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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WHO 게임중독 질병 분류한다는데…청소년 낙인 우려?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2018.03.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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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재단 토론회서 반대 측 “진단기준 논란 여지 있어”
-찬성 측 “정식 진단 통해 전문 치료받을 기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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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조선일보 DB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정식 진단은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오는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9일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WHO는 국제질병분류(ICDㆍ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1차 개정안에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WHO가 ‘게임장애’를 ICD에 포함하면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도 이같이 등재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지난달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겠다는 WHO의 ICD-11 개정안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국내에서도 한 차례 있었다. 2016년 초 보건복지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 보고한 ‘정신건강종합대책’ 중 인터넷ㆍ게임 과몰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계획이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게임산업 담당 문화체육관광부와 인터넷산업 담당 미래창조과학부가 보건복지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백지화된 바 있다.

◇ ‘게임장애’ 진단기준 놓고 갑론을박…“청소년 낙인 우려”

지난 9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의 발제자들은 '게임장애'라는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ICD 초안에는 ‘게임장애’의 진단기준으로 모든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시함으로써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 여러 영역에서 겪는 심각한 손상 등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중독’의 핵심 증상인 내성과 금단증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빠져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진단기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게임중독의 진단기준과 여기에 해당하는 유병률을 따지는 진단 역치는 아직 평가 중”이라며 “얼마나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 중독인지, 어떤 게임을 하면 더 나쁜지 따지기 어려워 역치 역시 정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게임중독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노시보효과처럼 '게임장애'로 인한 새로운 병리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며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거나 사회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결국 게임장애 진단과 관련한 논의는 보건의료계나 게임계의 입장만을 놓고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을 비롯한 일부 참석자들은 ‘게임장애’ 질병 등재로 인해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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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2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김봉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 전경란 동의대 디지털콘텐츠공학과 교수,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유원준 미디어아트 채널 '앨리스온' 디렉터(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찬성 측 “진단기준 합의 이미 형성”, “치료 통해 더 큰 문제 막아야”

그렇다면 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4년부터 WHO는 관련 TF를 구성해 주요 국가 중심으로 관련 학자들과 게임중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해왔다”며 “2016년부터는 베타버전과 학회지 등을 통해 1년 6개월 정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현 추진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초안에 진단기준으로 명시된 ‘심각한 기능적 손상’은 이미 미국정신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등 학자들 간 어느 정도 의견일치(Consensus)가 된 상태”라며 “예컨대 진단기준처럼 게임 때문에 부모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고 집을 가출하는 등 주요 기능에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되는 ‘게임장애’ 유병률은 1~2%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게임중독에 대한 정식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중독이 정신질환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정식 진단을 통해서만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이 ‘게임장애’ 진단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권 교수는 “예를 들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ㆍ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의 경우, 청소년들에게 이런 진단명이 내려지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기회가 생겼고 그로 인해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며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진단하지 말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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