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능] 국·영·수 모두 지난해와 비슷…“어려웠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1.23 18:44

-국어ㆍ수학 “올해도 불수능”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 “고난도 문항이 등급 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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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장교사들과 입시업체들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춰 출제된 것으로 분석했다.

    ◇국어영역, 새로운 유형 출제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국어영역이 불수능이라고 불릴 만큼 어렵게 출제된 것을 고려한다면 올해 시험도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수능 평가단인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어렵고 작년과 비슷한 난이도로 구성됐다"며 "새로운 유형 문제가 다소 출제됐으며 특히 독서 영역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화법과 작문영역 4~7번까지 새로운 유형 문제가 체감 난도가 높은 문제도 나왔다"며 "이육사의 '강 건너간 노래'란 시가 출제됐는데, 이는 EBS 연계가 안 되고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은 작품과 문학이론을 해석하는 문제 등을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입시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독서가 특히 어렵게 출제됐다. 경제와 과학기술지문 모두 EBS 교재에서 소재를 따왔으나, 최상위권대가 아닐 경우 내용을 이해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 역시 “독서 지문의 길이가 특별히 길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어려워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난도 문제로는 41번을 꼽았다. 김용진 교사는 "여러 가지 부호화 기술을 사례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 상당히 복잡하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풀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학영역, “변별력 갖춰”
    2교시 수학영역은 이과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의 경우,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문과계열 수험생들이 보는 '나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 수학 가형의 만점자 비율이 0.07%, 수학 나형은 0.15%로 불수학으로 꼽힌 바 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수학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고 수학 나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며 "딱 떨어지는 정답을 구하기보다는 주어진 조건을 잘 해석해서 그래프 모양을 정확히 추론해내는 능력이 필요했다"며 "그래프 추론과 정적분 계산, 수열의 개념까지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수학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며 "올해는 지난해 수능 유형과 전반적으로 유사하게 출제됐으나 공통문항으로 출제되던 빈칸 추론 문항이 가ㆍ나형 다른 문항으로 출제됐고,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되지 않았던 보기 문항이 가ㆍ나형에서 모두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상위권을 변별하는 고난도 문항들도 다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수학 가형에서는 21, 29, 30번 문항이 고난도 문항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21번, 30번은 새로운 유형 문제이기도 해 상위권을 변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난도 문항으로 분류되는 21번, 30번은 함수 그래프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은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함수의 적분에 관한 가형 30번, 다항함수의 적분법과 함수의 극한을 활용하는 나형 30번이 특히 까다로웠다”고 덧붙였다.

    ◇첫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 “전반적으로 평이”
    올해 처음으로 절대평가 방식으로 치러진 3교시 영어영역 역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올해 수능 영어영역은 학생들이 매우 어려워했던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고 지난해 수능과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난 9월 모의평가 시험이 어려워서 영어 공부에 집중한 학생들은 무난하게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역시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와 비교했을 때 문제 유형이나 배점, 문항, 배열순서 등이 같았으며, 기존 방식대로 고난도 4~5문항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영어영역 역시 변별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고난도 문항이 등급을 가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3~4문항 정도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평소 학습량에 따라 1등급 경계가 나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무난한 시험이라고 여겨지지만 나름대로 변별력을 갖추려는 부분이 엿보인다"며 "학생들은 빈칸 추론 문제를 어려워하는데 빈칸추론 4문제 중 3문제가 EBS와 연계되지 않고 출제됐고, 빈칸 추론 문항 중에 단어와 짧은 어구를 추론하는 문제가 사라지고 대신 난도가 조금 높은 긴 어구와 절을 찾는 문제로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어렵거나 생소했을 문항으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34번, SNS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35번을 꼽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지난해 수능은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7.8%(4만2867명)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험”이라면서 “9월 모의평가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험생들은 ‘비교적 쉬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채점 결과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준식 수능 출제위원장은 출제경향에 대해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며 "기본 개념 이해와 적용 능력, 주어진 상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추리·분석ㆍ탐구하는 사고 능력을 측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59만3527명이 응시한 올해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 40분부터 시행됐다. 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다음 12월 4일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12월 12일에 수험생에게 통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