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공정한’ 입시제도 구축위해선…“정시확대해야”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1.11 16:57

- 학종 축소·정시 확대 모색하는 '교육정책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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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입시 제도는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 27일 대입 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단순’과 ‘공정’을 제시하면서 오는 8월 새 대학 입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입이 정시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시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에서 객관성ㆍ공정성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이 같은 논란을 다루는 ‘대입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교육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와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비중을 늘려 대입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공정성 논란이 큰 수시모집을 줄이고 수능 위주의 대입 정시모집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려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수시모집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학부모가 입시정보를 얻기 어렵고 대입 비리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부터 수능 시험이 주입·암기식 교육을 심화하고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워 입시 경쟁을 조장한다며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현 중3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절대평가 과목을 현재 2과목에서 4과목 또는 7과목으로 확대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론의 큰 반대에 부딪혀 결국 개편안 발표를 1년 연기했다.

    한편에서는 만약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면 대학들이 변별력 떨어질 것을 우려해 수능 위주인 정시를 줄이거나 없애고, 수시 그중에서도 학종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이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종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대입 수시모집 비율은 76.2%, 정시모집 비율은 23.8%(이하 2019학년도 기준)로 수시전형 비중이 절대적이다.

    안선회 교수는 “대통령은 단순하고 공정한 입시를 주문했는데, 학종은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해 단순하지도 않고,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대학 신입생의 60% 이상을 정시 모집으로 선발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단순하고 공정한 입시를 만들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학생 선발의 공정성, 전형요소와 전형방법의 신뢰성, 대입전형의 투명성, 사교육비 증대 방지를 위해 고등교육법 제34조(학생의 선발방법)의 개정을 제안한다”며 “이 사안에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전체 선발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적시해 수시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시전형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학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대학별 학종 채점 기준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구체적으로 ▲학생부 교과 성적 반영 비율과 반영 방식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반영비율과 반영 방식 ▲ 기타 비교과 내용 반영 항목/평가배점/채점방식 ▲ 고교등급제 여부 공개 ▲전년도 합격자 교과성적 평균점 및 커드라인 공개 ▲전년도 합격자 기준 비교과 내용 합격자 가이드 공개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복수(3인 이상)의 평가자에 의한 서류평가와 면접 ▲입학사정관 운영상황 공개 ▲충분한 면접시간 확보를 통한 저형 신뢰성과 타당성 확보 ▲교육부 내 학종 공정성 심사위원회 상설 설치 ▲학종 부정행위 관련 대학과 입학사정관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어·수학·영어의 반영비중을 50%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은 전체 교과 교육과정의 5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원점수 기준으로 400점 만점에 국·영·수가 300점을 차지한다. 이는 곧 75%의 비중을 가진 셈이다. 이현 소장은 “수능에서 국, 영, 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고교 교육과정 비율에도 맞지 않고, 학생들이 폭넓게 탐구과목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는 수험생들도 참여해 정시모집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종혁 학생은 수시모집 확대로 교사들이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만 신경을 쓰는 관행이 공고해졌다고 지적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공평한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종은 면접관의 컨디션에 의해합격과 불합격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종의 불공평함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수시 이후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해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진영 학생 역시 “수시는 학업 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동아리·대회·생기부를 학업만큼 중요시하도록 학생들을 옥죄고 있다”며 정시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