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조사] 대입 앞둔 고교생보다 초등생이 학원 더 다닌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15 14:42

- 교육부,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
-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경신…5년 연속 증가
- 10명 중 7명 방과후 학원 전전… 사교육 참여도 ‘초>중>고’ 순

  • 당장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10명 중 5명꼴로 사교육을 참여하는 반면에 이제 갓 공교육에 입문한 초등학생은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초·중·고 학생 10명 중 7명이 방과후 학원을 전전하며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영어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해 영어 사교육비는 줄고, 국어·수학은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과목별로는 특히 예체능 교과 및 취미·교양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12.9% 증가해 국·영·수 등 일반교과의 증가세(3.4%)를 크게 앞섰다.

  • 초중고 학생들 10명 중 7명 꼴은 학원이나 과외, 학습지 등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DB
    ▲ 초중고 학생들 10명 중 7명 꼴은 학원이나 과외, 학습지 등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DB
    교육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과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1484개교 학부모 4만여명을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5.9%(1만5000원)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18조6223억원)은 학생 수가 전년보다 2.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18조606억원)보다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첫 조사 이후 해마다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다.
  • 초중고 전체 사교육 참여율(%)2007~2017 / 교육부 제공
    ▲ 초중고 전체 사교육 참여율(%)2007~2017 / 교육부 제공
    ◇ 초중고 학생 사교육 참여율 70%…사교육 참여시간도 ‘초>중>고’ 순

    이번 발표에서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70.5%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70%를 넘어섰다. 10명 중 7명꼴로 학원이나 과외, 학습지 등 방과후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사교육 참여율은 첫 조사인 2007년 77%를 기록한 이후 점점 감소하다 지난해 처음 반등했다.

    사교육 참여율을 학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82.3%, 중학생 66.4%였다. 반면 고등학생은 55.0%였다.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을 고등학생 10명 중 5명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에 비해, 초등학생은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원 등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초중고교생의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평균 6.1시간으로 전년 대비 0.1시간 늘었다. 초등학생은 6.7시간, 중학생 6.4시간, 고등학생 4.9시간이었다. 과목 유형별로는 교과 3.9시간, 예체능 및 취미·교양 2.1시간이었다.

  •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 제공
    ▲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 제공
    ◇ 영어 절대평가 ‘풍선효과’도 …영어 사교육비 제자리, 국어·수학은 증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가 2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은 2만2000원이 올랐다. 중학교는 27만5000원에서 29만100원으로 1만6000원(5.7%), 초등학교는 24만1000원에서 25만3000원으로 1만2000원(4.8%) 늘었다. 고교 사교육비가 많이 증가한 이유로는 대입에서 수시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일찍부터 내신과 수능 모두를 챙겨야 하고, 입시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고교생 사교육비 관련 지난해 특이사항으로는 국어와 수학의 증가 폭이 컸다는 점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며 변별력이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어는 7만9000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0.5% 증가) 이었다. 반면 국어는 2016년 1만6000원에서 2017년 1만8000원으로 14.2% 증가했다. 실제로 국어는 지문이 길어지고 새 유형이 많아지기도 했다. 수학도 7만6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3.3% 늘었다. 이외에도 사회·과학 8.5%, 제2외국어 10.5%, 논술 0.5% 등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 '교과 월평균 사교육비'와 '예체능 및 취미교양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 제공
    ▲ '교과 월평균 사교육비'와 '예체능 및 취미교양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 제공
    ◇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비 크게 늘어

    사교육비 증가는 예체능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 사교육비 총액은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피아노, 성악, 서양화, 서예, 태권도, 무용 등 예체능과 바둑, 로봇교실, 유행(방송)댄스 등 취미·교양 등 예체능은 5조원으로 9.9%나 올랐다. 실제로 1인당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는 19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3.4%(6000원) 증가했으며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7만2000원으로 12.9%(8000원) 늘었다.

    교육부 교육통계과 측은 “예체능 과목과 취미·교양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교육의 목적이 다양해졌다, 전체 사교육비가 늘어나게 된 주원인”이라며 “인공지능 알파고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교과보다 예체능 사교육이 큰 폭의 증가 폭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