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의 진로진학 멘토링] 객관식 평가와 주관식 평가, 열린 사고를 평가해야 창의성이 길러진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1.15 09:48
  •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수많은 청춘들이 어린 시절, 사춘기에 다양한 자신을 억누르면서 공부했던 내용을 평가 받게 된다. 올 한해 수능에 대해서 절대평가 혹은 상대평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정답 찾기’, 객관식 평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것이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의 원형이었던 일본이 2020년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하면서 국어와 수학에서 논술형 평가를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국어, 수학을 시작으로 과학, 역사, 지리, 윤리에도 서술 문항을 확대/도입할 예정이다. 예시로 제시된 문제들도 이전 평가 문항들과는 매우 다르다. 국어(일본어)의 경우 ‘자연경관 보호 가이드 라인’을 소재로 아버지와 딸의 대립된 대화 내용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80~120자로 작성하는 것이다. 수학은 공원의 동상을 보여주면서 ‘코사인 법칙’을 응용해 동상이 보이기 쉬운 위치나 각도를 찾아내 쓰는 문제라고 한다(‘주입식 교육 대명사 일본, 대입시험 객관식 없앤다’, 2017년 11월 2일, 조선일보). 학생의 생각하는 방법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 대입에도 도입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서술형 평가와 수행 평가가 학교 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수능은 아직도 오지선다로 치뤄지고 있다. 객관식 평가는 주로 효율적인 평가와 공정성을 위해 치뤄진다고 말한다. 효율적인 것은 많은 학생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뜻인데 이에 따라 정교한 평가는 어려워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학생이 정답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만 어떻게 그런 정답을 생각하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 즉 추론 과정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폐해는 과정 없는 결과를 입력하고 출력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있다.

    창의력의 핵심은 복잡한 상황들이 포함된 실생활의 문제를 핵심적인 요인으로 단순화 혹은 수렴시켜 다양한 방법으로(발산적인 사고로)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란 하나의 문제에 한가지 해결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해결 방법을 통해 맥락에 따른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객관식,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평가 방법은 학생들에게도 효율적인 방법, 즉 하나의 문제에 한가지 정답을 찾아 외울 것을 강요하게 된다.

    또한 객관식 평가는 빠른 시간에 대상자의 판별을 위한 방식으로, 주로 심리검사나 군인 선발, 사회 통계 등의 자료 수집이나 평가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대상자의 심화되고 다면적인 평가 자료로는 부적합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선발하는 기관에게는 무척 유리한 제도다. 객관식 평가에 상대평가까지 더해진다면, 다른 고민 없이 줄 세우기를 통한 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수능 변별력’이 된다. 결국, 수능 변별력이란 학생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운 후에 대학이 쉽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인 셈이다. 문항에서 변별력이란 모든 학생이 풀 수 없을 만큼 어려워서 일부 학생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를 뜻한다. 하지만 이런 변별력이 학생의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력, 경험 등을 측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통해 학생을 평가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활동 등을 기재해서 학생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상태를 서류와 면접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객관식 평가의 좋은 점은 채점 과정이 편하다는 것이다. 채점자가 정답만을 비교해서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채점자에게 특별한 지식이나 기준이 필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술형 평가는 다르다. 정확한 평가 기준과 부분 점수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함으로 당연히 채점자는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다시 설명하면 보통 사람이 채점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시험 후 채점 과정에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최소 자원 투자로 최대 효과를 봐야 한다는 경제학 원리로 볼 때 비효율적인 제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느 제도가 더 미래 인재 선발에 적합하느냐라는 점이다. 이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미래에 우리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한 가지 정답 찾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좋은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해결 방안을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지에 대해 판단해 보자.

    한 가지 다른 말을 덧붙이자면, 창의성의 하위 요소에는 개방적인 마음가짐도 포함된다. 여러 다른 상황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의 생각은 사춘기를 거쳐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효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특기와 장점을 살려가면서 발달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정답 찾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세상을 한 편으로만 바라보기 쉬워진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선입견, 편견, 차별과 관련된 한 연구에서는 극한으로 편향되는 사고가 선입견과 편견의 원인이 되어 자신과 다른 사람, 집단을 구별하기 위해 차별을 행동화한다고 설명한다. 우리 나라의 미래는 세계와 고립된 단일 민족의 나라가 될지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허브 국가가 될지 생각해 보자. 정답 찾기는 비단 학생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를 결정짓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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