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주

[조근주의 열정스토리] '전형의 특성부터 알아야 한다'

조선에듀

2018.02.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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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계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달라졌다'와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하라'는 주장의 대립으로 시끌벅적합니다. 누구의 짓인지 몰라도 대입 전형과 관련한 기사마다 수백개의 수능확대, 학종 폐지라는 댓글이 주르륵 달립니다. 심지어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에까지도 예외는 없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아니 교육권이라고 해야 하나요? 학생부 항목과 글자 수를 축소한다, 자소서를 폐지한다, 심지어 바로 얼마 전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하다가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서자 바로 말을 바꾸신 분이 이번에는 '학종 폐지'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은 '전형의 목적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함' 때문입니다.

1.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라는 점을 상기하라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가난하던 시절 대학은 신분상승의 사다리였습니다. 대학만 가면, 그것도 명문 대학을 가면 그 후의 삶이 보장되었습니다. 소를 팔아, 누나가 공장을 다니면서 아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쓰러져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금의환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미팅과 술, MT와 농활로 대학생활을 보내도 직장이 널려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 할 일도 도처에 깔려있었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기술, 건축, 문화 모든 것을 베껴도 되는 시대였습니다.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포맷도, 새우깡도, 교육 교재마저도 그대로 갖다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OECD도 가입한 중진국이 되었습니다. 영국 사람 GNI(1인당 국민총소득)도 곧 따라잡는다고 했었죠. 그리고 22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값싼 농촌노동력으로 발전을 이룬 뒤 임금 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루이스 변곡점'을 만나며 아직도 GNI가 3만불이되지 않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단순 노동직 백여만원 월급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선진국은 로봇,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은 물론 첨단 디자인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끌고 있고, 곧 따라잡을 것 같았던 일본과 유럽은 저 멀리, 높이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와 그들의 간격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문화'와 '창의력', 그리고 '감성'의 시대입니다. 자동차 성능보다도 디자인이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명품의 상징가치가 수백만원이 되고, 강남 아파트가 지방 아파트의 10배 넘는 가격으로 매매됩니다.

기업은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까?
그 해답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창의사고력을 지닌 인재, 따듯한 감성과 리더십, 나눔과 배려의 인성을 지닌 인재, 폭넓은 지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되,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인 인재,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발표하고 토론하며 성장하는 인재, 지금은 작지만 앞으로 크게 될 잠재력 있는 인재를 키워야 기업이 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지필고사가 아니라,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한 과정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로 평가하고, 면접으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다.

대학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곳입니다. 당연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평가의 방법을 도입한 것입니다. 서울대가, 연세대가, 고려대가 많은 인재를 서류와 면접으로 선발하는 이유입니다. 스스로 학습하여 진화하는 알파고 제로 시대, 인류 직업의 절반이 사라지고, 20%만 진짜 직업을 갖는다는 미래시대에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입니다. 아니,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이상 대학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캠퍼스가 없는 '미네르바 스쿨'을 보십시오.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입학 경쟁률이 더 치열하지 않나요? 중요한 것은 이 시대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때부터 '창의 사고력'과 '감성'과 '인성'을 길러 나가도록, 넓고 깊게 아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융합'과정을 만들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진로찾기 자유학년제'와 '진로집중학년'을 만든 것이 아닌가요?

아나운서에게 미적분이 필요한가요? 경제학과 학생은 문과이니 수학이 필요 없나요? AI와 영어 단어와 수학공식 외우기 대결을 해볼 건가요?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는 것 아닐까요?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거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학종은 금수저 전형인가?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주장합니다. 돈 있는 집 자식들만이 가는 전형이라고 합니다. 대학이 성공의 사다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전형들이 다 과외의 대상이 됩니다. 사교육이 가장 많은 대치동의 학원들 대부분은 무엇을 가르치는 곳이던가요? 국어, 영어, 수학, 탐구 아닌가요? 고액과외는 무엇을 가르치던가요? 쪽집게 과외라는 말은 뭐죠? 수능 100%가 되면 이런 학원과 과외는 다 사라지나요? 모든 학생은 다 과외를 하고, 일부 학생은 고액과외를 하는 그 원인은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대학을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과 '그래야 사람 구실을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을 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절은 정말 아닙니다. 대학을 나와도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가기 힘든 시절입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150년 이상 살수 있다고 합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이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직업으로 살아야 할까요?

학교가 달라졌다

지방고등학교 현역선생님의 글을 인용합니다.
'여론의 관심사인 학종은 어떻습니까? 수업의 중심이 학생에게 옮겨가 발표하고 토론하고 과제를 탐구하고 졸거나 딴짓하는 아이가 없습니다. 국어 수업 시간에 사회를 얘기할 수도 있고 과학과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융합이란 이런 것을 의미하지요. 교사들은 어렵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일일이 챙겨보고 학생부 기록으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이런 어려움 때문에 교사들이 수능으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교사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문제풀이 교육에 치중하면 졸거나 딴짓 하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원에서 충분히 문제풀이를 한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는 잠을 자는 것을 막을 방법을 많지 않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올해 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냈습니다. 서울대 4명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다수 합격했습니다. 대부분 학종으로 합격했습니다. 저희 반 36명 가운데 30명 가까이 수시에 합격했고 그 중 2명만 수능 최저와 관계있고 나머지는 수능과 관련없이 학생부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일찍 전문적 기능을 배워 취업의 문을 열겠다고 처음부터 전문대로 진로를 정한 학생도 11명입니다. 담임으로서 회상해 봅니다. 우리가 그렇게 강조했던 수능을 써 먹어 본 학생이 몇 명이나 있는지. 그래서 자신의 꿈을 따라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하는 것이지요.'

전형의 목적과 특성을 이해하라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사라집니다. 이제 그 직업마저 로봇과 인공지능의 차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생명공학이, 농업이, 중국 관련 학과가 유망하네.. 이런 전망은 소고기값이 올라가면 소를 키우라고 하던 정부, 그리고 모든 농가가 다 소를 키워서 소값이 폭락해 그 소를 내다 팔아 다시 소고기값이 폭등하던 과거 정부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요?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대학교수들이 우스갯소리로 들려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대학의 계단식 강의실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맨 앞부터 맨 뒤까지 앉는 학생들의 특성을 분류해보니, 맨 앞에는 학생부종합전형, 그다음에는 교과전형, 논술, 수능의 순이더라는 겁니다. 학종은 자신이 좋아해 고른 전공의 과목이니 맨 앞에 앉아 듣고, 교과전형 학생들은 워낙 성실하니 앞에 앉고, 수능은 이제 다시는 책 보기 싫다고.. 그리고 특기자전형은 수업 안 나오고..

물론 우스갯소리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형의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종은 진로적성이 뚜렷하고 학업역량의 과정으로 우수성을 보여주는 학생입니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라고 그 선발과정이 불투명하다고요? 대부분의 대학이 선발과정과 평가기준을 밝히고 있습니다. 학종은 내신을 안 보는 것이 아닙니다. 내신 성적과 교내수상실적이라는 성취와 함께 이를 만든 동기와 과정의 우수성을 수행평가, 발표, 토론, 질문, 보고서,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다면 평가합니다.

수능은 집중력과 판단력, 암기력이 뛰어난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이 동기부여도 잘 되어있고, 과정도 우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절대 100%는 아닙니다. 시험 잘 본다고 경영 능력이, 도덕성이, 통치 능력이 뛰어난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높습니다. N수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교육의 대부분이 수능시험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지닌 특성에 따라 다양한 전형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편은 <'수시 = 학종'이 아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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