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의 자질, 대입에서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11:10

-신찬수 서울대 신임 의과대학장 인터뷰
-“서울대 의대 모든 입시전형서 ‘적성·인성 평가’ 도입 검토 중…입학본부와 협의”

  •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신찬수 서울대 신임 의과대학장은 “훌륭한 의사는 지식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도 지녀야 한다”며 “대입에서부터 인성 갖춘 인재를 선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현호 객원기자
    ▲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신찬수 서울대 신임 의과대학장은 “훌륭한 의사는 지식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도 지녀야 한다”며 “대입에서부터 인성 갖춘 인재를 선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현호 객원기자

    “서울대 의대 입시 지원자 전체에 대해 적성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에 취임한 신찬수(56·내분비내과 교수) 학장은 조선에듀와의 인터뷰에서 “약관(弱冠·스무 살)의 나이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서울대 의학 교육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인성과 의사로서의 소양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의대 동기생 집단 성추행 사건과 의사의 환자 성추행,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집단 감염 등 의대생과 의사들의 비윤리 행태가 잇따르자,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학업역량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가치관 등도 더욱 중요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달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관 학장실에서 만난 신 학장과 함께 향후 서울대 의대의 입시와 교육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의대생 선발부터 ‘적성·인성 평가’해야… “입학본부와 협의 중”

    신 학장은 의대 입시에서부터 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지난 2013학년도부터 일부 전형에서 수험생이 의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인성, 적성 등을 평가하는 ‘적성·인성면접’을 실시해왔다. 이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다중미니면접(MMI·Multiple Mini Interview)으로 알려져 있다. 면접관이 있는 5개의 방을 돌며 상황제시형(4개·각 10분)과 제출서류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1개·20분)으로 치러진다. 현재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학사 편입학전형 등 일부 대입 전형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정시모집의 경우 ‘통과/탈락(Pass/Fail)’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신 학장은 “서울대 의대가 시행하는 적성‧인성면접은 의사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질과 특성을 함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앞으로 모든 의대 입시 전형에서 적성‧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대입 전형뿐 아니라 의대 선발인원 전체에 대해 적성‧인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전형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똑같은 방식의 적성‧인성면접을 적용할 계획은 아니며, 최소한의 검증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입학본부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신 학장은 이 같은 평가 자체가 수험생들의 윤리 의식을 고취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학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기존의 학업 능력뿐 아니라 적성과 인성을 함께 평가함으로써 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의료 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며 “의과대학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 의대는 내실 있는 적성‧인성면접 평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는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좀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평가 과정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해 매년 대상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면접실별 진행을 다층적인 구조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 전형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추수관리(이력관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신 학장은 “2013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처음으로 적성·인성 면접을 도입했기 때문에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의대 특성상 졸업 이후 인턴이나 전공의 과정 등 몇 년간의 상황을 지켜본 이후 이전과의 변화나 효과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조현호 객원기자
    ▲ / 조현호 객원기자

    ◇ 의대 입시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길러라”

    신 학장은 올해 서울대 의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입시 유‧불리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기 계발에 필요한 노력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경험해야 최종 선발과정인 면접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학장은 “의료인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만 깨친다고 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대응, 적절한 시점에 의사 결정, 다양한 상황에서의 소통 등 다채로운 역량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자기 계발에 주력하라”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내용을 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자신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대 의대 적성·인성면접을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 대다수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에서의 생각 정리가 필요한 면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주제)에 대한 관심과 독서, 의사로서의 자세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찰 등이 도움될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학부모에게도 자녀의 선택과 판단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 학장은 “입시가 합격과 불합격으로 판가름 되기 때문에 자녀의 사소한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이런저런 소문에 중심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러나 부모가 떠먹여 주는 학습에 길들여진 학생은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차 퇴화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