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사춘기 겪는 내 아이, 별나다 생각하지 마세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1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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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인 청소년과 학부모 수천 명 만나 책 펴낸 이진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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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춘기는 인간의 성장에서 겪는 당연한 과정일 뿐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리더십 강사 이진아씨. 그는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일수록 그 원인엔 반드시 ‘부모’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마랑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니까!”

경희대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리더십 강사로 활약 중인 이진아(47·브랜드유 리더십센터 소장)씨는 6년 전 중학교 2학년 딸의 사춘기 시절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평소 순하고 착하기만 한 딸아이가 갑자기 짜증스럽게 대답하고 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순간을 말이다. 이듬해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외동딸의 사춘기는 더욱 날카롭고 두렵게 다가왔다. 처음엔 ‘아이를 잘못 키웠던 것인가’, ‘너무 다 받아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춘기는 딸뿐만 아니라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춘기는 질병이 아니잖아요. 아이가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일종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했죠. 아이가 이유 없이 반항하거나 짜증 부릴 때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질풍노도의 시기…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
엄마밖에 모르던 딸의 사춘기는 생각보다 매서웠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눈빛부터 달라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일례로, 학교 수학시험 49점을 받아와선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이 정도 점수는 맞을 수 있으니 수학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날엔 귀를 뚫고 싶다며 졸라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답했더니, 학교에서도 괜찮다고 하는데 왜 엄마가 반대하느냐며 교칙안을 들고 와 조목조목 따지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청천벽력 같이 찾아온 남편과의 사별은 아이의 사춘기를 더욱 장기전으로 모는 계기가 됐다. 한창 예민한 중학생 딸에게 친구 같던 아빠의 부재는 생각보다 훨씬 컸던 것. 이씨 역시 병마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짓눌려 딸의 속사정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그는 “어느 순간 딸이 깊은 속내는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사춘기가 점점 더 심해져 엇나가진 않을까 두려움이 들 때쯤, 아이가 바뀌기만 바랄 게 아니라 나부터 현명한 엄마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먼저, 아이의 사소한 말에도 귀 기울이려 노력했다. 아이의 작은 한숨이나 혼잣말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는 언제나 네 얘기를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이가 어떤 얘기를 할 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크게 맞장구를 쳐주며 그 말에 십분 공감해줬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엄마의 의견이나 해결책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명쾌한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을 탐색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것”이라면서 “엄마 생각보단 아이의 생각에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올바른 소통법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늘 웃는 얼굴로 아이를 맞았다. 단순히 표정뿐 아니라 말투나 행동까지도 밝게 대했다. 예컨대, 길거리에서 아이를 만나면 마치 유치원생 딸을 마중 나간 엄마처럼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두 손을 높이 들어 반갑게 흔들며 달려갔다. 엄마의 이런 행동에 딸은 친구들 보기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엔 밝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누구나 자기를 좋아해 주고 웃어주는 사람은 반기고, 자길 싫어하고 잔소리하는 사람은 피하는 법이에요. 사춘기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물론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엄마와의 만남은 늘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사춘기 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아이의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렸다. 아이의 친한 친구 10명과 그 부모들을 모아 ‘무한틴즈(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십대라는 뜻)’라는 커뮤니티를 결성한 것. 이들은 1년간 ‘아이들 스스로 놀면서 미래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체험학습, 진로탐색, 여행, 자기 탐험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청소년기는 친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시기”라며 “사춘기를 앓는 아이에게 친구란 ‘유일한 소통의 창구’라는 점을 인정하고 엄마가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을 친구와 나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전했다.

◇누구나 겪는 성장 과정일 뿐… 부모의 애정 어린 시선 중요
물론, 이 같은 노력에도 딸의 사춘기를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입을 꾹 다물고 묻는 말에 잘 대답해주지 않을 때는 왠지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했다. 한번은 울컥하는 마음에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며 소리를 칠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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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어느 날 아이에게 제가 느낀 감정을 참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너의 이런 말에 엄마는 상처를 받았다’고 차분히 얘기했더니, 금세 아이의 입에서 ‘미안해’란 말이 나오더군요. 순간, 아차 싶었어요. 이렇게 잘 타일러 말하면 알아듣는 아이를 제 감정에 휘둘려 화부터 내려 한 사실에 정말 미안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딸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인생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된 것. 스무 살 성인이 된 지금은 사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 갱년기에 접어든 엄마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독여줄 만큼 성숙해졌다. 그는 “얼마 전까지 사춘기를 앓으며 힘들어하던 딸이 이처럼 엄마를 따뜻하게 위로해준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지금도 심경에 변화가 있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 끙끙 앓거나 숨기지 않고 항상 최우선으로 엄마를 찾는다”고 전했다.

이후 이씨는 자신처럼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를 돕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청소년 대상 진로·리더십 캠프에서 만난 5000여 명의 10대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사춘기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 것. 최근엔 이 같은 연구 내용을 정리한 ‘지금 내 아이 사춘기 처방전’(한빛라이프) 책을 펴냈다.

“수년간 다양한 10대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일수록 그 원인엔 반드시 ‘부모’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느껴질 땐 아이 탓을 하기에 앞서 부모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세요. 웃는 얼굴로 대하기만 해도 아이들은 금세 좋아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에요. 노력해도 아이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며칠 하다 그만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한두 번에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덧붙여 그는 사춘기는 인간의 성장에서 겪는 당연한 과정일 뿐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책을 쓰는 내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지침이 아닌 ‘공감과 위로’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이도 사춘기가 처음이지만 부모도 사춘기를 겪는 아이와 함께하는 건 처음이니까요. 아이의 사춘기를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누구나 겪는 성장 과정으로 생각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이를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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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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