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연기 없다는 수능…대책 발표에도 수험생·학부모 ‘불안’ 여전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1.21 11:18

- 여진 나면, 경우의 수많아 ‘혼란’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조선에듀 손현경 기자] “23일에 수능 보다가 또 지진 나면 어떡하죠?”

    교육부가 20일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운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정부가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책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다. 일단 포항시 수험생들은 23일 관외로 이동 없이 수능을 치른다. 다만 지진 피해가 심각한 북구 지역 4개 시험장만 남부지역으로 이동된다.

    북구에 있는 포항고·포항장성고·대동고·포항여고 고사장은 남구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포은중·포항이동중으로 바꼈다. 포항지역 수험생 6098명 가운데 이들 4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던 2045명의 시험장소가 바뀌게 됐다. 특히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해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면 운동장 등 교실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교육부는 시험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학교장 등 시험장 책임자와 시험실 감독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사람마다 지진을 느끼는 강도가 저마다 다른데 가, 나, 다로 나눈 강도를 감독관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시험 당일 모든 지진대피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감독관과 학교장에게 주는 것은 이후 책임소재 및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아들을 둔 학부모 방기환(47·서울 관악구)씨는 “수능 당일 지진이 나면 수험생들이 일단 대피를 해야 하는지, 감독관의 안내를 기다려야 하는지 상황별 세부적인 행동요령이 궁금하다”며 "수험생들이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지진 상황에 맞춰 행동 요령을 숙지해야 지진이 나더라도 혼란으로 인한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하면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마련한 '수능날 지진발생 시 단계별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하게 된다. 행동요령은 지진·여진 정도에 따라 가~다 3단계로 구분한다. '가 단계'는 진동이 경미한 상황을 말한다. 해당 단계에서는 수능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진동이 느껴지나 안전성이 위협받지 않는 수준인 '나 단계'에서는 시험이 일시 중지된다. 수험생들은 감독관 지시에 따라 책상 아래로 대피한다. 진동이 멈추면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시험을 재개한다.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다. 이때는 교실 밖 운동장으로 대피해 대기해야 한다. 운동장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상당 규모의 지진·여진이 발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험은 무효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난감함을 표했다. 대학 입시라는 인생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를 객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감독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운명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보다는 정부가 일단 시험을 치르고 보자는 ‘무책임한 대응책’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지진 불안감에 시험 압박감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험생들은 “지진이 나도 대피 매뉴얼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그냥 시험을 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험생 이초아(18)양은 “인터넷에 포항지역 수험생들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다며 비난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된다”며 “학생들이 느끼는 포항지역 수능 계획안은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구 영신고등학교 3학년 김성민(19)군은 “잠자리 문제 등 때문에 시험장소가 포항 외 지역으로 바뀔까 봐 걱정했는데 남구로 대체시험장이 결정됐다고 해서 다행이다”며 “시험 전이나 시험 도중에 간밤에 있었던 것처럼 큰 여진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도 서로 ‘괜찮을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수험생들이 안정적인 상태서 수능을 치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교육지원청 WEE 센터는 21~22일 각 고등학교에 심리적 안정을 위한 방법을 포함한 유인물를 배포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 고3 담임들은 수능 예비소집일인 22일에는 여진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능 전날 여진을 느끼면 학생들이 다시 공포를 느낄 것이고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돼 수능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 고3 담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안윤수 포항중앙여고 교감은 “지진과 함께 수능 일정이 밀려 학생들 공부 흐름이 깨진 상태이고 포항지역 학생들은 트라우마 등으로 위축돼 수능에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고3 담임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 등을 통해 학생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