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외고·국제고 합격 자소서 분석③-인성 영역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1.14 10:00
  • 고입뿐 아니라 대입을 포함한 대부분 입시용 자소서에는 인성 영역이 포함된다.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3년차인 2013학년도 입시부터 자소서에 인성을 포함시켰다. ‘본인의 인성을 나타낼 수 있는 개인적 경험 및 이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영역이다. 대다수 학교는 해당 영역의 작성 분량을 별도로 지정하고 있지 않지만 자소서 전체 1500자 중 400~500자 작성이 일반적이다. 작성 비중도 적지 않지만 면접에서 그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아 당락 영향력도 크다. 도입 초기에는 추상적인 표현들로 지원자간 변별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사례 중심의 배우고 느낀 점이 강조되면서 작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학원멘토가 분석한 특목고 합격 자소서 마지막 순서로 인성 영역 작성법에 대해 알아봤다.

    인성 영역은 어떻게 평가 되나
    자소서 인성 영역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 기준의 이해이다. 인성은 과연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정성평가라고 해서 면접관 주관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평가 기준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은 ‘핵심인성요소’가 반영되었는지가 중요하다. 핵심인성요소란 배려, 나눔, 협력, 타인존중, 규칙준수, 갈등관리, 관계지향성 등을 의미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주제들이 허용될 수 있지만 반드시 인성 혹은 공동체 생활과 연관된 내용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발표력을 내세워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는 식의 역량 중심 소재들은 인성 영역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인성요소가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 표현되었는지도 평가 대상이다. 가급적 형용사를 줄이고 명사와 동사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천의 목적과 동기, 실천 이후의 소감이나 행동 변화 등이 함께 기록되었는가도 평가될 수 있다.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는 것은 마치 책의 줄거리만 적은 독후감과 같다. 어떤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활동 자체만으로 자기 특성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천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이었는지도 중요하고, 학생부 기록이나 면접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사안인지도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자기주학습전형 매뉴얼’도 이와 관련하여 비슷한 유의사항 몇 가지를 강조한다. 자기 인성을 설명하는 식으로 쓰지 말 것, 기본적인 정보나 사실을 나열하는 식으로 쓰지 말 것,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참신하게 표현할 것, 간결하게 작성할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란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을 ‘희귀 경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변화의 분기점이 되었던, 자기 주관적 관점에서의 특별함이어도 무관하다.

    합격자 자소서에 나타난 인성 영역
    외고·국제고 합격자들이 인성 영역에서 많이 다뤘던 내용과 대표적인 문장 유형들을 살펴보자. 가장 흔한 소재로 봉사활동을 꼽을 수 있다. 아래와 같은 문장 형식이 대표적이다.

     ‘○○기관에서 ◇◇을 돕는 과정에서 △△을 느꼈고 그 이후로 □□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인성요소에 명확히 부합된다는 점에서 무난한 소재지만 자발성이나 지속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할 경우 진정성을 의심 받기 쉽다. 해당 활동을 통해 봉사 시간을 채운 것 이외에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고민하고 답할 수 있어야 선택 가능한 소재다. 그래야만 관련 면접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까지는 아니지만 학교 생활 등에서 친구를 도왔던 사례도 인성 영역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으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방법으로 도움 주었고 그를 통해 나 스스로도 △△하게 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로 성적이나 교우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운 사례가 많다.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설득력을 얻기 좋은 소재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인상적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준 도움과 그 도움으로 인한 변화를 특정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인다. 단순히 ‘친구를 가르쳐 성적이 많이 올라 뿌듯했다’는 식의 표현들은 상투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임원이나 조별과제, 대회준비 등 각종 교내 활동 속에서 화합을 도모했거나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군이다.

    ‘○○활동 중 친구들 사이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방법으로 해결했으며 이를 통해 △△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특화된 활동인 경우가 많아 대체로 소재 변별력이 높고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도 나쁘지 않은 형식이다. 하지만 해당 활동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인성요소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자칫 ‘잘난 체’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유의사항이다.

    위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자소서의 인성 영역을 다른 어떤 방식으로 채우더라도 소재 선택에 있어서 적용해야 할 공통된 원칙이 있다. 그 핵심은 사례의 대표성이다. 선택한 소재가 단발적인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면 자신의 전반적인 인성 특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학교 생활의 여러 경험들 중 과연 평소 자신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례인지를 마지막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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