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수능 범위②] 국어영역 ‘문법’ 문항 ‘기사회생’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4:01

-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
- “문법은 말의 근본…소홀해선 안돼”

  • 올해 고교 1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범위에서 ‘문법’이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교육부가 19일 열린 ‘2021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에서 일반선택과목인 ‘언어(舊 문법)와 매체’를 국어영역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 앞서 교육부 위탁 연구팀은 국어영역 출제범위에서 ‘언어’를 제외할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이날 공청회서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교수·교육전문직·고교교사 56% ▲학부모·시민단체들 83%가 ‘언어와 매체’가 포함된 출제 범위를 교육부에 제안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했다는 이유와 동시에 ‘문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조사는 지난 1월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만 5000여명(국어영역 27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1 수능 국어영역 출제범위는 세 가지 안이다. ▲1안(1-1)은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2안(1-2)은 ‘언어’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3안은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이다. 3안에는 ‘언어와 매체’, 즉 ‘문법’이 빠져 있다.

  •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언어(문법)와 메체'를 포함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 제공
    ▲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언어(문법)와 메체'를 포함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 제공
    앞서 학계는 이러한 안을 설문조사했던 교육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글 관련 학계에서는 지난달 31일 “문법을 제외한 안(3안)이 선택된다면 국어 과목에서는 더는 한글의 우수성과 맞춤법, 우리말 언어예절도 가르칠 수 없게 된다”며 “우리말 교육을 소홀히 하는 교육부는 과연 어느 나라 교육부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언어와 매체'에서는 문법, 소통의 분야를 배우는데 이 중 문법은 수능 국어에서 핵심분야로 꼽혔었다. 2018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도 45개 문항 중 5개 문항이 문법에서 출제됐으며 전체 점수(원점수 100점 만점 기준)의 10%(11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언어(문법)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어영역 토론자로 나선 구본관 서울대 교수(국어교육과)는 “그간 문법이 다소 어렵고 암기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문법의 경우 탐구 학습 등 사고력 중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국어 수능 시험에서 출제된 탐구형 문항이나 실생활과 밀접한 문항 등이 그런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와 함께 국어(문법)는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목이다. 고등학교에서 한글과 한국어(문법) 교육이 배제되면 제대로 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기 어려워진다”며 “한글 맞춤법, 언어 예절, 청소년의 바른 언어 교육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설문을 통한 각계의 의견수렴 결과와 2015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반영해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발표했다.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가 빠지고, 나형을 치르는 인문계 학생들은 공통과목은 제외되지만 수학Ⅰ의 함수 등 학습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탐구 출제범위에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있는 과학Ⅱ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