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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말인 오는 2월이 되면 학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마무리로 분주해진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인문. 자연계를 막론하고 생기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기부 기록에서는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학생들이 의외로 작성하기 어려워하는 ‘진로희망사유’와 함께, 교과별 ‘세부 능력 특기사항’을 다루기로 한다.
# 진로희망사유
1학년 생기부의 진로희망사유를 보면, “ 평소에 ... 을 꿈꾸었다.”는 식의 말이 흔히 나온다. 아직 진로탐색기간이기도 하고, 딱히 장래 희망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차원에서는 이해할 수 있으나, 2학년이 되어서도 똑같은 식의 서술이라면 성의가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음 사례를 보면서 자신의 진로희망사유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 평소에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교사인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됨”은 무난해 보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특히 2학년이 되면 진로는 같은 데, 매년 그 이유만 달라지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의 예는 어떨까?
“교육자의 자질에 관한 꾸준한 관심이 실천(영어 스토리텔링 봉사, 교내 아카데미 수학강의 번역, 사회과목 심화 수업)으로 이어짐. 동아리 활동 중 ‘우리나라 다문화교육의 개선 방안’과 ‘빅 데이터와 스마트교육의 미래’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을 심화 탐구로 연장시킴. 존경하는 00 교수의 초청 강연을 들으며 교사로서의 꿈을 다짐.”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꿈을 위해, 지원자가 고교 3년간 무엇을 해왔는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진로희망사유도 자신의 꿈과 고교에서 했던 공부 또는 활동 간의 인과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 세부능력 특기사항
고교생활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수업’일 것이다. 학교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찾아나가며 그에 따른 지식을 함양하게 된다. 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수업 중에 이루어진 활동과 성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평가자 입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항목 중의 하나다. 그런데 생기부 기록과 관련하여 대입관련 공청회나 포럼에서 꾸준히 지적받는 항목도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다. 평가자인 입학사정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수업과 관련한 학생들의 활동기록에서 종종 구체성이 떨어진 사례가 많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고 한다. 예를 들어 00과목에서 “수업 태도가 바르며, 수업참여가 활발하고 교과학업성취도가 매우 우수함.”이라는 평가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야 평가근거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다음 예를 참고해보자. “수업 태도가 바르며 수업참여가 활발하고 교과학업성취도가 매우 우수함. 화학 2를 수능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답게 개념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실험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이를 바탕으로 반응열 측정 실험 중 발생 가능한 오차의 원인에 대해 발표하며 보조 교사 역할을 수행함. 친구들에게 자신이 설명을 해주는 과정에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 스스로도 그 과정을 즐기는 듯함. 화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교내 탐구대회에서 ‘00의 내구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함. 탐구 과정에서 물질 간 열 팽창률을 고려한 색다른 배합을 시도하는 등 교과 화학 지식을 실험에 적용하여 실제 상품성이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냄. 또한 본인이 진행 할 모의수업 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액체와 고체’ 단원을 선택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
위 학생의 사례를 보면, 수업 중에 했던 활동과 함께 세부사항의 관찰기록이 들어가 있어, 학생의 품성에 대한 부분까지 유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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