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일 효율 높이고 싶다면… “머릿속을 다이어트하라”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2.09 10:30

-전문가 3인에게 듣는 ‘사고력 키우는 생각 정리’의 기술

  • 방 안 한가득 옷이 있다고 해서 옷 잘 입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뒤죽박죽 쌓인 옷 무더기에서 내가 원하는 옷을 찾기조차 어렵지 않을까. 우리 머릿속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지식과 생각이 가득하다고 해서 창의력이 샘솟거나 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게 아니다. 스마트기기를 통해 하루에도 수만 가지 정보를 접하는 지금 세상엔 무조건적인 지식 쌓기보단 덜어내고 정리하는 ‘머릿속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머릿속에 두서없이 쌓인 지식과 생각을 정리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송숙희 아이디어바이러스 대표, 복주환 생각정리연구소 대표, 웹사이트 심플라이프를 운영하는 탁진현 작가에게서 생각 정리의 기술을 들어봤다.
  • 송숙희 대표 / 본인 제공
    ▲ 송숙희 대표 / 본인 제공
    ◇ 가장 좋은 생각 정리법은 글쓰기… “하루 20분 저널을 써라”

    30년간 방송, 잡지, 출판 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해온 송숙희 대표는 각 분야 전문가와 최고 인재들의 특징을 연구하던 중 ‘성과가 뛰어난 사람일수록 명료하게 사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반대로 ‘정보 과잉’으로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송 대표는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동안 머릿속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머릿속 미니멀리즘’이란 최고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머릿속 사고(思考) 엔진을 정비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창의와 혁신은 자신의 머릿속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는가에 달렸다고 말한다. 과거는 ‘아는 것이 힘’인 사회였다면, 이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힘인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구현해 가치를 끌어낼 만한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가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자산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송 대표는 세계 최고의 인재가 모인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직원들에게 일상에서 ‘창의적 생산성’을 향상하는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례로 구글은 2007년부터 ‘내면 검색’이라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어요. 미국 구글 본사에서 뇌과학과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명상 기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명상을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 중요한 일에 최대한 집중해 창의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죠.”

    송 대표는 특히 청소년기 때부터 ‘저널 쓰기’로 머릿속을 비우는 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심미혜 뉴욕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초등학교에서는 하루 수업을 시작하기 전 15분가량 아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하는 저널을 쓰게 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융합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송 대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배운 뒤 자신의 아들에게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년간 매일 블로그에 스무줄 이상 글을 쓰게 했다. 이러한 저널 쓰기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인상 깊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사건이나 경험을 조리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아이디어 시대에 가장 인정받는 기술이다. 송 대표는 “하루 20분이라도 저널을 쓰다 보면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시에 한 가지 생각에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어서 사고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생각 정리로 뇌가 가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 중요한 아이디어에만 정신을 쏟을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 복주환 대표 / 본인 제공
    ▲ 복주환 대표 / 본인 제공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생각 지도’로 길 찾아라

    법무연수원 검사와 국내 대기업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생각 정리 기술’을 가르치는 복주환 대표는 “현대 사회에 정보와 지식은 넘쳐나지만 정작 내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며 “최근 생각 정리 관련 책과 강의가 인기를 끄는 것은 대중이 그만큼 생각 정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복 대표가 말하는 생각 정리란, 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쓸모있는 것을 남기고 쓸모없는 것을 버리는 일을 가리킨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수록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얼마나 잘 편집하고 다듬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며 “앞으론 이러한 생각 정리가 일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복 대표는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마인드 맵(mind map)’과 ‘퀘스천 맵(question map)’을 권했다. “나의 성적이나 강점, 진학하고 싶은 학과 등을 마인드 맵으로 먼저 그려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면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지만, 마인드 맵을 그려 눈으로 직접 보면 생각이 훨씬 선명해지죠.” 두 번째 방법인 퀘스천 맵, 즉 질문 지도는 복 대표가 직접 만든 방법이다. 자신에게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생각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복 대표는 “질문을 먼저 길게 나열한 뒤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것은 답하고 나머지 질문에 대한 답은 선생님이나 부모님, 선배 등에게 물어보면 된다”며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많이 생각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얼마 전 상담을 요청한 한 취업준비생에게 복 대표가 처방한 방법 역시 디지털 마인드 맵을 활용한 생각 정리였다. 복 대표는 취업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것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현재 대학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취업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복 대표가 긍정과 부정으로 분류해 마인드 맵으로 표현한 뒤, 답변 대부분이 막연하거나 부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그런 다음 ‘3의 로직트리(logic tree)’ 기법을 활용해 각각의 상황(What)과 이유(Why), 방법(How)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학생이 스스로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취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등 상황 3가지를 정리하고, 이 중 하나를 택해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시 3가지로 나열한 다음, 이에 대한 해결 방안 3가지를 마련하는 식이다. 복 대표는 “이 학생은 결국 자신의 답변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달았다”며 “생각 정리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생각을 알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청소년을 위한 또 다른 생각 정리법으로 ‘미래형 일기 쓰기’를 꼽았다. 복 대표는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이 일기에 힘든 일, 반성할 일만 쓰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만약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어떻게 해야 예고에 진학할 수 있지?’ ‘언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등 미래에 초점을 맞춰 일기를 적고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스스로 답하다 보면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 탁진현 작가 / 본인 제공
    ▲ 탁진현 작가 / 본인 제공
    ◇“‘비우기 박스’로 쓸모없는 것 버리니, 진짜 중요한 게 보였다”

    탁진현 작가는 어느 날 벗어놓은 옷가지와 가방, 책들로 어지럽혀진 방이 자신의 머릿속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자였던 그는 그날로 베란다에 쌓아뒀던 대학 시절의 리포트, 보도자료 뭉치, 40여 개의 취재수첩 등을 한꺼번에 버리고 홀가분함을 느꼈다. 탁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에 본 백과사전까지 버리지 못할 만큼 과거에 집착하며 살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쌓아두는 것도, 여러 벌의 옷을 가진 것도 결국 남을 의식하며 살았기 때문”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수백, 수천 번 생각하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덜어내다 보니 내게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됐다”고 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죠. 특히 교내외 활동과 스펙 쌓기에 여념 없는 중·고등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남을 쫓아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해요. 만약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주변의 물건부터 덜어내 보세요.” 

    물건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먼저 일명 ‘비우기 박스’를 하나 준비한다. 여기에 유행 지난 옷과 가방, 이제는 보지 않는 백과사전과 전공 서적,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등 기한이 지난 것과 로고 찍힌 기념품, 쇼핑백과 빈 상자, 있는지도 몰랐던 잡동사니 등을 넣는다. 옷과 가방, 액세서리도 비슷한 스타일로 분류해 하나씩만 남기고 비우기 상자에 넣는다. 펜, 수첩, 지우개, 우산 등도 하나씩만 남긴다. 이렇게 비우기 박스에 넣어두고 일정 기간 찾지 않은 물건이라면 버려도 된다. 또는 집안 물건 중 1년 또는 2년처럼 적당한 기준을 정해 그 기간에 쓰지 않은 물건을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이 서류 등은 사진 찍거나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탁 작가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인가’ 등 꾸준히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남겨둬야 할 물건을 추리다 보면 지금 현재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변화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