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포항 지진에 수능 일주일 연기…대입 일정도 ‘비상’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1.15 21:32

- 교육부, 부총리 주재 ‘긴급 브리핑’
- “포항 지역 고사장 피해 심해 수능 연기”
- 대입 일정 조정 불가피…"대교협과 협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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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6일 치를 예정이던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오는 2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대입 일정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8시 2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포항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연기 요청이 왔다”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형평성을 감안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애초 교육부는 이날 오후 경북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자 오후 3시 10분에 “예정대로 시험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험 중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단계별 대처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는 이날 오후부터 대입 및 학교 안전 관련 부서를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수능 관리 대책을 지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교육부가 수능 강행을 발표한 지 다섯 시간 만에 사상 유례없는 수능 연기가 발표된 것이다.

    교육부가 이 같은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은 고사장의 피해가 적지 않아 정상적인 시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지진 여파로 포항 지역의 14개 고사장 중 상당수에서 균열 등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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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부총리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이 (포항지역 등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며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를 전수 점검한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에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포항 지역의 14개 시험장을 여진 우려가 없는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김 부총리는 이미 배포된 수능 시험지를 놓고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선 “시험지는 아직 각 시험장까지는 배포되지 않았고, 총 85개 전국 시험지구에서 보관하고 있다”며 “행안부와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해 일주일간 지켜질 수 있도록, 일체 불미한 사안이 생기지 않도록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능 시험일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전반적인 대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대교협과 협의해 대학에 일정 조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 장소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15일 예비소집이 진행됐지만, 건물 안전 문제나 자신의 고사장을 아는 수험생들이 부정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성적통지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05년에는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2006학년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고,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역시 일주일 연기됐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연초에 수능 연기 사실이 발표돼 학생들이 시험 직전에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한편, 16일 내일 수능에 따라 휴업할 예정이던 학교들의 휴업은 유지된다. 수능 연기로 인해 늘어난 휴업 일수는 방학을 이용해 보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