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논술·서술형’ 도입해 이원화해야”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1.24 17:21

- 교육부, 건국대서 제2차 대입정책포럼 열어… 수능 개편 필요성 공감대
- “미래 사회 인재 육성 위해 필요” VS “수험생 부담 가중될 것”

  • 24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 참가한 김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이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포럼은 오는 8월 정부의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앞두고 교육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열렸다.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 24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 참가한 김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이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포럼은 오는 8월 정부의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앞두고 교육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열렸다.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논술을 국가시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객관식 오지선다형’과 ‘논술·서술형’으로 나눠 2회 시행하는 과감한 교육 개혁이 필요합니다.”

    김현 서울경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경희대 입학처장)의 ‘수능 이원화’ 도입 주장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 관계자와 교육계 전문가들이 술렁였다. 교육부가 오늘(24일) 서울 건국대에서 개최한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고교·대학 등 교육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절대평가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부딪히자 여론 수렴과 정책연구 등을 거친 뒤 올해 8월까지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대학별 논술 대신 수능 2회 봐야미래 인재 양성에 도움”

    이날 포럼에 참여한 발제자들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미래사회 변화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을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대학별 논술고사 대신 국가 단위의 논술·서술형 수능(수능II)을 도입해야 한다"며 “예컨대, 인문계는 국어·사회, 자연계는 수학·과학 등 논술·서술형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 수능II 출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채점은 법학적성시험(이하 LEET)과 같이 대학이 직접 담당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재 LEET 논술 채점은 해당 대학 지원자에 한해 대학이 직접 채점하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논술·서술형 수능(수능II) 도입 시까지 논술고사를 유지하되, 현재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 간 이른바 '논술연합관리위원회(가칭)'를 자율적으로 구성해 논술문제를 공동 출제하고 관리와 채점은 대학이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학이 공통으로 논술고사를 진행하면 학생들이 굳이 먼 거리에 위치한 대학에 논술고사를 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 대학별 논술 선행학습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능 변별력 확보와 동점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김 회장은 “정부 기조대로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변별력이 약화되는데, 논술·서술형 시험이 추가되거나 대학이 공동으로 논술시험을 내면 이 같은 고민을 덜 수 있다”며 “또 대학별 논술시험을 준비했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습 부담이 줄어들고, 대학이 채점을 담당해 논술·서술형 시험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던 채점 부담이 완화된다”고 했다.

    미래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회장은 "수능II 도입에 따른 사교육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중등교육에서 단답형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논술·서술형 시험을 통해 고교 교육과 대입이 연계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 참가한 교육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 참가한 교육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 “논술만이 ‘답’ 아냐사교육 팽창 우려도”

    이에 대해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감은 “서술형 수능의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글자 수가 200자 넘어가는 논술형 시험이 추가되면 사교육 팽창이 우려돼 논술 대신 서술형(100~180자) 추가를 제안한다”며 “또 서술형 시험 도입 시 출제기관이 모범답안을 제시하면 대학별로 채점이 이뤄져도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논술·서술형 전형이 기존 객관식 문답형 시험보다 학생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사회 역량 강화를 위해 ‘논술·서술형 수능’ 도입하면 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또 수능에 논술형이 추가되면 전국에 논술 사교육 열풍이 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대학 관계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영근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선문대 입학처장)은 "논술·서술형 수능 도입은 현 정부의 대입제도 방향과 거리가 멀고 수험생들에게 수능 부담감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며 "다분히 서울중심의 수능 체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영희 부경대 입학본부장은 “논술형 평가를 지향하는 유럽 대학의 경우 서술형 평가가 고착되기 위해 오랜 시간 평가방법의 공정성에 대해 의견을 나눠왔지만, 우리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도입에 앞서 고교 현장에서 이런 내용을 교육할 교사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고교 교육과정 내 논술교육을 위한 준비와 지역 간 격차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부터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포럼 이후 내달 중 두 차례 더 대입정책포럼을 열어 고교, 교육청, 학부모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정책포럼에서 제안된 의견을 종합해 대입제도 개편방안(시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 올해 8월까지 새 대입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제2차 대입정책포럼 현장 모습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 제2차 대입정책포럼 현장 모습 /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