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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韓日 교류의 상징', 200년 만에 부활

목포=하지수 기자

2018.02.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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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선' 복원 현장을 가다

조선통신사는 1607~1811년 열두 차례 일본으로 파견돼 문화 교류 활동을 펼친 조선의 외교사절단이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문인과 화가, 통역관, 악대 등 500여 명으로 꾸려졌다. 한양에서 일본까지의 거리는 왕복 약 3000㎞. 이동에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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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 마련된 작업장에 배의 틀을 갖춘 조선통신사선이 놓여 있다(윗쪽 사진). 배의 양쪽 가장자리 부분에 가로로 멍에가 올려져 있다. 멍에는 배가 양쪽으로 벌어지거나 바닷물의 압력으로 오그라드는 일을 방지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 목포=조현호 객원기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기나긴 여행길, '조선통신사선'은 사절단의 소중한 생활공간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조선통신사선이 200여 년 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최초로 원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목포에서 조선통신사선 복원 현장을 마주했다.

◇주재료는 전국 돌며 찾은 금강송 900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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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 한 목수가 선체 외곽을 이루는 판에서 박실을 박아 넣고 있다. 박실은 배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널빤지에 난 틈을 메우는 물질이다. (아랫쪽 사진) 배의 뒷모습.
"조선통신사선을 실물 크기로 만들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예요. 배의 틀은 완성됐으니 전체 작업의 70%를 끝낸 셈이죠."

안내를 맡은 홍순재(47)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말했다. 그가 열림 버튼을 누르자 작업장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길이 약 34m, 너비 9m, 높이 3m 크기의 선박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일 만큼 거대한 선박이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배였던 만큼 당대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최대 규모로 조선통신사선을 지었다"는 연구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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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선 상상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조선시대 선박 운항 실태가 적힌 '증정교린지', 조선통신사선의 설계도와 재료가 나온 '헌성유고' 등의 자료를 참고해 배를 복원 중이다. 홍 연구사는 "조선통신사선은 크게 '기선'과 '복선'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기선에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정사와 그를 보필하는 부사, 매일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는 종사관, 이들의 수행관 등이 탑승한다. 이 밖의 사람들과 화물은 복선을 이용한다. 현재 연구소가 복원 중인 배는 '기선'이다.

통신사를 이끄는 핵심 인물들이 올랐기 때문에 기선은 복선보다 두 배가량 규모가 컸다. 이를 입증하듯 작업장 곳곳에 목재가 쌓여 있었다. 모두 국내에서 자란 최고급 소나무 품종인 금강송이었다. 홍 연구사는 "배를 제작하는 데 70~150년 수령의 금강송 900여 그루가 사용됐다"며 "나무를 구하려 강원도·경기도·경상도 등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 결과 강원 삼척·홍천 지역에서 습도와 온도에 취약하지 않은 좋은 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

◇단청 장식하고 돛 설치하는 과제 남아

앞으로 남은 주요 과정은 단청 장식, 선실·창고·돛 설치 등이다. 이 중 눈여겨볼 부분은 배 제작의 대미를 장식할 단청(목조 건축물의 벽과 기둥, 천장 등에 여러 빛깔로 그린 그림이나 무늬)이다. 조선통신사선에는 화려한 궁궐의 단청이 담겼다. 배 장식의 자문을 맡은 이수예(45) 단청전문가는 "역사적 고증을 거쳐 당시 궁정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화조화, 산수화를 배 벽면에 그리기로 했다"면서 "선박 앞머리에는 뱃길을 지켜달라는 의미로 용의 형상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돛 위에 달게 될 '꿩 털'도 볼거리다. 홍 연구사에 따르면, 우리 선조는 바람의 방향과 습도를 파악하기 위해 돛에 꿩 털을 달았다. 털은 갈매기들이 돛에 앉는 것을 방지해 배가 새 똥으로 지저분해지는 일도 막아주는 기능을 했다.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의 조선통신사선과 다른 점도 있다.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배에 작은 구멍을 뚫어 볼일을 봤지만, 복원된 배에서는 현대식 화장실을 둘 계획이다. 원활한 항해를 위해 두 개의 엔진도 달린다.

조선통신사선은 오는 6월경 완성돼 바다로 향한다. 이후 항해 성능 검사를 거쳐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는 '선상박물관'으로 꾸며지게 된다. 홍 연구사는 "문화 활동을 접하기 어려운 섬이나 매년 5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조선통신사 축제에 배를 몰고 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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