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수능 범위①] 이과는 ‘기하’ 빠지는데…문과는 ‘함수’ 포함 “학습부담 는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4:00

-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 개최
- 국어영역 ‘문법’·과학탐구 ‘과학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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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고교 1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범위가 공개됐다. 자연계는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기하’가 빠지는 반면, 인문계는 함수 등이 추가되면서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1학년도 수능은 애초 새로운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개편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절대평가 확대 논의로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수능 체제와 교육과정이 맞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번달 4일까지 고교 교사와 학부모, 대학교수, 장학사, 학회 등을 대상으로 2021 수능 출제범위 의견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17개 시·도교육청 대상으로도 동일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19일 교육부는 오후 2시 서울교대에서 그 결과를 반영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상과목은 국어·수학·영어·사회탐구·과학탐구·직업탐구다. 이날 교육부가 제시한 의견안 가운데 영어와 사회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기존과 별 차이가 없었고, 수학과 국어에서는 변화가 예고돼 도마에 올랐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2021 수능 출제범위는 공청회와 여론수렴을 거쳐 이달 마지막 주에 확정·발표된다”고 밝혔다.

    ◇ 수학 가형 ‘기하’ 제외 “쉬워진다”…인문계는 학습 부담 늘어

    의견안에서 수학의 경우 1안과 2안이 복수로 제시됐다.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은 1안과 2안 모두에서 ‘기하’가 출제범위에서 빠졌다. 실제 수능에서도 시험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시·도교육청 의견 수렴에서는 17개 교육청 중 11곳이 ‘해당 영역(기하) 출제범위 제외’에 동의했다.

    여욱동 대구달성고 수학교사는 “새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 ‘가형’의 출제 범위는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 통계’가 적절하다 본다. 기하와 벡터는 이과 학생들이 기존 교육과정에서도 가장 어려워했던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하’가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다면 대학에서 새롭게 이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겨 혼란스러울 것같다”고 우려했다.

    수학 ‘나형’의 경우 공통과목인 ‘수학’이 1안에는 출제범위에 포함되고, 2안에서는 제외됐다. 대신 2안에서는 ‘수학Ⅰ(함수 등)’가 포함됐다.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각각 8곳, 48%가 2안을 택했다. 따라서 실제 수능에서는 ‘수학’이 제외되고 ‘수학Ⅰ(함수 등)’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여 교사는 “공통과목인 ‘수학’이 수능 범위로 들어간다면 어느 부분은 출제가 되고 어느 부분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출제 범위로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단, 이렇게 되면 문과 학생들의 추가 학습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수학 가형에서 '기하'를 제외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 제공
    ▲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수학 가형에서 '기하'를 제외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 제공
    ◇“‘언어’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출제범위로 유력”

    국어영역엔 세 가지 안이 제시됐다.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을 포함한 1안과 여기서 ‘매체’만 뺀 2안, ‘언어와 매체’를 제외한 3안의 세 가지 의견안이다. ‘언어와 매체’가 포함된 1안은 평가체제의 안정적 운영은 가능하지만, 일반선택을 출제범위에 모두 포함해 과목 선택 폭이 축소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매체’ 추가로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가 확대되 학업에 추가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언어와 매체’를 제외한 3안은 수능 과목 수(3개)가 지금과 같아 부담은 없지만, ‘문법’ 과목이 제외돼 문법교육이 소홀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언어는 ‘舊 문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2021 수능에서는 ‘매체’만 빠진 2안이 출제범위로 유력해 보인다.

    구본관 서울대 교수(국어교육과)는 “국어영역의 경우 2안이 ▲교육부의 ‘수능 동일 기조 유지(지난해 9월 발표)’와 일치한다는 점 ▲현실적으로 출제기관에서 질 높은 출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미루어봤을 때 가장 적합한 안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1안의 ‘언어와 매체’의 ‘매체’ 영역의 경우 기존의 수능 국어영역에서 출제된 바가 없기 때문에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을 것이고 영역의 특성상 5지선다형 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단 2021년 수능 국어 과목의 출제에서는 유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진로선택과목’ 수능 출제에서 제외한다더니…‘과학Ⅱ’ 포함

    과학탐구 출제범위 의견안은 단일안이다. 기존 방식대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Ⅰ·Ⅱ를 모두 범위에 포함했다. 새 교육과정에서 ‘과학Ⅱ’ 과목은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있다. 2015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수능에서 진로선택과목을 시험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이를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시·도교육청 의견과 교수·교사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각각 11곳과 69%가 이와 같은 안에 찬성했다.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일반계 고등학교인 과학중점학교 졸업생들은 과학중점 교육과정에서 가장 만족하는 것으로 과학Ⅱ 과목을 공부한 것이라고 한다”며 “그동안 과학 학계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수능 출제범위에서 과학Ⅱ 과목을 제외한 것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2021수능 출제범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과학Ⅱ 과목이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