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대입 이야기] 수시·정시 아우르는 대입 전략 순서도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2.13 09:19
  • 요즘 대입은 수험생들에게 기본 9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9월에 시작되는 수시에서 6번, 12월말에 시작되는 정시에서 3번을 각기 다른 대학이나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카이스트 등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나 경찰대, 사관학교 등은 이와는 별도로 추가 지원이 가능하므로 수험생에 따라서는 10회 이상의 지원도 가능하다. 많은 기회는 합격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준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어도 길을 찾아가는 순서만 잘 지켜도 많은 노력이 절약될 수 있다. 새 학년 진입을 앞두고 고등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대입 전략 수립의 기본 순서도를 간략히 그려봤다. 

    전략의 출발은 모의고사 점수
    수시 중심의 현행 대입 체제에서 많은 수험생들은 자신의 내신 등급을 입시 전략의 기본 척도로 삼는다. 학생부전형(교과 or 종합)으로 가장 많은 수를 뽑고 관련 전형들의 핵심 평가 요소가 내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신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일찌감치 수능이나 논술에 매달리거나 자기 내신 수준에 맞는 대학·학과로 목표를 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전략(?)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내신 등급만으로 정할 수 있는 목표 대학 수준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소위 말하는 ‘수시 납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중상위권 이상 대학들이 주로 취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주 나타난다. 해당 전형 대부분이 내신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 및 학업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정성평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 단계에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의 비중으로 면접 평가를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내신이 좋아도 다른 전형요소나 면접 경쟁력이 떨어져 탈락하는 수험생들이 실제로 적지 않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의 지난 2017학년도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의예과, 한의예과, 치의예과 등 같은 최상위권 모집단위들에서도 학종에서는 내신 3~4등급대 이하 합격자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한 마디로 수시모집, 특히 학종에 지원할 때의 대학 선택은 내신만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많은 셈이다.

    두 번째 ‘수시 납치’의 문제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의 내신 수준에만 맞춰 수시 원서를 접수하면 두 달 후 수능 결과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 앞서 지원한 수시 여섯 곳 중 단 한 곳이라도 합격이 확정되면 정시 지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시 지원에 각별히 신중해야 함을 정시가 가르쳐주는 셈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교적 당락 예측이 수월하고 마지막 한 번의 기회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정시 지원 계획이 입시 전략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물론 3학년 11월에야 치르는 수능 점수를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기중에는 모의고사 점수 변화에 주목한다. 배치표를 통해 자신의 현재 점수 수준에서 지원 가능한 목표 대학을 서너 곳 정하고 수시에서는 이보다 상향 지원인 대학을 추가로 정하는 게 순서다. 단, 이 때 유의할 점은 3학년 9월 모의고사 이후에나 들어올 n수생들로 인한 등급 밀림 현상이다. 특히 재수생들의 강세가 일반적인 수학 영역에서의 등급 하락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감안한 정시 전략이 합당하다.  

    최종 목표 설정으로 마무리
    3학년이 되어 입시 전략을 마무리 해야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목표의 설정이다. 여기에서의 최종 목표란 자신의 현재 성적과 무관하게 반드시 가고자 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하한 기준’을 이른다. 실패 시 재도전 여부까지를 포함한 결정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대를 꼭 가야겠다거나 적어도 ‘인서울’을 고집하겠다는 등의 목표 설정이 가능할 수 있다. 최근엔 대학 진학 자체보다는 희망 수준에 얼마나 다다랐나를 입시 성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n수생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재수까지를 염두에 둔 지원자라면 정시나 논술에 무게 중심을 둔 공격적인 입시 전략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가급적 재수를 피하고 현실과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출 요량이라면 수시에서 입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전략이 추천 된다. 이 때에도 최초의 기준점은 자신의 수능 예상 점수다. 백분위 지표를 중심으로 모의고사 성적 변화를 분석하여 가능한 수능 점수대를 추정해 보고 그에 따라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하는 방식이다(과학고, 영재학교, 특기자전형 대상자 등은 예외). 설사 내신보다는 수능 성적이 다소 우위에 있더라도 수시 원서접수에서 최소 2곳 정도는 안정 또는 적정 수준에 지원해야 한다. 내신 대비 상향 지원이 가능한 논술이나 학종에 관심을 둘 때에는 학교별 출제 성향이나 구체적 평가 방식과 전형요소별 실질 비중에도 미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수시에서 불확실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합격을 확정 짓고자 한다면 학생부교과전형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전형에 지원하는 비슷한 등급대의 학생들보다는 눈높이를 다소 낮춰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일단 수시 목표가 정해지면 남은 기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전형 요소들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른 선택이 오히려 불안감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내신과 수능 준비 사이에서 오랜 시간 갈팡질팡하는 모습보다는 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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