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어른들은 이해를 아이들은 암기를 잘한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2.08 09:35
  • 우리가 공부를 할 때 새로운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은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나름대로 쪼개서 자기에게 맞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원래 알고 있는 게 많을수록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이해력이 높은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생 때는 알고 있는 직·간접 배경지식이 별로 없어서 새로운 내용을 보면 자기한테 맞게 쪼개서 집어넣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공부할 때 포스트잇 같은걸 여기저기 붙여놓거나 하지 않는다. 잘 외워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암기라 싫다고 해도 중고생 시절이 가장 잘 외워지는 시기이다. 뭐든 알려주면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면서도 무작정 일단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중고생 때의 공부패턴이다.

    특히나 중학교 때는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할 공부내용이 많지 않아서 암기식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더 이상 안 통하는 게 문제다. 중학교 수학문제는 외워서 풀 수 있지만 고등학교 때는 안 된다. 중학교 사회는 단순 암기해도 되는 쉬운 용어나 내용이 많지만 고등학교 때는 내용도 방대하고 새로운 용어나 어려운 한자어가 많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주입식 암기식으로 지도하는 것은 암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서 가르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런 특성을 거스르며 이해를 많이 유도하자면 굉장히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제한 된 시간에 최대의 효율을 내는 암기식 지도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다고 거기에 맞춰서 암기만 하면 우등생이 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른들은 정반대이다.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직간접 배경지식이 많고 인지적으로도 성장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보면 찬찬히 보면서 기존의 정보를 활용해서 이해를 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뇌의 저장능력이 감퇴한 나머지 금새 잘 까먹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공부할 때 여기저기 적어두거나 붙여두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잘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아침에 공부하던 내용인데 점심시간에 뭘 공부했는지 기억이 안 나기 까지 한다.

    이런 차이는 영화를 보고 나서의 사람들의 유형에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집중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장면 장면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전체 스토리를 잘 잡아내는 능력을 길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너무 장면들에만 치중하면 결국 마지막엔 무슨 영화를 본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고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부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암기하는 편이 몸에 더 맞고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책들과 선생님들은 이해를 강조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암기가 먼저일까 이해가 먼저일까 많이 고민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것도 먼저라는 것은 없다. 다만 암기와 이해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암기의 장점은 빠르게 반응하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마치 운전하는 사람이 자동차의 운동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않아도 몸으로 익힌 감각으로 능숙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암기만 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폭이 좁아진다. 한마디로 암기한데로 나오면 맞고 아니면 틀리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의 운동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운전하다가 급커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는 그래서 강력하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 상황에 맞게 자기 지식을 적용할 수 있다.한마디로 새로운 문제에 대한 적응력이나 응용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굉장히 큰 차이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 배우는 물리 공식이 10개라 치면 고등학교 때 배우는 공식은 100개다. 중학교 때는 10개의 공식만 외우면 끝이다. 문제가 응용 되어 봐야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까 암기식으로 해도 통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배우는 공식이 100개면 일단 단순 암기 자체가 곤란하다. 또 설사 다 외웠다고 치더라도 시험문제를 보고 100개중에 뭘 써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설사 뭘 써야 할 지 판단했더라도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응용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고등학교 공부는 깊은 이해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해가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암기를 안 해놓으면 이해한 내용을 시험에서 써먹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면 이차방정식을 푸는 간단한 문제를 어떤 사람은 공식을 외워서 그대로 적용하여 풀어냈다고 하자. 그러나 어떤 사람은 공식을 구하는 방법만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하자. 시험문제 풀 때마다 근의 공식을 유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래서 무작정 암기도 무작정 이해도 의미 없다. 어느 것이 먼저가 아니라 이 둘의 적절한 조화를 이룰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중학교 때와 달리 고등학교 때는 이 둘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능력도 갖춰야 하는 것이다.

    편안함을 거슬러야만 남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명심하자. 절대로 고등학교 때는 암기왕이 통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는 암기와 이해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도 공부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가 어느 것을 이해해야 할지 어느 것을 암기할지 감이 안 잡힌다면 우선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애써봐야 한다. 어느 것을 이해해야 할 지 암기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은 그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아직 이해가 안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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