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생만 입사” 지자체 운영 장학숙 전문대학생 차별 논란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21 14:25

-전문대교협, 올해 전국 장학숙 입사생 선발요강 분석
-수능·내신 반영비중 높아… 사실상 전문대학생 제한
-“전문대학생 입사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전문대 쿼터제 도입해야”

  • 새학기를 앞두고 한 대학생이 전·월세, 하숙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 새학기를 앞두고 한 대학생이 전·월세, 하숙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대도시 지역에 설립한 대학생 기숙시설(장학숙)이 4년제 대학생 위주로 운영돼 전문대학생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전문대학생은 입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곳도 있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 있는 장학숙의 2018년 입사생 선발요강을 분석한 결과, 성적 위주 선발 기준 등으로 전문대학생의 입사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장학숙이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기숙 시설로,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장학관, 향토학사, 생활관, 영재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장학숙을 운영하는 21개 지자체는 강원도(강원학사), 경기도(경기도장학관), 경상남도(남명학사), 경상북도(경북학숙), 광주광역시·전라남도(남도학숙), 전라북도(서울장학숙), 제주도(탐라영재관), 충청북도(충북학사) 등이다.

    전문대학생의 입사 신청을 아예 금지한 장학숙도 있다. 경북학숙과 충북학사는 입사 자격에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및 재학생’을 명시해 전문대학생은 지원할 수 없도록 했다. 전문대학생에게 입사 지원을 허용하는 장학숙도 입사 선발기준이 대개 수능 성적이나 고교 내신 성적만을 가지고 선발해 사실상 전문대학생의 입사를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부 전문대학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민섭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은 "입사 자격을 일반대 학생으로 제한하거나 성적에 높은 비중을 둬 선발하는 것은 성적 중심 경쟁을 유도하는 학벌주의 사고이자 다양한 진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차별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지자체 기숙시설이 4년제 대학생 위주로 운영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맞지 않은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전문대교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 장학숙과 지자체에 건의서를 보내 전문대학생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등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전문대 학생을 받지 않았던 경북학숙은 내년부터 전문대학생도 지원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황보은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성적 위주의 선발은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진로 선택의 기회를 차단하는 차별적이고 획일적인 요소”라면서 "장학숙 선발 기준에서 전문대학생의 입사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전문대학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경북학숙 전경. /전문대교협 제공
    ▲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경북학숙 전경. /전문대교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