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성인 사교육 시장,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움직인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3.14 10:01
  •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05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초중고 학생수는 2000년 795만명에서 2016년 588만명으로 약 26% 가량 줄었고, 수능 응시자 수 역시 지난 5년간 10만명 이상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 비즈니스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입시 위주의 사교육 시장이었다면, 최근에는 성인 사교육시장으로 그 중심축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성인의 직무관련 평생학습 참여율은 2010년 15.1%에서 2015년 27.7%로 크게 늘었다. 성인 대상 직업기술 학원 역시 2010년 3192개에서 2016년 4244개로 약 33% 가량 증가했다. 지난 칼럼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성인 실무교육 전문기관인 강남의 A 학원의 경우 3년 6개월만에 누적 수강생 2만명을 돌파하고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학원의 코딩∙데이터 사이언스 수업료는 400-500만원대 (3개월 기준)에 달하지만 20%의 고객이 재수강을 신청할 만큼 인기가 좋다.

    이 같은 성인 교육시장의 강세는 향후 더 가속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해당 연령층이 차지하는 인구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25세 – 50세 사이의 인구수는 2000만명에 달한다. 또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실버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실버교육 시장 규모는 2010년 3594억원에서 2020년 1.1조원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서부권 국가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6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원데이유니버시티(One-day University)가 있다. 참석자 대다수가 50대 이상이며, 가장 큰 특징은 유명한 대학교수들을 지역 커뮤니티로 초대해 경제, 정치, 문화 등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기 강의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매달 1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온라인 컨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오전 오후 각각 2과목씩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종일반의 수업료는 약 20만원이며, 반나절만 수업을 들으면 10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

    X세대와 Y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성인 교육의 대표 주자로는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가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제너럴 어셈블리는 SW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연 매출만 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전 세계 20개 도시에서 재교육을 위한 코딩 및 프로그램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유사업체인 플랫아이언 스쿨(Flatiron School)의 경우도 약 12주동안 1200만원 - 1500만원 사이의 학비를 받고 코딩 교육을 진행하여 학생들을 프로그래머로 성장시킨다. 프로그래밍에 초보자들도 단기속성 프로그램을 통해 벤모, 뉴욕타임스 등 쟁쟁한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평균 취업률은 98%, 초봉은 최소 7000만원에 달한다. 플랫아이언 스쿨은 2017년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WeWork)에 인수되었다.

    한국의 경우 평생 교육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인 실무교육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성인교육시장은 2조원 - 5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19세까지의 교육 시장이 20조원 정도인 것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다. 인구 수만 비교하더라도 성인층이 청소년층보다 약 3-4배 이상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성인 교육시장의 가치는 현저히 저평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 시간은 258.9시간으로 이미 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3-40대 직장인들은 학원에 익숙한 세대다.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사교육을 받으며 자기계발에 힘쓴다. 심지어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경향까지 있다. 해당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대학교•대학원에서 습득한 지식들을 10년, 20년 써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필자 역시 응용통계학과 경영학, 2개의 석사 과정을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를 맞추려면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학위, 자격증, 시험 점수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직업 하나로 인생을 살아가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자연스럽게 직장인과 실버시대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입시 교육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성인 교육 시장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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