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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권한 성폭력 처리 사안 많을수록…“사건 은폐·2차 피해↑”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8.01.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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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성폭력 2차 피해 예방 위한 연구 보고서’ 발표
- “제도 개선 통한 성폭력 전문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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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학교장에게 집중된 교내 성폭력 사안 처리 권한이 축소·은폐 시도로 이어져 ‘2차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의 ‘학교 성폭력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사안 처리 전문성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학교 내 성폭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학교관리자에게 집중된 교내 성폭력 처리 권한이 학교와 지역사회의 위신 등을 고려해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이는 곧 피해자의 정신·신체적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 중·고등학교 사례로 본 교내 성폭력 사안 축소ㆍ은폐 시도

연구팀은 피해 학생의 상담을 통해 사례로 든 모 중학교 A교사의 경우 “동성애자들은 항문으로 성교해 변실금이나 에이즈가 생긴다”와 같은 성행위, 성위생 관련 다수의 학생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 또한 B교사는 “남자가 젊은 여자를 보는 것은 본능이다, 남자는 여자의 골반을 본다”와 같은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

연구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박소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이 같이 교사들이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언어 성폭력은 누차 문제제기 됐음에도 학교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한 2차 피해는 여교사와 여학생의 정신, 심리적 고통과 정상적인 수업운영에 차질로 나타난다”며 “이는 전형적인 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 사안으로 교사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학생 대상 언어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C 중학교 학교관리자는 성폭력 사안이 감지되고 공론화됐을 때 성폭력 관련 사실을 교내 밖으로 유포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학생들을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외에도,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장, 교무부장 등 학교관리자가 실시한 전교생 대상 조사 때 남은 면담결과 자료와 협의 자료가 없다는 점이 “성폭력 처리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이라며 “이는 교내 성폭력 사안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과 사안 축소·은폐로 인한 사례는 D고등학교에서도 있었다. D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E 교사는 수업 중 원조교제, 사창가 등 부적절한 언행과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에 다른 교원과 여학생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2년 7개월에 걸쳐 2차 피해가 지속했다. D고교에서 남자 교사 5인은 지속적으로 수업 중에 여학생을 대상으로 예시와 같은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하고 여교사에게 성추행 행위를 일삼아 대상 여학생과 여교사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손해를 끼쳤음에도 학교 측의 1차 대응과 사안 처리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박 교수는 “결국 사안 조사는 교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학교 성폭력 사건 피해자 부모가 서울시교육청에 D고교 성추행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언론에 의한 무분별한 보도와 학생 대상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도 2차 피해로 지적됐다. 예를 들면, 성폭력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며, 외부의 과도한 관심과 취재 과정에서 사안 관련자 외에도 학교 구성원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실제로 성폭력 조사 대상 학교들이 학교 성폭력 사안 조사와 감사 등으로 수업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2차 피해 예방 교육 등 법·제도적 개선 통한 전문성 강화

보고서는 학교장의 판단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축소·은폐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담교원과 시교육청 도움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박 교수는 “학교 성폭력 전담교원과 학교장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관련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학교 성폭력 사안 발생 초동 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교육청의 안내와 성폭력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차 피해 예방에 대한 연구와 전문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학교 성폭력에 대한 사안 처리와 정책 개발은 1차 성폭력 사안 자체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2차 피해 예방에 관한 연구는 전무하다”면서 “각 학교에 성폭력 전문가를 배치할 수 없다면 각 시도 교육청 내 전문성을 갖춘 성폭력 전문가를 배치해 적절한 안내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 성폭력’을 독립법안으로 분리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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