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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서 ‘결핵 환자’가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과 문화센터에 이어 최근에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원 등에서도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결핵 공포가 커지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 검사 대상자만 500여 명… "결핵 퍼진 것도 몰라"
수험생 수만 명이 상주하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지난달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해 보건 당국이 긴급 조사에 나섰다. 서울 노량진 대형 공무원 학원에 다녔던 A(23)씨는 지난달 29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중순까지 100명 이상 듣는 대형 강의를 포함한 다양한 강의를 수강해 당장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접촉 대상자만 무려 500여 명에 달한다.
이에 시험을 코앞에 둔 노량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도 극에 달했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서도 순식간에 퍼지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학원 측이 일부 수강생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 한 통을 보낸 게 전부여서 제대로 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수험생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 수험생은 “검사 안내 문자를 받고 나서야 학원 내 결핵이 퍼진 사실을 알았다”며 “건강에 지장이 생기면 공부하기도 어려운데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도 “적당한 조치도 없고 대책도 없이 아이에게 문자 한 통으로만 안내하면 어쩌란 말이냐”며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임시 검사소를 찾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보건 당국의 지시를 따랐으며, 수험생의 동요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현재 감염 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해 결핵이 어디까지 전염됐는지 파악하고 있다.
◇병원 신생아실·어린이집 등 영유아 밀집 지역에서도 발생
영유아도 결핵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경기도 고양시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는 B씨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문화센터 4곳에서 10여 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정서와 감각 발달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문화센터에 아이와 함께 다닌 부모들은 한동안 결핵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인체의 저항력이 약해 중증 결핵으로 악화할 수 있어 불안을 더했다. 3살과 5개월 두 아들을 둔 주부 김지희(가명)씨는 “이 사건을 보곤 큰아이와 작은 아이 모두 문화센터 신청을 취소했다”며 “오감수업이라면 생후 5개월 아기도 다닐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안타깝고 같은 부모 입장으로서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역학조사에 나서고, 해당 문화센터에서 아동을 맡긴 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진행했다. 일산서구보건소 관계자는 "결핵 환자 신고가 접수돼 역학조사와 함께 설명회를 했다"며 "당사자가 어떤 경로로 결핵에 걸렸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병원 신생아실과 어린이집에서도 결핵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올해 7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여성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결핵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잠복결핵’ 진단을 받은 신생아가 100여 명에 달했다. 지난 8월엔 충북 제천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결핵 감염 교직원 3년 새 3배… 교내 발생 증가 추세
실제로 학생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결핵에 걸리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이후 교육기관 내 결핵환자 역학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초·중·고교 교직원 결핵 환자 발생 건수는 2013년 71건에서 지난해 114건으로 3년 새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 교직원의 결핵 발생 건수는 21건에서 60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7월엔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직원 결핵 감염자가 2012년 90명에서 지난해 209명으로 2.3배 급증했다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보고도 나온 바 있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3년간 전체 고등학교 절반에서 결핵 환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 학교에서의 결핵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지난 9월 결핵후진국 오명을 탈피하고 후세대로의 질병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보다 촘촘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2011년 대비 절반 수준인 10만명당 50명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잡고 '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정부 내 협의 등을 거쳐 '제2기 종합계획(안)' 수립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앞으로 결핵퇴치를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이어 학원까지 덮친 ‘결핵 공포’… 애타는 부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