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올리는 비결이 뭐냐고요? “공부는 ‘혼자’ 해야 성공합니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12 15:00

- 학습 효과 높이는 ‘혼공’의 비결

  • 한재우씨는 공부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운동’을 꼽았다. 그는 “운동을 하면 뇌의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이 늘어나고 뉴런이 자라는 등 운동이 공부에 도움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미 밝혀졌다”며 “또한 운동은 의심·불안·외로움 같은 부정적 감정 해소를 돕는 등 정신·감정 관리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김종연 기자
    ▲ 한재우씨는 공부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운동’을 꼽았다. 그는 “운동을 하면 뇌의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이 늘어나고 뉴런이 자라는 등 운동이 공부에 도움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미 밝혀졌다”며 “또한 운동은 의심·불안·외로움 같은 부정적 감정 해소를 돕는 등 정신·감정 관리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김종연 기자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까? 이 땅의 학생·학부모라면 누구나 가진 의문이다. 똑같이 학교에 가고 학원에 다니는데, 왜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못하는 것일까. 서울대 법학부 출신인 한재우(38)씨도 고교생 시절부터 그게 늘 궁금했다.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자랐어요. 지금은 많이 개발됐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소가 논밭 가는 모습을 볼 정도로 시골이었죠.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없는 곳에서 서울대에 갔으니, 솔직히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 제가 공부를 잘하는지 실감을 못했어요. 당연히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저보다 좋은 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까 늘 궁리했어요. 실제로 서울대에 가보니 정말 뛰어난 학생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과 달리 학원 많이 다닌 학생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으면, 학원 얘기보다는 혼자 공부할 때 습관을 얘기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역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이 다시 생기더군요.”

    한씨는 대학·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고전, 심리학, 경영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 책을 읽으며 ‘왜 어떤 사람은 공부를 더 잘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해답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2년 전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란 팟캐스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방송은 2년 만에 누적 청취 횟수 70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내 생애 최고의 공부’라는 교원 직무 연수 강의도 진행하는가 하면, 최근엔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위즈덤하우스)이라는 책도 펴냈다. 한씨에게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 ‘혼공(혼자 하는 공부)의 비결’을 들어봤다.

    ◇“누구나 반드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있다”

    한씨는 공부법을 물어오는 사람에게 늘 “공부는 혼자 해야 잘할 수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얘기는 비슷하다. “말도 안 된다”거나 “(혼자 잘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그렇다”는 식이다. 한씨는 공부를 ‘항아리에 물 붓기’에 비유하며 혼공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항아리 바닥에 구멍이 있다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쌓이지 않아요. 구멍이 어디 있는지 찾아서 막은 뒤에 물을 부어야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멍 난 부분, 즉 자신이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메워야 공부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과정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어요. 오로지 혼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학원에 다니지 말라거나, 과외를 받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학원·과외를 ‘혼공’보다 중시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꼭 필요할 땐 학원·과외·스터디의 도움을 받되,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해요.”

    학생들은 왜 공부를 재밌어 하지 않을까. 한씨는 그 이유를 “혼자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의 재미는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맛볼 수 있는데, 많은 학생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씨는 “공부 과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읽는다-외운다-외웠는지 확인한다’의 3단계로 나뉜다”며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세 번째 단계, 즉 ‘외웠는지 확인한다’를 해냈을 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두 번만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고 공부의 재미를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공부하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읽고 외우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더 좋은 문제집, 더 좋은 학원, 더 좋은 강의만 찾아다닐 뿐이죠. 공부를 재밌게 하고 싶다고 해서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강사의 강의만 찾아 듣는 건 공부의 핵심을 놓치는 겁니다.”

    한씨는 “누구나 반드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바로 ‘탐색-반복-피드백’의 3단계 공부법이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찾아내고(탐색) ▲그 부분을 알 때까지 다시 공부하고(반복)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는(피드백) 것이다. 처음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는 당연히 수업이나 강의가 유용하다. 전부 모르는 내용이므로 개념이나 구조를 쉽게 설명하는 강의를 들으면서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훑고 나서는 어려운 개념이나 이해 안 되는 내용 등을 알 때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강의를 반복해 듣다 보면 저절로 이해되겠지’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피드백’도 어렵지 않다. 학원 강사 도움 없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 덮고 공부하기’다. 한씨는 “방금 공부한 부분, 지금 막 외운 단어를 손으로 가리고 무슨 내용인지 말해 보라”며 “공부가 잘됐는지 그 자리에서 스스로 피드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단언하건대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아는지(외웠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습니다. 부담스럽기 때문이에요. 공부 잘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탐색-반복-피드백’의 과정을 충실하게 했을 뿐입니다. 이해 안 되는 내용을 붙들고 늘어지고, 모르는 부분이 생각나면 즉시 책을 찾아보며, 머릿속에 잘 들어갔는지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면 누구든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어요.”

