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부족한 2030… 취미생활도 ‘하루’에 끝낸다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2.19 09:08

-원데이클래스·하비박스, 20~30대에 인기
-시간·비용 부담돼… 취미도 ‘짧게’ 즐기는 성향 강해져

  • 워라밸, 가심비, 소확행…. 최근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고,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며,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좇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9월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5일 야근을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29세 이하 젊은 월급쟁이들의 월급은 평균 182만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소득이 적었다. 2030세대가 꾸준히 취미 생활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도 시간과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고 싶은 20~30대들은 원데이클래스나 문화센터를 찾고 있다. 일반 학원이나 아카데미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원데이클래스의 경우 자유롭게 시간과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점에서 시간 한 번 내기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백화점 문화센터를 비롯해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 맞춤형 취미상자 배송서비스 ‘하비박스(Hobybox)’ 등을 찾는 20~30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저렴하게 하루에 끝내는 원데이클래스… ‘경험’으로 만족
    지난 20일 서울시 혜화역 근처 한 가죽공방에 네 명의 수강생들이 원데이클래스를 듣기 위해 작업대에 둘러앉았다. 이날 수업은 앱을 통해 기자가 직접 신청했다. 가죽공방장은 명함지갑의 전반적인 제작과정에 대해 약 10여분간 설명한 뒤 진행 단계마다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수강생들은 가죽에 직접 풀을 바르고 스티치 작업을 하는 등 공방장의 설명을 듣고 침착하게 따라해 지갑을 완성했다. 한 직장인은 이날 수업을 들은 이유에 대해 “친구들이 꽃꽂이 등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그동안 가죽으로 명함지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딱 하루만 참여하기 때문에 잡다한 생각 없이 오로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방장은 “최근 티몬이나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에서도 원데이클래스 제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가죽공방의 한달 수강료는 약 25~50만원으로 재료값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꽤 큰 금액이 들지만, 이날 참여한 원데이클래스에서는 재료비 및 강습비로 5만원만 지불했다. 소품 제작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일일클래스에서도 일반 학원보다 훨씬 저렴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술로 하는 심리상담 원데이클래스를 들은 강모(24)씨는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싶어 학원에 가봐도 장기간 고액 수강권을 선뜻 끊기 어렵더라”며 “원데이클래스는 ‘경험 삼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프립 측 관계자는 “20~30대 비율이 전체 회원의 95%에 달한다”며 “지난해 20~30대 이용자는 2016년 대비 약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식공유 플랫폼 지덕체(Gduckche), 핸드메이드 클래스를 소개해주는 웬지(Wenzi) 등 많은 재능공유 앱에서 원데이클래스를 활용해 젊은 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화센터 찾는 2030…“가격 때문에 선택”
    비교적 이용 연령층이 높은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최근 20~30대의 발길이 늘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한달 이상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은 “합리적 가격 때문에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플라워클래스를 수강한 한 여성은 “일반 플라워스튜디오나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매주 꽃을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았다”고 전했다. 실제 꽃꽂이 수업의 경우 재료비를 포함한 수강료는 한달 기준으로 20만원부터 120만원까지 다양하다. 반면 문화센터는 월 10~13만원 수준으로 훨씬 저렴하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베이킹클래스를 수강한 조은아(25)씨 또한 “개인 카페나 공방 등에 클래스 문의를 남겼더니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가격대가 높아 고민됐다”며 “반면 문화센터 베이킹 클래스는 비교적 적절한 시간대에 저렴한 비용으로 수강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일반 베이킹 클래스는 월 최소 50만원에서 100만원의 수강료가 필요하지만, 문화센터에서는 월 10~20만원의 수강료를 내면 들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는 “겨울학기를 기준으로 20~30대 이용자 수가 11.7% 늘었다”며 “젊은층이 많은 신촌점의 경우, 피트니스 강좌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집 꾸미기 열풍이 불면서 홈가드닝 관련 강좌에서도 20~30대 수강생이 50%가량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등도 젊은층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피트니스 체험 프로젝트’ ‘혼밥 상차림’  등 젊은층을 위한 강좌를 열고 있다. 

    ◇‘타임푸어’ 위한 취미용품 배달 서비스도 등장
    바빠서 취미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취미용품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 업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하비박스’는 고객 성향에 맞는 마술, 레고, 드론, D.I.Y 리폼 등 취미용품이 담긴 박스를 매월 말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하비박스 관계자는 “하비박스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은 20~30대로, 전체 연령대 비율에서 70%를 차지한다”며 “자체 서비스 중 ‘취미 분석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 좋아 기업 제휴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업체들로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키트를 1~6개월동안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하비인더박스’ ‘하비풀’ 등이 있다. 책 정기구독 서비스 ‘플라이북’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책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독자에게 매달 책을 배송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준비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많이 쏟는 젊은 층은 취미나 문화생활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거나 돈을 들이기가 어렵다”며 “취미나 문화생활에 대한 본인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