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최성애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서적 금수저’ 필요”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1.22 16:33
  • 조벽·최성애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인지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갖추고 타인과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부모·자녀 사이의 올바른 애착 형성으로 이 같은 ‘정서적 금수저’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광재 객원기자
    ▲ 조벽·최성애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인지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갖추고 타인과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부모·자녀 사이의 올바른 애착 형성으로 이 같은 ‘정서적 금수저’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광재 객원기자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려면 애착이 잘 형성된 ‘정서적 금수저’가 많아져야 합니다”

    심리 치유와 교육 전문가인 최성애·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연구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앉자마자 이 같은 말을 꺼냈다. 그간 ‘흙수저’ ‘금수저’ 논란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정서적 금수저’란 말은 낯설었다. 조 소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흙수저와 금수저를 나눴지만, 사실 정서적 측면에도 흙수저와 금수저가 있다”며 “정서적 흙수저이면서 경제적 금수저를 추구하는 일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서적 흙수저와 금수저란 어떤 사람일까. 이를 결정 짓는 건 ‘애착 손상’ 여부다. 애착 손상은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달려와 주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과 기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공감력과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이러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정서적 흙수저’라고 부른다. 반대로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공감과 연민을 발휘해 자신보다 더 큰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정서적 금수저’라고 표현한다.

  • 조벽 소장 / 이광재 객원기자
    ▲ 조벽 소장 / 이광재 객원기자

    ◇‘육아 외주’와 ‘독친’, 정서적 흙수저 길러내

    요즘 온라인상에는 ‘헬육아’라는 단어가 수없이 오르내린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양육이 ‘지옥’과도 같이 고통스럽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은 오랫동안 깊이 고민해 왔다. 최 소장은 “요즘 어딜 가나 아이 돌보고 교육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어진 이유는 애착 형성이 그만큼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소장은 “애착 손상은 아동학대처럼 노골적인 학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돌봄, 양육, 지지 등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 또한 큰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육아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거나 관계 맺는 것을 두고 ‘뿌리를 내린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요즘 부모와 자녀 간에는 뿌리가 잘 내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조 소장은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 부모 역할을 어린이집, 도우미, 학교, 학원, 스마트폰 등에 맡긴 탓”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양육 외주’라고 했다. 조 소장은 “양육자가 교체될 때마다 뿌리가 심기고 뽑히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는 뿌리가 얕은 나무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나무는 스트레스라는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고 말했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자녀에게 집착하고 통제하려는 경우다. 이런 부모를 가리키는 ‘독친(毒親·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 같은 ‘독친’에 길든 자녀는 어떤 점에서 애착 손상을 입을까. 최 소장은 “이런 부모는 자신의 열등감이나 성공 혹은 실패의 인생 대본을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며 “결국 아이에게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고 강요하면서 자녀의 정서와 자아 발달에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이미 ‘정서적 금수저’ 길러내고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이 같은 애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인지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고루 갖춰 타인과 협력하며 ‘집단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지적 역량에 집중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선진국은 이미 ‘정서적 역량’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조 소장은 “미국 하버드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우리는 이런 학생들을 찾는다’라며 세 가지 조건을 명시했다”며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밥을 먹고 프로젝트 하기를 원하는가’ ‘어딘가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왔는가’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슬픔, 외로움,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스트레스에 갇힌 상황은 ‘정서적 흙수저’의 모습이에요. 첫째 조건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술이나 쇼핑 등에 의존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자기조율능력’을 보겠다는 뜻이죠. 둘째 조건에서 하버드대가 평가하려는 것은 ‘관계조율능력’입니다. 애착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파묻혀 사람을 잘 믿지 않고 대인관계를 조율하는 일 자체를 어려워해요. 셋째 조건은 ‘공익조율능력’을 보는 겁니다. 정서적 허기로 인해 오로지 자기 생각에만 쏠려 있는 이들을 경계하겠다는 뜻이에요. 달리 말하면 한 마디로 이 세 가지를 능력을 모두 갖춘 ‘정서적 금수저’를 선발하겠다는 것이죠.”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이처럼 해외에서 많은 정서적 금수저들이 집단지능을 발휘하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사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애착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조 소장은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인지적 역량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로 인해 성공했다”며 “이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만큼 한국 사회가 이전처럼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 최성애 소장 / 이광재 객원기자
    ▲ 최성애 소장 / 이광재 객원기자

    ◇애착 손상 막을 수 있게 부모·기업·정부 모두 노력해야

    그렇다면 부모는 앞으로 육아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애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와의 애착 형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 아이와 이견을 조율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고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소장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을 예로 들었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면 아이들 울음소리가 많이 들렸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아이들이 거의 없죠. 왜 그럴까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고 있더군요. 이것 역시 ‘양육 외주’나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부모가 아닌 기계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음식점만 가도 비슷한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모가 아이들이 그 세계에 빠져 있도록 놔두는 것을 보면 서글플 정도입니다.”

    이러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 손상 문제는 단순히 부모 개인 단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현 사회의 육아 문제가 가족 형태의 변화는 물론 기업과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탓이다. 조 소장은 “과거에는 대가족 체제로 가정 내에서 육아에 대한 도움을 받기 쉬운 구조였지만, 지금은 핵가족마저도 붕괴하면서 가정 내에서 도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과 국가,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합니다. 다만 국가 보육정책이 단순히 부모를 육아로부터 ‘해방’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은 애착 손상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부모와 아이가 서로 관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육아 자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게 옳습니다”

    이와 관련 최 소장은 스웨덴의 제도를 예로 들었다. “스웨덴에서는 대다수 기업이 출산 후 18개월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같이 돌볼 수 있도록 월급의 80% 정도를 지급하는 유급 휴가를 주고, 이후 복직을 보장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초기에는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원들이 복직하고 나서 회사에 더욱 헌신하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가 ‘윈(win)-윈(win)-윈(win)’하는 제도죠. 이처럼 부모, 기업, 정부가 동시에 애착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