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원 다니면 채용 보장합니다”…취준생 두 번 울리는 취업컨설팅학원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8.01.16 16:32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추천채용, 채용대행 내걸고 홍보…해당 기업측 “사실무근”
-전문가 “학원 홍보 그대로 믿음 안돼…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기사 이미지
한 구직자가 입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 조선일보 DB

공항 지상직 취업을 준비 중인 A(24)씨는 최근 승무원학원 3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세 곳 모두 “자격증만 따면 학원 내 추천 채용으로 원하는 항공사에 합격할 수 있다”며 학원 등록을 부추겼다. 불안한 마음에 학원 상담까지 받았지만, A씨는 보통 150만원을 넘는 수강료를 선뜻 내기 어려워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고용시장 한파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컨설팅학원을 찾는 취업준비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취업컨설팅학원의 수강료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원을 찾는다. 일부 학원에선 “특정 기업의 채용 대행을 맡고 있다”는 말로 취업준비생을 현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컨설팅학원이 내거는 ‘채용대행’ ‘추천채용’ 등은 허위인 경우가 많은 데다 ‘특정 대기업 출신 전문가 지도’ 등 내용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아 취업준비생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엔 학원이 성행하면서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학원형 인재’를 가려내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추천채용‧채용대행’한다는 승무원학원…합격인원은 ‘알 수 없다’?

항공사 객실 승무원이나 지상직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승무원학원에서는 항공사 추천채용이나 채용대행 등을 강조하면서 학원 등록을 유도한다. 학원 홈페이지에는 채용대행·추천채용하는 항공사 이름까지 기재하기도 한다. 이 내용은 사실일까? 기자가 C학원에 문의하자, 학원 측은 “자체적으로 2017년 채용 공고 분석을 해보니, 한 달 평균 15번의 특별채용이 진행됐다”며 “이 특별채용은 저희 학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천 채용 합격 비율도 70~80% 정도”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지난해 학원을 통해 항공사에 합격한 인원을 묻자 “구체적인 합격 인원은 파악하기 어렵다”며 대답을 피했다.

C학원 외에 다른 승무원학원들도 마찬가지. 다른 2곳에 추천채용 합격률과 합격인원 등을 물었지만, “밝히기 어렵다”거나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추천채용이나 채용대행 등이 해당 학원에서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학원 홈페이지에 추천채용 공고가 올라온 일본항공사의 국내 에이전시와 국내 항공사에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학원 측 홍보와는 내용이 전혀 달랐다. 일본항공사의 국내 에이전시 측은 “여러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내니 해당 학원에서 ‘학원생을 보내도 되겠느냐’고 먼저 문의해 왔다”며 “학원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라고 했을 뿐, 이들도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은 채용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국내의 한 항공사 관계자는 “본사 또는 본사와 계약한 파견업체 어느 곳에서도 해당 학원을 통해 인재를 채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학원이 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아 수강생들에게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승무원학원뿐만 아니라 호텔리어학원도 채용 연계를 장점으로 내세워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H교육원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실무교육에서 일정 점수를 받는 정회원 학생들에게 본사의 자격증을 발급한다”며 “이 자격증을 받으면 국내 유명 호텔 실습지원, 특별 채용 진행 등의 혜택을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본원을 통해 취업한 인원을 문의한 결과, “협조가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취업학원 “기업별 평가요소 등 제공” vs 대기업 인사팀 “공개된 것 전혀 없다”

대기업 취업 준비생 B(24)씨는 지난해 10월 강남의 한 유명 취업컨설팅학원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강사진이 모두 대기업 출신이긴 했지만, 대다수가 인사팀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당 학원은 프로그램·강사에 따라 30~60만원의 컨설팅비를 받았다. B씨는 “이후 한 대기업에 직접 물어본 결과 ‘인사팀 외에는 면접 전형 기준 등을 전혀 알 수 없다’고 하더라”며 허탈해했다. 

국내 대기업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취업컨설팅학원 2곳에서도 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아보았다. 면접 대비 프로그램에 ‘기업 내 평가요소’ 등이 강의 내용에 포함되는지를 묻자, W학원 측은 “면접 시즌이 되면 특정 기업 대비 강의가 열린다”며 “그때 기업 내 평가기준과 같은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아카데미는 “OO반을 수강하면 올해 채용 트렌드는 물론 기업별 탈락 요인이나 평가 요인을 분석해 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많은 취업컨설팅학원이 대기업 입사 면접의 유형 및 평가 요소는 물론 모범 답변이나 용어 등을 가르쳐 준다고 홍보하지만, 학원에서 알려주는 평가기준이 기업 인사팀이 보유한 실제 기준과 일치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국내 대기업 S사 인사팀은 “(학원에서 답변 리스트 등을 알려준다고 하지만) 본사의 입사 면접 전형 기준이나 면접 내용 등은 그 어디에도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 역시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과 전쟁하는 기업들… “학원식 답변, 불이익 줄 것"

족집게식 취업컨설팅학원이 늘자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S은행 1차 면접에 참여한 취업준비생 C(26)씨는 면접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면접 준비실에 나타난 면접관은 지원자들에게 “요새 면접학원에서 알려주는 토론면접 용어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그런 표현을 쓰면 평가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C씨는 면접 내내 혹시나 인사팀이 보유한 리스트에 있는 ‘학원용 용어’를 쓸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S은행과 같이 최근 많은 기업이 취업준비생에게 ‘학원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한항공 측은 객실승무원 공고와 함께 지원자 주의사항을 게재하기도 했다. 주의사항에는 “승무원학원의 허위 혹은 과장광고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며 “당사 객실승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 선발 기준과 평가 요소는 절대 알 수 없으며, 학원 혹은 과외를 통해 인위적으로 습득한 면접 요령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취업을 위해 컨설팅을 받거나 학원에 다니려는 취업준비생들은 학원 홍보 문구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담·컨설팅 내용을 100% 믿어서도 안 된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은 “기업이 면접을 통해 확인하려는 건 지원자의 뛰어난 언변이 아니라 열정과 능력”이라며 “본인의 직무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통해 진솔한 답변을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일정한 형식으로 다듬어진 모범 답변은 오히려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전문가의 취업컨설팅을 받는다 하더라도 막막할 때 방향을 찾는 조언 정도로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