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졸업식 불참 늘자…축제 분위기 조성 나서는 대학들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15:59

-가족들조차 부르지 않는 ‘혼졸’ 만연
-졸업예정자 “졸업식의 형식적인 행사 절차에 흥미 못 느껴”
-퍼레이드, SNS 사진 공유 이벤트 등 이색 졸업식 추진

  • 지난 9일 한남대학교 제 56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교 마스코트 인형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홍보팀이 기획한 '너의 사진을 보여줘' 이벤트에 응모해 선정된 사진이다. /한남대 제공
    ▲ 지난 9일 한남대학교 제 56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교 마스코트 인형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홍보팀이 기획한 '너의 사진을 보여줘' 이벤트에 응모해 선정된 사진이다. /한남대 제공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지난 2000년 관련 통계가 만들어지고 나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취업난으로 인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종 자격시험과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졸업식 불참이 대학가의 흔한 풍경이 된 이유다. 게다가 졸업생들은 천편일률적인 졸업장 수여 등 판에 박힌 졸업식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대학들은 축제 같은 졸업식을 만들기 위해 행사 기획까지 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 취업난에 같이 졸업하는 동기ㆍ선후배 없어 불참 고민

    졸업식 하면 가족들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취업난으로 동기와 선후배들이 각자 일정에 쫓겨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흔해지면서 같은 학번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날 졸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는 졸업식에 가족들조차 부르지 않고 ‘혼졸(혼자 졸업)’하는 졸업생들도 갈수록 생겨나는 추세다. 

    졸업예정자인 김지환씨는 "동기들 없이 졸업하면 쓸쓸할 것 같아 졸업식 참석 여부를 놓고 망설였다"며 "여자 동기들은 이미 대다수가 졸업했고, 남자 동기들은 아직 졸업을 하지 않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졸업을 앞둔 이진희(23)씨는 "친한 동기들이 직장에 다니거나 자격시험을 준비해서 졸업식에 못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도 친한 선배 몇 명이 온다고 해서 졸업식에 참여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처럼 졸업식 불참이 많은 이유는 지속적인 취업난 때문이다. 지난 1월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 2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평균 5.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졸업식을 앞둔 정현우(25)씨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해 다행히 홀가분한 마음으로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며 "만약 아직도 취업준비생이었다면 민망해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형식적인 졸업식 의미 찾기 어려워…변화 시도하는 대학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월 23일부터 30일까지 올해 2월 대학교 졸업을 앞둔 대학생 3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3명(28.4%)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62.4%)'가 꼽혔다. 이는 대학 졸업식 자체에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졸업예정자들은 “형식적인 행사 절차에 필요성과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 졸업하는 황선영(22)씨는 "졸업식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없어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예정자 강모씨 역시 “학생회의 졸업식 준비가 사전에 졸업생 참석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가뜩이나 취업준비로 갈수록 참석률이 저조한 현실을 고려해 졸업식에 더 많은 학생이 올 수 있도록 주최 측이 축하 영상메시지를 만드는 등 즐겁게 축하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식을 축제 분위기로 조성해 졸업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학위수여식을 맞이해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 1000여명이 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가면 일대를 걷는 ‘테크노폴리스 2018 졸업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 퍼레이드는 첫 학부 졸업생을 비롯한 석ㆍ박사 과정 졸업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대학문화를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포토존을 설치해 졸업식 사진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기획한 대학도 있다. 한남대학교는 지난 9일 학위수여식을 기념해 ‘너의 사진을 보여줘’라는 페이스북 내 사진 공유 이벤트를 열었다. 졸업생들이 가족이나 동기, 선후배 혹은 캠퍼스 내 설치된 포토존에서 마스코트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응모하는 형태로 호응을 이끌었다. 한남대 관계자는 “딱딱한 자리가 아닌 서로 축하해주며 더욱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8일 열린 대전과학기술대학교(DST) 학위수여식에서는 영화제 포토존을 본뜬 작은 무대를 캠퍼스에 설치해 졸업생들이 특별한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 지난 7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등이 참여하는 '테크노폴리스 2018 졸업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 지난 7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등이 참여하는 '테크노폴리스 2018 졸업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