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민의 PERFECT ESSAY] 디테일은 라이팅의 근육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2.09 09:40
  • 건강을 위해선 운동과 다이어트 둘 다 필요하다. 운동으로 근육을 늘리고 다이어트로 지방을 빼는 것이다. 이같은 덧셈과 뺄셈은 글쓰기에도 필요한 공식이다. 건강한 글은 설득력이 생기고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 중 더해야 할 근육은 무엇일까? 바로 묘사와 설명 등 디테일이다. 영어로 ‘Specificity (구체성)’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는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1) Oprah Winfrey, the successful TV talk show host, had an impoverished childhood.
    2) Oprah Winfrey, the host of multi-award-winning The Oprah Winfrey Show and presently the richest African American celebrity, had an impoverished childhood.

    1번은 그녀를 그저 “성공적인 TV 토크쇼 진행자”라고 소개한 반면 2번은 “많은 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이자 현재 흑인 연예인 중 최고 부자”라고 소개했다.

    2번 문장이 더 힘있는 이유는 디테일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막연한 형용사 “successful(성공적)”을 대신해 그녀의 성공을 대변할 구체적인 형용사 “multi-award-winning”을 사용했다. 또한 “impoverished childhood(가난한 유년기)”와 확연히 대조(contrast)되는 “the richest”를 집어 넣어 문장에 강렬한 임팩트가 생겼다.

    10학년인데 아직도 에세이에 “good/bad”를 쓰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상 하나마나한 말(empty word)이다. 좋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 “도덕적(moral)”인지, “민주적(democratic)”인지, “생산적(productive)”인지, “지금은 손해봐도 장기적으로 유리(long-term benefit despite short-term losses)”한 건지, 디테일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반대의 나쁜 유형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라이팅이 약한 학생은 디테일이 약한 학생이다. 한 걸음을 더 내딛어야 하는데, 그 생각이 잘 안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에세이를 읽으면 손이 안 닿아 가려운 등을 긁지 못하듯 답답하다. 반면  디테일이 강하면 사고력이 깊다는 반증이다. 깊게 파야 지하수에 도달할 수 있다.

    다음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실전 사례를 보자.

  •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에 대한 설명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가 없어 아쉽다. 따라서 “자신이 아이들과 백인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며 피부색보다 성격과 개성으로 평가받는 날을 꿈꾼다”는, 연설 중 가장 인상깊은 대목 하나를 골라 담았다.

    일반화(Generalization) 문장 뒤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상세화(Specification) 문장을 추가하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 원칙. 주장을 하나 내 놓으면 이를 뒷받침하는 설명이나 근거를 붙인 뒤 다음 주장으로 넘어가자.

    그렇게 쓰다보면 글의 전체적인 구성이 “G/S/G/S/G/S…”로 반복됨을 알 수 있다.

  • 묘사는 오감을 자극하여 글을 활어처럼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만큼 중요한 등장인물이 거대한 청새치(marlin)다. 삶의 모든 것을 퍼부을만한 도전을 상징하는 이 물고기를 그냥 “big”으로 표현한다면 김빠진다.

    이름없는 늙은 어부가 홀로 잡기엔 불가능해 보이는 엄청난 위압감과 크기를 나타낼 묘사 “ whose head and back are dark purple”와 “whose sword is as long as a baseball bat”를 넣어본다.

  • 정의를 내릴 때 설명이 불충한 경우가 많다.

    첫 문장에서 돈이 “무역의 편의를 위한 도구”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돈의 부분적인 역할만 설명한 것.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 수단”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 유명인들이 어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인지 명시하지 않고 뭉뚱그려 “negative aspects”라고 했다. 이들이 많이 겪는 “고독(loneliness)”, “불안증(anxiety)”, “자기 기만(self-delusion)”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의미 전달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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