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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3교시 영어영역은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상당히 어려웠던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지난해 수능과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새로운 유형도 없어 수험생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수능 영어영역 분석 담당인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 이종한 양정고 교사가 이날 영어 시험 종료 직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난도를 분석한 결과, 상당히 어려웠던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다고 평했다. 유성호 교사는 “영어영역은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고 작년 수능과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9월 모의평가가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이후 영어 공부에 집중한 학생들은 무난하게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BS 비연계 지문 중에서 독해가 어려운 지문들이 꽤 있었다. 대체로 빈칸추론 지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별력은 나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의파악'과 '세부정보'를 묻는 문항이 EBS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을 활용해 출제된 것이다. 이종한 교사는 “수험생들은 빈칸 추론 문제를 어려워하는데, 빈칸 추론 4문항 중 3개 문항이 EBS 비연계 문제로 출제됐다. 이를 자세히 보면, 빈칸 추론 문항 중 단어와 짧은 어구를 추론하는 문항이 있는데 이게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나름대로 변별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는 설명이다.
수험생들이 어렵거나 생소했을 문항으로는 34번과 35번을 꼽았다. 34번의 경우는 인공지능(AI) 문제였고, 35번은 SNS 미디어 리터러시(문장해석능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종한 교사는 “수험생들은 생소한 개념과 전문적 내용 등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34번과 35번이 그 예다. 34번은 문장 추론 문항이다. AI의 발달과 진화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을 재규정해야 하는 상황을 담고 있다. 영어 읽기영역 성취 기준 중 하나가 ‘신속하게 일반적인 글을 읽고 함축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다. 또 35번은 글의 흐름과 무관한 문장을 파악하는 문제는 내용과 관련 없는 문항을 고르는 것인데, 이 역시 성취 기준 중 하나인 ‘친숙한 일반적 주제에 관한 글을 읽고 논리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난이도를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해 3등급이면 2점 10개 3점 1~2개 틀리는 수준인데 맞고 틀리는 갯수는 크게 차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등급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영역 총평을 맡은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이번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평가도구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상대평가보다 비교적 부담이 덜한 절대평가라는 점을 고려해 영어공부를 소홀히 한 학생들은 원하는 등급을 받기 어려운 정도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 역시 “매우 어렵게 출제됐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게 출제됐으며, 지난해 수능과는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수능은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7.8%(4만2867명)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험”이라면서 “9월 모의평가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험생들은 ‘비교적 쉬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채점 결과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와 비교했을 때 문제 유형이나 배점, 문항 배열순서 등이 동일했으며, 기존 방식대로 고난도 4~5문항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고 진단했다. 또 “고난도 문항으로 분류되는 빈칸 추론과 쓰기 문항에서의 출제방식은 기존 방식과 마찬가지로 글의 요지와 주제가 될 수 있는 어구나 어휘를 묻는 문제와 글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연결사, 대명사 등을 유의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수능에서 원점수 90점 이상, 즉 절대평가 체제 하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체 수험생의 7.8%(4만2867명)였으며,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체 수험생의 5.4%(2만7695명)였다.
[2018 수능-영어] 교사·전문가 “지난해와 비슷…평이해”
- 절대평가 전환 “고난도 문항 출제…변별력 확보”
- “AI·미디어 리터러시 등 전문적 개념 생소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