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선발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신뢰 확보가 최우선”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2.08 16:00

-교육부,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 개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에 대해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등 현장 의견 내놓아
-"학생부 기재 간소화 규제보단 공정성 확보에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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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 수시모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진학지도교사들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이 평가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학생부 기재사항 간소화에 대해서는 학종의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도 있어 무조건적인 규제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주장들은 교육부가 8일 오후 서울교대 에듀웰센터 컨벤셜홀에서 개최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에서 나왔다. 이날 포럼은 교육부가 수능 개편을 앞두고 의견 수렴을 위해 열렸다. 교육부는 여러 교육유관단체, 대학, 고교, 학생, 학부모 등의 의견을 경청해 제안된 안을 중심으로 대입제도 개편방안(시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 주도의 숙의과정을 거쳐 올해 8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전형의 신뢰성 확보 위해 매진해야

    학종은 교과성적과 비교과영역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입시 전형으로 점수 위주의 대입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할 뿐 아니라 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목적으로 2014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불투명한 선발 과정에 대한 불신이 끊이질 않았다.

    박재현 진해고 교사는 “대학의 선발과정과 평가담당자들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학종은 지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대학은 적극적으로 평가 결과를 설명해줘야 합니다. 설명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서류평가점수만이라도 알려줘 학교 측에서 지원자들을 통해 점수 차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모든 선발방법 중 완벽한 방법은 없기에 선발과정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입학사정관 참여 전형은 아직 역사가 짧은 만큼 점차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질적 개선의 노력을 통해 학생의 스펙이 아닌 역량을 평가하는 학생 선발의 대표적 방안으로 신뢰받아야 합니다.”

    조진태 안산강서고 교사는 합격과 불합격 예측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점수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예년의 경험으로 예측하기에는 너무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학교의 인재상이 1년 사이에 많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매년 지원 인력풀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 교사는 학종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는 전임입학사정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우선 5%에 머무는 전임입학사정관 수에 문제가 있습니다. 2년마다 계약해야 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인재상과 선발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도 자리 잡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학에서는 인재 선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과정과 결과도 매년 발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대학의 입시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수험생과 학부모도 이견이 없었다. 포럼에 참석한 학부모 강봉근씨는 정보의 접근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학종 선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학은 교육부와 함께 이 전형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고등학교의 시스템적 공정성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비 고3인 오승진(인천 도림고) 학생은 “대학의 채점 사례가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채점 성적을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대학들이 발표하는 이례적인 합격자의 정보만이 아닌 다른 일반 합격사례도 공개해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 문구화된 사례가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현재 학종에 대해 불만과 의구심을 품는 것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종이 애초에 정량화 평가가 불가능한 전형이지만 학교별 그리고 학과별로 어떤 영역에 초점을 맞춰 선발했다는 가이드라인과 구체화된 사례가 제시된다면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생부 기재 간소화가 능사는 아냐”

    최근 교육부는 학종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교내 수상 경력이나 자율동아리 활동, 소논문 실적 등의 항목을 폐지하는 방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 10개인 학생부 기재 항목을 7개로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박재현 교사는 “사교육 영향에 대한 부작용도 이해되지만 제약사항이 너무 많은 것은 문제”라며 “과연 현재 상태에서 학생 역량에 대한 정성적 평가결과가 내신성적에 어느 정도까지 편차를 벌여줄 수 있는지, 정성평가를 가장한 내신평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재 기재요령 변화 방향은 고교와 대학 모두에게 평가의 어려움을 주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학생부 기재를 간소화할수록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주변 교사로부터 ‘00항목에 글자 수가 넘친다’, ‘00내용은 적으면 안 되나’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몇 년간 지속해서 적지 말라는 내용이 추가되고, 항목별 글자 수 제한도 강화됐기 때문이죠. 학생마다 역량이 발휘되는 활동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목별 기재방식과 글자 수 제한이 이를 반영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사항목의 통합을 통해 전체 글자 수 제한을 보완할 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하지만 학생부 간소화가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에 입학한다는 박혜린(대전성모여자고 졸업예정)양은 “현재 학생부는 기록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활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기록할지에 노력을 기울인다”며 “이처럼 목적전치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학생부에 작성해야 할 항목과 최대 글자 수를 축소해 객관적인 사실만 작성하게 하고 주관적인 생각 및 느낌은 자기소개서나 대학면접 때 확인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규제보다는 전형기간을 늘려 학생을 촘촘히 살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새로운 의견도 제기됐다. 조진태 교사는 “우선 충분한 전형기간을 통해 대학의 평가에 대한 믿음과 함께 기록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부 기록의 문제인 교사별 차이, 사정관별 차이, 학교별 차이를 인정하고 기록이 체계화될 필요성을 가지고 기록(활동관찰 후)과 평가로 분할하는 양식으로 구분해서 기록해 정성적 판단과 함께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