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조금만 더' 재촉은 금물… 강요 말고 관심을 주세요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2018.02.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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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아들 서울대 보낸 비결… '워킹맘' 이진아씨 인터뷰

온종일 게임에만 매달린 아들…
자유 줬더니 오히려 싫증 느껴…
학습 흥미 찾은 아이에게 응원만

좋은 자극 받도록 돕는 게 중요…
부모의 관심이 자녀에겐 큰 힘

"엄마가 워킹맘이라 참 다행이야."

얼마 전 워킹맘 이진아(47·네이버 근무)씨는 아들 유병규(19)군의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아들은 최근 서울대 산업공학과 합격증을 받았다. 명문대 의대를 포함해 지원한 다수의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아들이 감사 인사로 건넨 첫마디였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워킹맘은 늘 아이 앞에서 죄인이에요. 시간을 마음대로 내줄 수가 없으니까요. 어디 아이 앞에서뿐일까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 앞에서, 주변 엄마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죠. 하지만 아이가 엄마의 부족한 점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봐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인 아이가 우등생 되기까지

초등학교 때까지 유군은 그야말로 게임중독자였다. 주변에서는 그를 게임 폐인이라 불렀다. 방과 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온종일 게임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이씨는 심하게 지적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컴퓨터 코드를 뽑는 특단(?)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그 역시 걱정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워킹맘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어차피 곁에서 내내 감시할 수 없을 바에야 아이를 긍정적으로 봐주자고 여긴 것이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한다면 게임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자 마음먹었다. 대신 아이가 되도록 주말에만 게임을 하도록 유도했다. 주말에 실컷 게임을 하고, 평일에는 하루 일과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이게 웬 떡이냐며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주말에 게임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주말 내내 질릴 때까지 게임을 하다 보니 점차 흥미를 잃은 것이다.

이씨는 "제가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게임에 매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쉬움이다. 부모 눈치 보면서 하다 보니 늘 아쉬움이 남아서 더 게임에 매달린다. 오히려 주말에 충분히 하라고 자유를 줬더니 게임의 재미를 충분히 맛본 아이가 곧 싫증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아이는 게임 대신 공부에 점차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참가한 게임 프로그램 관련 캠프에서 만난 수상자가 "게임개발자 등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해준 덕분이었다. 난생처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해 치른 시험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받은 유군은 점차 학습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학원도 그 무렵 처음 다녔다. 그 뒤로 조금씩 성적이 오를 때마다 이씨는 누구보다 기뻤지만,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결코 우수한 성적이 아니었지만 전보다 나아지고 있음에 큰 의미를 뒀다. 처음부터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기에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성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올랐다. 주변에서는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와 함께 찾아간 학원에서 그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는 것. 합격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씨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번 도전해보든 하지 않든 아이 선택에 맡길 것이며,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응원해 주겠다고 했다. 결국 유군은 제일 하위권 반에 들더라도 학원에 등록해 수업 듣는 쪽을 택했다. 경쟁의식이 발동한 아이는 두 달 만에 해당 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렇게 점차 높은 수준의 반으로 이동했고, 입시가 임박해서는 가장 잘하는 반에 소속돼 있었다.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였어요.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죠. 만약 오랜 기간 준비하고 기대가 컸다면 좌절감도 컸을 거예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얻은 게 많다고 여겼어요. 그렇게 털어내고 일반고에 진학한 덕분에 슬럼프 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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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서울대에 보낸 워킹맘 이진아씨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결정하라”며 “학습 면에서는 자극받을 수 있는 환경에 아이를 데려다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영근 기자

◇"부모가 조급해하면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

이씨가 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유군은 학교장추천을 통해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내신 석차 1등(이과)을 유지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워낙 공부 잘하는 친구가 많아서 시험 볼 때마다 등수가 엎치락뒤치락했다. 내신 공부하기도 바빠서 흔히 말하는 다른 대외활동이나 교내활동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기에 입시에 대한 압박감이 더 컸다.

"아이가 내신 성적을 잘 받을수록 엄마로서는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보는 눈이 많아져서요. 수시에 지원하려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거나 그렇게 준비하면 안 된다, 사교육을 더 해야 한다 등등 주변에서는 저희를 두고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 말의 결론은 대개 엄마가 워킹맘이라 입시 정보에 밝지 못해 그렇다는 식으로 마무리되곤 했죠."

이씨는 학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우연히 학부모 모임에 나갔다가 다른 엄마들의 입시 얘기에 말문이 막힌 것이 계기가 됐다.

"마음 한편으로는 '워킹맘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에요.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니까 알아서 할 거라고만 여겼죠. 퇴근하고 돌아오면 온종일 회사 일에 시달린 것만 생각하고 쉬기 바빴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아이가 놓인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험생일 때는 당연히 입시를 알아야 하는 거고요. 그래야 아이는 물론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부터 그는 입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관련 책도 읽고 기사도 살폈다. 하지만 절대 아이에게는 티를 내지도 그 어떤 압박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부담을 느낄 아이가 더 힘들어할까 봐 걱정돼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식사자리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전형에 대한 생각을 말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당연히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제가 워낙 바쁜 걸 아이가 잘 알기에 그런 상황에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에 아이가 고마워했던 것 같아요. 고 3처럼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에 놓인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부모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의 성적에 대해서도 욕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수시 시즌에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절대 재촉하지 않았다는 이씨는 "상위권 자녀를 둔 부모들은 흔히 '조금만 더'를 바라곤 한다"며 "그것을 티 내면 아이가 몹시 힘들어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많은 워킹맘에게 과도하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은 처음부터 자녀교육에 완벽했을 것 같지만, 제 경험에 비춰보면 아이보다 더 부족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할 때도 있다"며 "엄마도 아이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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