 해설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8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직장인과 대학생 392명에게 ‘온라인 동영상 시청’에 대해 물은 결과 48%가 ‘뉴스를 해설해 주는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또 70.9%가 ‘(학원 대신)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스펙(토익·자격증 등) 대비를 한 적 있다’고 답했다.

    ◇글로 공부하는 시대는 가라… ‘동영상’으로 배운다

    과거엔 ‘~하는 법’을 검색해도 네이버나 구글 등에서 텍스트 위주의 자료를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글로 된 텍스트보다는 동영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사례가 늘었다. 일례로,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관련 강의를 듣고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며 성적을 인증하는 글이 넘친다. 한 취업 준비생은 “유튜브에서 테스트 대비 무료 강의를 들었다”며 “강의 시간도 짧은 편이라 듣기 편하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튜브에 ‘취업’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대기업 취업 준비하는 방법,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취업 뭐부터 할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면 겪게 되는 일들’ 등까지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책과 학원을 통해 정보를 통으로 습득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운동 등 취미 생활이나 일상에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학생 이진영(가명·22)씨는 “유튜브에서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 ‘마일리 사이러스 하체 운동’ 등 동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 한다”며 “(동영상을 이용하니)집에서 내가 편한 시간에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훈(가명·23)씨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직접 하기보다는 유튜브로 게임 해설 동영상을 즐겨본다”며 “한 가지 동영상을 검색하면 관심 분야를 기반으로 추천 영상을 제공해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대가 유튜브를 통해 자기만의 동영상 콘텐츠로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안경잡이’ 채널을 설립한 김태현(27)씨는 “영상이 직관적이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에 좋은 매체”라며 유튜브로 창업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글, 카드뉴스, 음원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봤는데 그 중 영상에 대한 호응이 가장 좋았다”며 “영상이 정보를 기억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타인과의 ‘소통 창구’로도 유튜브가 활용된다. 채널 ‘lovelyMOON달블리’를 운영하는 문지윤(21)씨는 ‘서울대학생의 계절학기’ ‘대학생의 군인 면회’ ‘개꿀잼 달블리의 하루’ 등 일상에 관련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올려 많은 구독자의 관심을 얻고 있다. 문씨는 “동영상을 올리면 외국인에게도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다”며 “유튜브는 전세계인이 이용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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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적·비도덕적 콘텐츠에 대한 감시도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디어에 익숙한 환경 속에서 자란 세대의 특징이라고 분석한다. 오현주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인터넷에 넘쳐 나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것만 잘 추려서 요약하고 이해하기 쉽게 가이드해 주는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지금의 Z세대는 글보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쉽게 볼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 세대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어를 공부하더라도 영어 문법부터 회화까지 방대한 양의 영어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자격증의 원하는 등급을 가장 빠르고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주는 자료를 찾는 것이다. 오 강사는 “지금 10대 청소년 역시 공부하거나 여가를 보낼 때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세대가 동영상을 찾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관심을 얻기 위해 정보를 더 자극적으로 편집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내보내는 가짜뉴스도 늘고 있어서다. 또 젊은 세대가 폭넓고 깊이 있게 정보를 습득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골라주거나 추천한 정보만 받아들이면서 단편적 사고만 하게 되는 점도 문제다. 오 강사는 “동영상 콘텐츠 관련 시장의 확대에 따라 상업적이고 비도덕적인 콘텐츠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