  • / 김종연 기자
    ▲ / 김종연 기자
    ◇ “저절로 외워지는 것은 없다”

    공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외부 자극을 뇌 속의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무언가를 읽고 들으면서 받은 자극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자유자재로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면 우리 뇌의 저장 원리와 과정을 알아야 한다. 뇌 과학자 제임스 줄(James Zull)에 따르면,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은 ▲구체적 경험 ▲성찰적 관찰 ▲추상적 가설 ▲활동적 실험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우선 뇌가 시각·청각·후각 등 외부 자극을 경험하고(구체적 경험), 이 경험을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비교하며 새로운 자극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성찰적 관찰). 그런 다음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면서 ‘이 말은 이런 뜻인가’ ‘이렇게 하라는 이야기인가’ 등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추상적 가설), 가설이 옳은 것인지 행동으로 옮겨서 확인하는 과정(활동적 실험)을 거친다는 뜻이다. 이러한 4단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

    한씨는 “이러한 4단계 과정 가운데 많은 학생이 특히 ‘성찰적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경험이 일어날 때 성찰적 관찰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집중’이에요.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들을 때 뇌 속에서 ‘이 부분은 지난번 배운 내용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이 내용은 저 내용과 이렇게 다르구나’ 같은 생각을 부지런히 해야 해요. 그렇게 집중하는 만큼만 기억 저장 사이클에 들어가거든요. 그냥 노래 듣듯이 수업을 흘려들어서는 그 내용이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교과서를 볼 때도 지금 읽는 내용이 몇 페이지의 어떤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등을 계속 찾아보면서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이렇게 페이지를 앞뒤로 넘겨가며 공부하면 진도가 거북이처럼 느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 단순한 방법을 실천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진도가 느리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온전히 따라야 결국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 “공부의 답은 ‘반복’에 있다”

    한씨는 혼자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반복’을 꼽는다. 이는 우리 뇌의 ‘미엘린(뉴런을 감싼 절연 물질)’과 관련이 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미엘린이 두꺼울수록 뉴런은 전기신호가 새는 일 없이 빠르고 강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쓱쓱 풀고, 어려운 인문 고전을 술술 읽는 것 등이 모두 미엘린과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미엘린은 정확히 같은 전기신호가 반복돼 뉴런을 타고 흐를 때 한 겹씩 두꺼워진다. 즉, 정확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공부할 때 실력이 향상한다는 얘기다. 한씨는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고, 모르는 부분을 골라내 다시 공부하며, 다 알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공부 잘하는 원칙”이라고 했다.

    다만, 반복하는 방법(기술)은 사람마다 달리 선택할 수 있다. ‘반복’이라는 학습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할 뿐, 방법은 각자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는 얘기다. 한씨는 “반복해서 읽든, 반복해서 쓰든, 책을 덮고 반복해서 머릿속에 떠올리든, 어떤 방법이나 상관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알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기껏해야 두어 번 반복하고선 외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쯤 반복하고 머릿속에 별로 들어간 게 없으면 실망하고 공부를 그만두죠. 하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은 반대입니다. 두세 번 읽어서 외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안 될 거라며 포기하는 법도 없죠. 이미 경험을 통해 6~7번 반복하면 외워진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반복해 공부하면서 ‘여기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구나’ ‘이 내용은 저 내용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는 식으로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씨는 학부모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진도에 연연하지 말 것”과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 다니는 시간을 줄일 것”이다. 부모에게 등 떠밀려 이 학원 저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많아서다. ‘아이가 학원 다니기 어려워한다’며 그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도 있다. 한씨는 “학원에선 ‘진도’만 중시하며 학생·학부모를 불안하게 한다”며 “그러나 공부에서 진짜 중요한 건 진도가 아니라 ‘성취’”라고 강조했다.

    “제가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어떤 부모님은 빼곡하게 짜인 아이 학원 스케줄에서 하나를 빼고 그 시간을 혼자 공부하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렇게 해선 효과가 없습니다. 학원을 다 정리하고 나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아이에게 필요한 학원 한두 개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죠. 그러려면 부모님이 먼저 혼자 하는 공부의 효과와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