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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행사가 열린다. 조금씩 다르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의 이야기다. 그만큼 교육계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뜻일 테다.
새로운 혁신은 시장이 주도한다. 국가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정책으로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없다 못해 치안조차 직접 총을 구매해서 유지할 정도로 규제가 적으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국가가 강력한 힘으로 정책, 대학 연구 보조 등을 통해 혁신을 보좌하는 미국이 가장 빠르게 혁신하는 국가인 이유다.
실리콘 밸리는 끊임없이 교육을 혁신하려 시도 중이다.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인프라 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IT 업계에 핵심과 맞닿아 있다. IT 업계에서는 오직 ‘사람’이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 수급은 IT 업계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미국, 영미권 교육은 특히 IT 업계인 수급에 실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이공계 대학원생의 68%가 해외 국적자다. 1,2세대 이민자까지 합치면 아시아계가 사실상 전부라고 볼 수 있다. IT 업계에서도 인도인을 필두로 아시아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가 발 벗고 나섰다. 칸 아카데미 등의 업체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시도가 있다. 학교만 따로 만드는 게 아닌,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업체가 학교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선 사례다. 바로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Wework)’가 만드는 학교, ‘위그로우(Wegrow)’다. -
위워크는 뉴욕에서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뉴욕의 빌딩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적당한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빌딩을 필요한 날짜에 필요한 만큼만 쓸 수 있게 해준다. 가격은 비싸지만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유동성이 매력적이다.
위워크는 단순한 부동산 업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체를 제공한다. 커피, 맥주 등 음료 제공은 기본이다. 위워크끼리 진행하는 네트워킹 이벤트도 있다. 신년회, 핼러윈 파티 등의 행사도 함께한다. 위워크를 통해 프리랜서나 중소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원끼리도 대기업처럼 거대한 네트워크에 소속되었다는 소속감과 복지, 안전망을 주겠다는 시도다.
위워크가 어른을 위한 코딩 학교를 만들기 위해 코딩 교육업체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이 칼럼을 통해 전한 적이 있다. 최근에 위워크는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학교, 위그로우를 설립했다.
위워크 창업자 노이만 부부는 본인의 자식을 맡길만한 학교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실용적으로 일 하면서 배우는, 창업을 위한 학교다. 농사를 한다. 만든 농작물을 장터에서 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농사로 생물을 배우고, 장사로 수학을 배우는 식이다.
행동을 통해 배우는 실용적인 교육은 미국의 차터스쿨, 사립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위그로우는 본인 학교는 이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위워크’라는 공동체에 한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위그로우는 위워크의 다양한 직원들을 멘토로 갖고 있다. 덕분에 학생이 미래에 어떤 혁신산업 직업에 관심이 있더라도 직접 현업 종사자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부모와의 거리도 장점이다. 위그로우는 위워크 멤버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위그로우는 위워크 빌딩에 있게 된다. 위워크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자녀가 본인과 같은 빌딩에서 학교에 다니게 되는 셈이다. 필요하면 식사도 같이할 수 있다. 자녀와 본인이 한 공동체에서 키워진다는 느낌은 위워크만 줄 수 있는 강점이다.
현재 위그로우는 매우 적은 인원을 데리고 뉴욕 본사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아직은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그들의 목표는 물론 스타트업처럼 기하급수적인 확장이다. 그들은 전 세계의 위워크 공동체에서 자녀를 위그로우에 보내는 미래를 꿈꾼다.
한때 공동체 교육, 마을 교육이 교육계에서 중요 화두였던 적이 있다. 품앗이하듯 지역 공동체가 함께 서로 도우면서 아이를 키우자는 취지였다. 좋은 의도였지만 크게 성공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한국 사회가 공동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은 사회의 일부다. 사회가 바뀌지 않고 학교만 바뀐다고 교육이 바뀔 수는 없다.
위그로우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위워크는 실제로 사회를 바꾸고 있는 공동체. 위워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한국에서도 최근에 강남, 을지로에 이어 삼성에 지점을 내는 등 빠르게 시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의 공동체에 교육을 추가하려 한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하는 교육의 변화라면 그 힘은 배가 된다. 교육을 바꾸겠다는 위그로우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공동체 내에서의 학교 혁신, 위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