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THE 인터뷰] 서울둘레길 157㎞ 완주한 가족

문일요 기자

2017.11.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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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맞춘 걸음걸음 대화꽃이 활짝
온 가족 함께 돌자서울 한 바퀴!

관악산, 북한산, 대모산, 수락산, 도봉산, 아차산 등을 따라 서울 외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157㎞의 ‘서울둘레길’. 한 가족이 1년 4개월에 걸쳐 이 길을 완주했다. 주말마다 4~5㎞씩,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달팽이처럼 천천히 걸었다. 길을 걸으며 집에서 나누지 않던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둘레길의 시작점이자 도착지인 서울창포원에서 이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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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4개월에 걸쳐 서울둘레길을 완주한 정원석씨 가족. 서울둘레길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서울창포원에서 가족이 포즈를 취했다.
◇서울 한 바퀴 돌며 1년 훌쩍

가족이 서울둘레길 여행을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6일. 아버지 정원석(45)씨와 어머니 한이경(40)씨는 "가족과 주말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작한 걷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건 지난달 28일. 아들 재원(서울 개운중 1) 군과 딸 재경(서울 성신초 4) 양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면서 "센터에서 '완주 인증서'를 받고 나니 실감도 나고 뿌듯했다"며 웃었다.

가족은 1코스 시작점인 서울창포원에서 출발해 서울 외곽을 시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여름날에는 용마산 고개를 올라 서울 경치를 내려다봤고, 관악산에서는 단풍이 든 가을 숲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듬해 안양천 코스를 걸을 땐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렸고, 북한산 계곡물 소리는 귀를 즐겁게 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가족 모두 주말 일정을 비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변수가 많았다. "날씨를 맞춰가며 나서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비가 오면 아무래도 어렵죠. 황사나 미세 먼지가 심한 날도 마찬가지고요. 겨울에는 날이 빨리 져서 목표했던 거리만큼 못 가고 내려온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1년이 넘게 걸려버렸네요."

아버지의 말에 재경 양은 "완주하는 데는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엄마,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재원 군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밖에 나와서 하는 얘기가 달랐다"면서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도 둘레길을 걸으며 아빠랑 고민을 나누고 해결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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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지난달 28일 서울둘레길 완주를 마친 재원 군과 재경 양이 인증서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아래)지난 4월 안양천 코스길에 활짝 핀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둘레길 걸으며 과거·미래 얘기해요"

둘레길을 걸으며 아빠와 엄마의 학창 시절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고덕산 쪽에 있는 고덕동 일대는 저희 아버지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에요. 그 길을 따라 수서 탄천교에 다다르면 저 멀리 엄마의 고향 잠실이 보였죠. 그 길을 걸으면서 부모님의 어릴 적 이야기를 처음으로 자세하게 들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은 빌딩이 가득 들어찬 곳이지만 예전에는 죄다 논밭이었다는 얘기를 들을 땐 정말 신기했어요." (재원 군)

길을 걸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깨달음의 순간도 온다. 가족에게도 이런 순간은 왔다. "둘레길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여름이었어요. 2코스에 있는 용마산 깔딱고개가 무척 힘들었어요. 끝도 없이 계단이 이어져서 저희도 아이들도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재경이가 이런 말을 해요.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도 이렇게 힘든데, 이 계단을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요." (한이경씨)

둘레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한 뼘씩 성장했다. 재원 군은 "어디를 나갈 때 엄마가 짐을 챙겨주던 걸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1년이나 함께 외출 준비를 하다 보니 엄마가 매번 우리를 위해 신경 쓴다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재경 양도 "여름에는 엄마가 꼭 전날 밤 생수를 꽁꽁 얼려서 배낭에 챙겨 줬는데 무척 고마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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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서울둘레길에는 구간마다 우체통 형태의 스탬프 게시대가 설치돼 있다. 총 27곳의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서울둘레길 완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오른쪽)잠깐의 휴식 시간에 둘레길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
◇'코리아 둘레길'도 도전하고 싶어

가족은 서울둘레길 157㎞ 구간 중에 단 1m도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코스를 중간에 끊으면 다음번에 꼭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완주하겠다는 아버지의 다짐 때문이었다. 재경 양은 "아빠가 항상 끝나는 지점을 잊지 않으려고 지도에 표시하고 사진으로도 찍어뒀다"고 설명했다.

"서울둘레길 곳곳에는 안내 표시가 있어요. 나뭇가지에 리본이 달렸거나, 바닥에 화살표가 표시돼 있어요. 한눈팔고 한참을 걷다 보면 길을 잘못 들 수 있으니까 중간중간 꼭 확인해야 해요."

이번 여행 내내 길 안내를 맡은 재원 군이 귀띔했다. 재경 양은 "끝나고 뭘 먹을지 생각하면서 걸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면서 "코스를 마치고 먹는 식사 메뉴를 잘 고르는 것도 엄청 중요하다"며 웃었다.

가족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걸을 만한 곳이 많아요. 한양도성 둘레길도 있고, 지리산 둘레길도 있고요. 내년에 완공된다는 '코리아 둘레길'도 정복해보고 싶어요. 물론 우리 가족이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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