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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좌담회] 부모·자녀의 '동상이몽'

장지훈 기자

2018.0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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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습 열중할 때 가장 기뻐"
자녀 "성적에 큰 관심, 부담감 커"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함께 먹고 자고 일상을 나누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상이몽(同床異夢·함께 있지만 속으로 딴생각을 하는 것)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소년조선일보는 새해를 맞아 부모·자녀의 솔직한 속마음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진심을 만나며 묵은 오해와 섭섭함은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더욱 잘 통하는 사이가 되자는 취지다. 지난 6일 명예기자 가족 3팀을 소년조선일보로 초대했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면 부모와 자녀가 흰 종이에 답을 쓰고 동시에 공개하는 식으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김범준(서울 교대부설초 4)·민서(서울 청담초 2) 남매와 아버지 김주석(45)·어머니 윤혜원(44)씨, 백시현(서울 신도초 5)·백재욱(50) 부녀, 신아현(서울 경복초 6)·장미라(45) 모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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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진행된 신년 좌담회에 참석한 소년조선일보 명예기자 가족들이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객원기자
◇"공부 열심히 했으면" 하는 부모와 "부담 된다"는 자녀

"제가 수학 학원에서 시험을 잘 봤을 때요. 엄마는 제가 우수반에 들어가길 바라시거든요. 시험을 못 보면 많이 실망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좀 속상할 때가 있어요."

'어떨 때 부모가 가장 기뻐하는가'라는 질문에 신아현 양이 한 대답이다. 어머니 장미라씨는 "솔직히 말해서 아현이가 시험을 잘 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인정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신양 가족의 가장 큰 화두는 '성적'이라고 했다. 장씨는 "시험을 못 봐도 크게 야단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양은 "내 성적에 너무 관심이 많아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날 자녀들은 모두 '내가 학습에 열중할 때 부모가 기뻐한다'는 답을 내놨다. 백시현 양은 "책을 읽을 때"라고 답했고, 김범준·민서 남매는 각각 "불평 없이 학원에 갈 때" "영어 공부를 할 때"라고 말했다.

남매의 어머니 윤혜원씨는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싶었는데, 이게 마음에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자식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다 똑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각 "(자녀가) 예의 바른 행동을 할 때", "함께 여행을 떠날 때" 기쁘다고 대답한 백재욱·김주석씨도 예상치 못한 자녀의 답변에 "스트레스가 큰 모양"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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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의 속마음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행하는 트레이닝복 안 사줘 섭섭" VS "스마트폰만 보는 자녀들 서운해"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라고 해도 사소한 마찰은 있는 법. 이날의 대화는 내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이따금 자녀들은 그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한 속상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백시현 양은 "엄마가 동생에게만 맛있는 음식을 주고, 공부도 덜 시킨다. 같은 잘못을 해도 내가 더 많이 혼난다"면서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차별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 백재욱씨는 "첫째인 시현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보니 더 욕심을 낸 부분이 있다"면서도 "두 아이를 아끼는 마음은 기울어짐 없이 똑같다"며 다독였다.

김범준 군은 "스마트폰 게임을 더 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그만 자라고 하셨던 게 슬펐다"고 했다. 동생 민서 양도 "오빠와 더 놀고 싶은데 밤 10시 30분이면 자야 해서 아쉽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아버지 김주석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이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반긴다. 함께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싶은데 온통 스마트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들을 보면 섭섭하다"며 오히려 서운함을 토로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신아현 양은 "엄마에게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닝복을 사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남들 다 입는 옷을 뭐하러 입느냐'며 사주지 않으셨다.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어서 창피했다"고 말했다. 이에 장미라씨는 "너무 개성이 없어 보여서 사주지 않았는데 조만간 사줘야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마음으로 빈 새해 소망… '가족의 건강'

"이 질문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다 똑같이 쓸 것 같은데…."

이날 좌담회의 마지막 질문으로 새해 소망이 무엇인지를 묻자 김민서 양이 작게 혼잣말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녀의 생각을 유추하느라 진땀을 뺐던 부모들도 이번만큼은 망설임 없이 답을 적었다.

이윽고 답을 적은 종이를 함께 뒤집어 들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한마음 한뜻으로 적은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저마다의 종이에 담겨 있었다. 계속 엇갈렸던 부모와 자녀의 마음이 처음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백시현 양은 "아빠가 서울과 경북 구미를 오가며 일하셔서 걱정이 크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신아현 양은 "동생이 조금 아파서 계속 약을 먹고 있다. 올해는 약을 안 먹어도 될 만큼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백재욱씨는 "아직 어린아이로만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일도 있고, 미처 신경 써 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면서 "오늘 이렇게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앞으로 더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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