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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스스로 심리치료사 돼 상담사로 나선 박승균 소방관

남양주=장지훈 기자

2018.02.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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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싸우는 소방관 동료 구해내는 게 내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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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균 소방위가 근무지인 남양주소방서 와부 119 안전센터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소담의 창설을 이끈 그는 지난달 1일부로 현장에 복귀해 다시 소방호스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도 틈 날 때마다 동료 소방관들을 찾아가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남양주=임영근 기자

거대한 화염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 생과 사가 갈리는 긴박한 현장에 던져지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일까. 소방방재청이 지난 2014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8배나 높았다.

경기 남양주소방서 소속 박승균(48) 소방위는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으로 불린다. 동료 소방관의 '마음의 병'을 살피는 게 그의 일.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 전담 상담 조직 '소담'의 창설을 주도해 지금껏 2000명이 넘는 소방관을 만났다. 지난달 1일부로 일선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요즘도 쉬는 날이면 말 못할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동료와 기꺼이 마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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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균 소방위가 동료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박 소방관은 “언젠가 소방관들을 위한 전문 심리치료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소담 창설은 소방관 보호 위한 최소한의 조치”
“아무리 훈련이 잘된 소방관이라고 해도, 계속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면 충격이 쌓여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죠.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출동도 못할 지경이 돼요. 그런데도 많은 소방관이 이걸 ‘내가 모자란 탓’으로 돌려요.”
지난 10일 남양주소방서 와부 119 안전센터에서 만난 박승균 소방위가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여간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내 60여 개 119 안전센터를 돌며 상담을 한 소회를 밝히며 연신 “안타깝다”고 했다.
소방관은 화재·붕괴·자연재해 등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현장에 투입되는 게 일상이다. 육체적·정신적인 압박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2~ 2016년 숨진 퇴직 소방관들의 평균 나이는 69세였다. 정무직 공무원(82세)과 비교해 13년이나 일찍 숨졌고, 경찰 공무원(73세)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소담은 “최소한의 안전망은 만들자”는 박승균 소방위의 제안으로 지난해 4월 꾸려졌다. 박승균·이숙진·최지선 등 상담심리사 자격증이 있는 소방관 3명이 의기투합했다. 소방관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프로그램은 지난 2010년 도입됐지만, 현직 소방관이 상담사로 나선 것은 최초였다.
‘참고 견디는 일’에 인이 배긴 소방관들이 그간 눌러온 감정을 겨우 토해내는 곳이 바로 소담이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소방관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외판원’처럼 뛰어다녔어요. 하루에 10곳이 넘는 안전센터를 방문하고, 한 사람당 최소 3번은 만났죠. 처음에는 ‘괜찮다’던 분들도 나중에는 ‘사실은…’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PTSD는 소방관의 직업병?… “충분히 극복 가능해”
지난 1970년 강원 강릉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박승균 소방위는 어린 시절을 “수줍음 많고 소심했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훗날 자신이 화마와 맞서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대학에서도 법을 공부했던 그가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금은 ‘동료’가 된 아내를 만나고부터다. 아내의 권유로 준비를 시작해 2000년 함께 소방관으로 임용됐다. 그렇게 10여년쯤 일했을 무렵,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출동 벨이 울리는데 갑자기 멍해지면서 아무것도 안보이더라고요. 당장 뛰어나가야 하는데 발도 안 움직이고요. 눈을 감으면 화재 현장에서 머리 위로 떨어졌던 불붙은 기왓장이 보이고,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어요. 무섭고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병원에 가도 “푹 쉬면 낫는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박승균 소방위는 2014년부터 심리학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살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다. 대학원까지 진학해 재작년에는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박 소방위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니 두려움과 싸울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소방관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는 피할 길이 없어요.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약간의 훈련과 교육으로 막을 수 있어요. 소방관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할 ‘직업병’이 아니라는 얘기에요.”
박승균 소방위는 ‘정·반·장’의 세 가지를 강조한다. ‘정’은 ‘현재 상태가 정상임을 깨닫게 하는 일’을 뜻한다.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용기를 주면서 마음을 다잡게 하는 단계다. ‘반’은 ‘상대의 아픔에 반응하는 것’이다. 상처를 털어놨을 때 누군가 공감해주기만 해도 치유가 시작된다고 했다. 마지막 ‘장’은 ‘장기적 위기관리’를 말한다. 감정을 누르는 데 익숙한 소방관들로 하여금 심신을 이완시킬 취미 생활을 갖도록 돕는 일이다.
“소방관은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소명’이죠. 그래서 불구덩이나 무너져가는 건물 속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 얼마나 멋져요. 이런 사람들에게 ‘당신 참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당신 탓이 아니야’라고 위로해 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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