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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학습의 중요성은 망각곡선부터 시작해서 뇌구조 분석에 이르기까지 워낙 잘 설명한 글들이 많아서 굳이 그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도 별로 없다.
그러나 이때의 반복은 숏-텀(short term)의 반복을 의미한다. 단기 혹은 중기의 반복을 통해 잊어버리는 현상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반복은 특히 영어 단어 외우기와 같은 단순 암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처럼 단순히 숏-텀(short term)의 반복을 해야 머릿속에 잘 들어간다는 이유 말고도 고등학교 공부는 또 다른 차원의 반복을 필요로 한다. 바로 롱-텀(long term)의 반복이다. 중학교 공부는 내용의 깊이가 깊지 않으므로 한 두 번의 공부만으로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또 1차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앞뒤나 전체를 연결해서 공부해야 할 만큼 복잡하지 않다. 그만큼 반복을 하지 않아도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고등학교 공부는 한 번에 이해해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구조도 2,3차원적이어서 여러 번 공부해야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긴다. 처음 공부할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공부했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는 소위 ‘아하!’ 현상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무슨 책이든 10번만 읽으면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고등학교 공부는 여러 번 반복하여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을 깨닫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의 반복은 단순히 여러 번 공부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이해와 깨달음 그리고 자연스런 암기되어짐을 위한 것이다.
그럼 왜 이러한 반복을 롱-텀의 반복이라고 불렀을까? 숏-텀의 반복은 짧은 기간(예를 들면 며칠이나 한두 주 정도) 동안 작은 분량을 여러 번 반복해서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롱-텀의 반복은 몇 개의 개념단위를 다 공부하고 나서 그 개념단위들 전체를 다시 공부할 때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최소한 몇 주에서 몇 개월 단위의 반복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영단어집 1일치~3일치 까지를 공부하고 내일은 1~5일치 까지를 공부하고 모레는 1~7일치를 공부하여 반복하는 것은 숏-텀의 반복이다.
사회 과목의 중간고사 시험범위를 공부하고 시험 전에 한 번 더 복습하는 것도 역시나 숏-텀의 반복이다. 그러나 수학의 식-방정식-부등식 부분을 1회독 하고나서 다시 복습하는 것은 롱-텀의 반복이다. 고등학교 공부는 이러한 롱-텀의 반복을 많이 해야만 정복할 수 있다.
롱-텀의 반복에 관한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중학교 때는 방정식과 함수의 상호 관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차례의 공부를 반복하고 나서 형식적이나마 몇 가지 사실(방정식의 근은 함수의 x절편과 같다 같은 것)만을 가지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도대체 왜 정리해 놓은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식을 보고 어떤 때는 도형의 방정식(ax+by+c=0)이라고 부르고 어떤 때는 함수(y=ax+b)라고 부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공부를 반복하면서 미지수의 개수나 식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좌표평면상에 표시 하는 것 등을 통해 식은 같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개의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등학교 공부 중에 수학 말고 ‘아하!’ 현상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과목이 물리다. 역학-열역학/유체역학-전자기-광학/파동-현대물리 에 이르는 큰 줄기는 결단코 한 두 번의 공부로 정복할 만큼 만만하지 않다. 제대로 된 공부를 원한다면 반복학습은 기본이고 대학 일반물리까지의 심화학습이 요구된다.
이해는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새롭고 고차원적이며 잊어버리지 않는 암기를 선물로 준다. 그리고 그것은 고등학교 공부의 바다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롱-텀(long term)의 반복이 고등학교 공부의 바다에서 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